웹젠은 지난 8일 평균 연봉 2000만 원을 인상한다고 사내 고지했다. 지난해 신작의 연이은 성공을 바탕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으니 직원들에게 돌려주겠다는 것. 다만 넥슨과 엔씨 등 연봉 일괄 인상을 선언한 다른 업체들과 달리 동일 금액 인상이 아닌 개인의 직무, 역량, 성과, 기여도 등을 고려해 개별 상승률을 책정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추가 인센티브 지급 대상에서 입사 3년차 미만 직원과 자회사 직원이 제외되며 연봉 소폭 인상에 그치고, 경영진과 일부 고위 임원에게는 거액의 연봉 인상이 이뤄질 것으로 알려지면서 웹젠 사내 불만이 폭주하고 있다.
실제 3년차 미만 웹젠 직원의 연봉 인상폭은 2-300만 원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웹젠이 내세운 평균 연봉 인상액인 2000만 원과는 차이가 크고 일반적인 기업에서의 1년 연봉 상승폭과 비교해도 높다고 하기 어려운 금액이다. 지난해 게임업계가 코로나 반사이익으로 상대적인 호황을 누렸던 것을 감안하면 말단 직원의 연봉 인상액은 최소 금액 수준이라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평가다.
이런 상황에서 웹젠이 등기임원 보수 한도액을 기존 30억 원에서 100억 원으로 대폭 늘릴 예정이어서 직원들로부터 곱지 않은 시선을 사고 있다. 웹젠은 오는 19일 정기 주주총회를 열고 해당 안건을 다룰 예정인데 이변이 없는 한 그대로 통과될 가능성이 높다.
사외이사 3인에게 지급되던 금액이 연간 5400만 원으로 높지 않았던 것을 감안하면 이번 등기임원 보수 한도액 상향은 김태영 대표를 비롯한 웹젠 사내이사 3인의 연봉 인상을 위한 결정으로 해석된다. 등기임원 보수 한도액 상향이 이뤄지면 1인당 최대 30억 원대의 보수를 지급할 수 있게 된다.
직원들의 연봉 인상액이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는 상황에서 일부 고위 임원에게 성과에 대한 보상이 집중되고 있는 가운데 웹젠이 '평균 연봉 2000만 원 인상'을 선언하면서 오히려 직원들의 사기가 저하되고 있는 형국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블라인드를 비롯한 익명 커뮤니티와 관련 기사 댓글에는 "직원 90%는 평균 인상 금액에 미치지 못할 거다", "억 단위로 받아가는 사람들 빼고 다시 계산해야 한다" 등 웹젠 직원들의 불만 섞인 반응이 쏟아지고 있다.
또한 웹젠의 이번 연봉 인상 선언은 내부 직원 사기 진작 효과도 얻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우수 인재 유치 효과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적지 않다. 회사가 성과를 내도 보상이 고위 임직원에게 집중된다는 인상을 심어주게 돼 취업준비생들에게 좋지 않은 이미지만 남기게 됐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한편 이에 대해 웹젠 관계자는 "사내 공지한 내용 외에 추가적으로 밝힐 수 있는 부분이 없다"고 말했다.
이원희 기자 (cleanrap@dailygam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