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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석] 진정성 없는 자율규제 강화안

최근 게임에 적용된 확률형 아이템과 관련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이어지고 있습니다. 가뜩이나 너무 낮은 확률의 과금 모델로 이용자들의 스트레스가 누적된 상황에서 표기된 확률과 실제 적용된 확률의 괴리, 개발사의 일방적인 확률 변경과 번복, 불완전 환불 문제까지 더해지면서 이용자들의 불만이 하늘을 찌르고 있습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정부 규제가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정치권에서도 게임법 개정안에 복합 확률형 아이템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컴플리트 가챠' 금지 규정을 포함한 규제 조항을 담은 바 있으며, 여러 국회의원이 확률형 아이템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쏟아내고 있습니다.

업계에서는 이같은 움직임에 대해 자율규제가 시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게임법 개정안에 확률형 아이템 관련 규제가 들어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입니다. 자율규제를 강화해 업계 스스로 자정 노력을 기울일 테니 법적인 규제만은 하지 말아 달라는 것이죠.

그런데 한국게임정책자율기구가 최근 발표한 '건강한 게임문화 조성을 위한 자율규제 강령' 개정안을 살펴 보면 과연 업계 스스로 확률형 아이템 문제 개선을 위한 자정 의지가 있는지 의구심만 듭니다.

개정안에는 ▲기존 캡슐형 유료 아이템, 유료 인챈트 및 강화콘텐츠의 확률공개에 추가해 유료 요소와 무료 요소가 결합된 인챈트 및 강화 콘텐츠 경우에도 확률을 공개하고 ▲개인화된 확률의 경우(개인의 경험치 내지 보유한 아이템에 따라 확률이 달라질 수 있는 경우), 기본 확률값과 그 범위를 공개하도록 한다는 두 가지 내용을 담고 있는데요. 확률 공개 범위가 조금 늘어났을 뿐 최근 문제가 됐던 일련의 상황에 대한 재발방지를 위해 마련한 조항은 찾아볼 수 없습니다.

최근 벌어진 확률형 아이템을 둘러싼 이슈들은 확률 공개 여부가 문제의 핵심은 아닙니다. 게임에 너무 낮은 확률이 적용된 탓이 크죠. 1%는 100분의 1로 그 자체로도 낮은 확률인데요. 그 1%보다도 현저히 낮은 확률을 게임에 일상적으로 적용하고 유료로 판매하고 있는 상황이 문제의 근원이라 할 수 있습니다. 확률이 너무 낮으니 이용자들이 많은 돈을 써야 하고, 많은 돈을 쓴 만큼 확률 관련 운영 문제가 발생할 때 이용자들의 불만도 커질 수밖에 없는 것이죠.

업계에서 진정 자율규제를 강화해 확률형 아이템 관련 문제를 줄여볼 마음이 있었다면 이번 자율규제 강화안에 게임에 적용 가능한 확률 범위와 관련된 내용이 포함됐어야 합니다. 1000분의 1, 1만분의 1, 혹은 그 이상의 낮은 확률을 적용하고도 그 확률을 공개만 하면 외부 검증도 필요 없이 자율규제를 완벽하게 준수하는 게 되는 현재의 상황이 이어진다면 확률형 아이템과 관련된 문제는 끊임 없이 이어질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확률 범위 제한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면 게임에 적용된 확률 범위에 따른 확률등급 마크를 만들어 이용등급과 함께 표기하는 식으로 낮은 확률 적용을 지양하는 안 정도는 강화안에 포함됐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너무 낮은 확률이 적용된 게임에는 경고 마크를 표기하게 해 이용자들이 합리적인 선택을 할 수 있게 말이죠. 다른 문제 상황은 외면한 채 확률 공개 범위 확대만 선심쓰기식으로 던진 지금의 강화안을 정부 규제를 막을 수단으로 내세우기에는 업계의 명분이 너무 부족해 보입니다.

게임업계 자율규제는 수년 째 제자리걸음에 그치며 그 진정성에 대한 의심을 사온 바 있습니다. 시작부터 지금까지 확률 공개에 머물러 왔는데, 기존의 자율규제에서 크게 달라지지 않은 강화안 발표가 업계를 향한 부정적 시선만 강화할 것 같아 아쉽습니다.

이원희 기자 (cleanrap@dailyga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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