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G 개발 패러다임의 전환점, 언리얼 엔진5
게임 상에서 많은 적이 출현할 때 프레임이 끊기는 것은, 캐릭터가 품은 폴리곤 수를 하드웨어가 감당하지 못할 때 흔히 생기는 증상이죠. 폴리곤은 3D 그래픽을 구성하는 기본으로서 항상 하드웨어 사양에 알맞게 써야 됩니다. 검소한 폴리곤 사용과 비주얼 퀄리티, 두 마리 토끼를 잡기위해 개발자들은 여러가지 꼼수를 고안했습니다. 가시(可視) 거리에 따라 3D 객체의 퀄리티를 조절하거나(LOD), 임시로 하이폴리곤 껍데기(Normalmap)를 만드는 일이 대표적이죠. 그러나 이 또한 번거롭고 비용도 많이 드는 일입니다.
언리얼 엔진5의 존재 의미는 이런 수고들과 작별을 고하는 것입니다. 이 도구의 핵심 기능인 나나이트(Nanite)의 임무는 초고속 저장장치(SSD)를 기반으로 원본의 게임 에셋들을 자동으로 최적화해, 효율적으로 3D 가상공간을 구축하는 것입니다. 이 마법 같은 편의성 덕분에 아티스트들은 온전히 창의력을 발휘하게 됐습니다. '제조산업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라는 엔진 개발사의 홍보문구는 꽤나 설득력이 있어 보입니다. (Digital Transformation: 디지털 도구를 통한 근본적인 변화)
◆포켓맵 이코노미(Pocket Map Economy)
차세대 언리얼 엔진덕분에 3D로 재현된 광활한 세계의 모습을 감상하는 일이 이전보다 훨씬 수월해졌습니다. 만약 모든 소셜 정보가 깃든 고퀄리티의 3D 맵이, 모든 사람들의 주머니 속에 들어가면 어떤 일이 벌어지게 될까요? 필자는 약속된 하나의 포켓맵 자체가 문화 플랫폼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봅니다. 포켓맵 곳곳에 떠오르는 수많은 메타버스 알림들을 확인하고, 아바타와 함께 디지털 파티 순례를 도는 거죠.
가상세계 속 신촌 벚꽃구경, 삼성역 스타 아바타 팬미팅, 종로 정치인 아바타 선거유세 등 많은 이벤트들이 포켓맵 어플의 버튼 하나로 통하는 것입니다.
IT 기술에 익숙한 Z세대가 이런 문화에 적응하는 것은 일도 아닐 것입니다. 이미 '제페토'나 '로블록스'등 많은 메타버스 플랫폼이 있지만, 언리얼 엔진을 발판삼아 한 번 더 가파른 성장을 이룰 거라고 봅니다. 더 나아가 구글이나 애플, 페이스북 등 거대 플랫폼 기업들이 포켓맵을 주제로 한 '메타버스 2.0'의 패자(霸者)가 되기 위해서, 소리 없는 전쟁을 벌일 가능성도 있겠죠.
◆드라마 2.0
20세기 초만해도 특정 상황과 감정에 몰입해 과장된 연기를 하는 사람에게 '연극성 인격장애'라는 병명 딱지를 붙였습니다. 하지만 21세기를 사는 우리들에게는 더 이상 이상한 일이 아니죠. 매일 자신의 감정에 충실한 브이로그영상을 찍거나, 가상의 캐릭터를 꾸며 역할극이나 페이크 다큐를 만드는 등 이미 온라인에서는 보편적인 즐길거리가 됐습니다.
이 부분에서 언리얼 엔진의 메타휴먼은 활용도가 높습니다. 이 아바타 생성도구는 연령에 따른 피부의 주름과 건성 및 지성, 그리고 홍채의 디테일까지 놀라운 수준의 편집이 가능합니다. 자신만의 스토리를 꾸미길 좋아하는 크리에이터들에게는 듬뿍 사랑받을 만한 것이죠. 또한 비싼 배우나 해외 로케이션 촬영 대신 CG 캐릭터와 배경 에셋으로 대체해 제작비를 줄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실험적인 드라마 제작도 활발하게 시도될 거라고 봅니다.
◆맺음말
사상 초유의 팬데믹으로 사회활동의 대안이 절실한 이 시대에, 언리얼 엔진5의 등장은 특별한 의미가 있습니다. 놀이의 종족인 우리, 호모루덴스들은 최첨단 기술의 축복이 깃든 가상공간에 제2의 인생을 구축했습니다. 다시 한 번 새로운 도구를 손에 쥔 인류가 어떻게 발전을 이룰지, 이를 지켜보는 일도 무척 흥미진진할 것 같습니다.
정리=이원희 기자(cleanrap@dailygam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