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밍부터 물약 먹는 소리까지 '디아블로2' 연상케 해
'언디셈버'는 여러 부분에서 '디아블로2'를 연상케 한다. 어두운 분위기의 배경을 바탕으로 펼쳐지는 모험을 담은 스토리, 광역 공격이 가능한 화려한 스킬 구성, 맵의 어두운 부분을 밝혀가며 웨이 포인트나 보스 몬스터 혹은 다음 지역으로 이동하는 길을 찾는 것도 '디아블로' 시리즈와 유사하다.
필드 몬스터 사냥 시 떨어지는 아이템의 이름이 출력되는 텍스트부터 골드 획득이나 물약 사용시의 소리까지 '디아블로2'를 연상케 한다. 아이템이나 몬스터의 등급을 상징하는 색상도 '디아블로2'와 비슷하다. 흰색의 노멀 아이템, 파랑색의 매직 아이템 등 '디아블로2'를 오래 즐겼던 이용자라면 익숙하게 즐길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다소 답답한 초반 게임 진행…성장 마친 캐릭터의 액션은 나쁘지 않아
'언디셈버' 초반부를 진행하며 다소 답답함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RPG를 맨땅에서 처음 시작할 때 누군가의 도움 없이 캐릭터를 성장시키는 일이 쉽지 않기에 더딘 레벨업과 익숙하지 않아 다소 복잡하게 느껴지는 성장 시스템으로 빠르게 캐릭터를 강하게 만들 수 있겠다는 느낌이 들지는 않았다.
성장이 더디더라도 스토리의 몰입감이나 컷신 연출 등 다양한 이벤트가 지루함을 덜어줄 수 있을 텐데 '언디셈버'의 스토리는 그저 평범하게 느껴지는 수준이었다. 오히려 20년 전 '디아블로2'의 스토리나 시네마틱 영상(리마스터 버전이 아닌 오리지널에서의)보다 못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차피 핵앤슬래시 장르의 엔드 콘텐츠는 파밍이다. 초반 레벨업 속도를 보다 빠르게 하거나 초반부터 초반용 고급 아이템을 쉽게 얻을 수 있도록 파밍 난이도를 낮추는 게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언디셈버'의 초반 튜토리얼의 경우 캐릭터(클래스가 고정되는 것이 아니라 무기에 따라 달라지지만)의 고급 스킬들을 모두 활용할 수 있었는데 그때 느낀 손맛은 나쁘지 않았다. 그런데 막상 본 게임을 시작하고 나니 기본 공격과 스킬 1-2개로 답답한 사냥을 해야 해 답답함이 배가됐다. 정식 서비스 이후에는 지인이나 공방에서 만난 다른 게이머들의 도움을 받는다면 초반부 성장 속도가 더 빠를 수 있겠지만 시스템적인 개선이 이뤄진다면 더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디아블로2 레저렉션'과의 경쟁에서 이길 '언디셈버'만의 개성은?
앞서 언급한 초반 성장의 답답함으로 인해 캐릭터를 많이 성장시키지 못했다. 첫 중간 보스와의 조우에서 학살당하다시피 수 차례 전사하고 난 뒤에 그 동안 파밍한 장비들 중 수치가 가장 높은 것들을 추려내 장착하고 나서야 간신히 중간 보스를 처치할 수 있었는데, 후반부까지 게임을 진행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
게임을 후반부까지 즐겨보지 않은 상황에서 '언디셈버'를 평가하기는 이를 수도 있지만 최근 인기를 얻고 있는 '디아블로2 리저렉션'과 비교에서 '언디셈버'가 확실히 더 낫다고 느껴지는 부분을 찾기는 어려웠다. 그래픽도 사운드도, 액션 손맛도 '디아블로2'와 비슷하다는 느낌까지는 주지만 '언디셈버'가 낫다고 할 만한 부분은 글쎄, 모바일 버전도 지원한다는 정도 외에는 잘 모르겠다.
기자는 PC 버전으로 플레이했는데 굳이 지금 상황에서 새로 핵앤슬래시 RPG를 시작한다면 '디아블로2 레저렉션'을 선택할 것 같다. '언디셈버'도 여러 부분에서 '디아블로2'와 유사한 시스템이 있어 어렵지 않게 적응할 수 있겠지만 '디아블로2 레저렉션'을 더 잘 알고 있고, 그만큼 더 익숙하기 때문이다.
작년 정도에 '언디셈버'가 출시됐다면 더 많은 관심을 받았을 것 같다. 분명 그래픽도 훌륭하고 액션 손맛이나 다양한 캐릭터 육성 시스템, 만렙 이후 주 파밍 콘텐츠인 카오스 던전까지 다양한 콘텐츠가 준비돼 있지만 '디아블로2 레저렉션'이라는 동 장르 경쟁 상대와 비교하면 특별한 장점으로 꼽기 애매하다. 정식 서비스 전까지 '언디셈버'만의 확실한 매력을 게이머들에게 보다 직관적으로 전달하는 일이 중요할 것 같다.
이원희 기자 (cleanrap@dailygam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