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소금불' 김진수]
◆콘솔의 제왕임을 스스로 증명한 소니
콘솔 발매 초기는 기기연구 시간이 필요한 탓에 소프트 라인업이 부실 할 수밖에 없지만 소니는 이런 우려를 완전히 불식시켰다. SSD에 특화된 PS5와 듀얼센스의 비전을 충실히 구현한 독점작들은 차세대게임이 무엇인지 완벽하게 보여줬다. 1000만 게이머들은 한 손엔 500달러, 또 한 손에 엄지척을 든 채 PS5를 맞이했고, 결국 소니는 플레이스테이션 역사상 최고의 스타트를 끊으며 다시금 콘솔의 왕좌를 지켰다.
◆결정적 한방이 부족한 MS
차세대 엑스박스(XSX)는 발매 전 최고 스펙(12테라플롭스)을 자랑하며 성능 우세를 예고했다. 그러나 벤치마크 툴같은 돋보기로 들여다보지 않는 이상, PS5와 동시 발매된 게임에서 극적인 차이는 느낄 수 없는 수준이었다.
결국 소프트 라인업으로 승부가 판가름나는 상황이 됐지만, 간판 타이틀인 '헤일로'가 악평 속에서 연기되면서 새로운 엑스박스의 매력을 어필할 만한 타이틀을 거의 볼 수 없었다. 물론 게임패스의 성장은 괄목할 만하지만 PS5의 기세를 꺾기엔 역부족이었다.
◆MVP
PS1은 당시로서는 대용량 저장매체였던 CD를 활용한 '파이널판타지7(1997)'으로 블록버스터 게임을, 위(Wii, 2006)는 모션 컨트롤러로 체감형 게임의 진수를, 스위치(2017)는 거실과 실외가 융합된 게임라이프를 보여줬다. 영광의 역사에 기록된 사건들의 공통점은 바로 새로운 게임 경험이다.
차세대 엑스박스는 우수한 콘솔이지만 진보적인 게임 개발론을 제시한 PS5를 따라잡기엔 역부족이었다. MS는 그저 돈다발을 펄럭이며 개발사들을 포섭하고 게임패스라는 규모의 경제에 집착한 모습을 보여줬다. 반면 천재 개발자 마크 서니는 획기적인 PS5를 창조했고, 결국 소니가 9세대 콘솔전쟁의 승기(판매량 기준)를 잡는데 일등공신이 됐다. (PS5 1340만대(소니) XSX|S 800만대(VG차트))
◆세 가지 전망
마지막은 3주체(主體)가 품고 있는 희망을 토대로 한 전망이다. 선두주자인 소니는 '울버린'과 '스파이더맨2', '라그나로크', '포비든 웨스트' 등 2차 킬러 타이틀 라인업으로 판세를 완전히 굳히기로 작정한 것 같다. 게다가 PSVR 2탄으로 콘솔에서도 오큘러스 퀘스트2 흥행의 열기를 고스란히 이어갈 욕심도 있다. 소니의 뜻대로 순조롭게 풀린다면 PS의 브랜드파워는 더더욱 막강해지며 굳건히 독주체제를 지킬 듯하다.
MS의 꿈은 전 인류의 월말 카드고지서에 게임패스 청구가 찍히는 것이다. 이미 빠른 속도로 2000만 구독자를 유치하면서 그 꿈을 향해 성큼성큼 걸어가고 있다. 풍부한 인기 멀티게임과 '스타필드'같은 베대스다표 대작들의 출시는 MS의 반격이 만만치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인풋 렉 및 편의성 개선 등 여러 숙제가 남아있지만, 거의 모든 IT기기들을 아우르는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도 긍정적인 인식이 높아지면서 무시못할 잠재력이 됐다. 앞으로 게임패스가 얼만큼 소니의 시장을 침탈하고, MS표 게임월드로 거듭날지 흥미롭다.
마지막은 필자의 몫이다. 소니와 MS의 양상을 보면 마치 웰메이드 프렌차이즈 뷔페 레스토랑과 미슐랭 3스타의 하이엔드 초밥집이 떠오른다. 만원을 내고 푸짐한 뷔페를 즐기거나 가끔 기념일 때 큰 돈을 내어 참치 초밥 하나를 음미하듯, 우리는 그저 MS와 소니가 차려놓은 요리를 골라 즐기면 된다.
필자는 한쪽이 시장을 독식하는 일은 바라지 않는다. 두 회사가 공존하며 스스로가 잘하는 서비스를 한다면 플랫폼 홀더, 게이머, 개발사 모두에게 행복한 일이 될 것이다.
정리=이원희 기자(cleanrap@dailygam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