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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석] P2E 열풍에 대한 우려

게임업계에 P2E(Play To Earn) 열풍이 불고 있습니다. 게임과 블록체인 기술을 접목해 게임을 즐기면서 암호화폐를 얻어 이를 교환해 돈을 벌 수 있는 P2E게임에 큰 관심이 쏠리고 있는 것이죠.

위메이드가 '미르4' 글로벌 버전에 자체 블록체인 위믹스를 접목해 많은 이용자를 모은 뒤 소규모 개발사부터 대형 업체들까지 P2E 시장에 뛰어들고 있습니다. 시장의 반응도 좋습니다. P2E 진출을 선언한 기업들의 주가가 큰 폭으로 오르고 있습니다. P2E 관련 암호화폐 가격도 마찬가지죠. P2E가 메타버스와 함께 게임업계에서 가장 핫한 키워드인 것만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하지만 P2E에 대해 우려 섞인 시선을 보내는 이들도 적지 않습니다. 먼저 국내 업체들이 P2E게임 시장에 경쟁적으로 뛰어들면서 게임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더욱 확산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P2E게임에는 단순히 암호화폐를 얻기 위해 게임을 돌리는 비정상 이용자 비율이 더욱 높을 수밖에 없습니다. 일반 이용자들도 코인을 더 얻기 위해 게임에 장시간 접속할 수밖에 없는 구조인데요. 이는 게임 과몰입 문제와 직결되는 부분입니다.

기존의 게임의 경우 이용자들이 자발적인 선택에 의해 장시간 게임에 몰입하고 있다는 변명이 가능하지만, P2E게임은 다릅니다. 서비스사가 'P2E'라는 꼬리표를 내세운 순간 암호화폐 채굴을 권장하는 것이고, 더 많은 코인 채굴을 위해 과몰입하는 이용자가 나온다면 업체의 책임이 전혀 없다고 하기 어렵습니다.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문제가 아직 완전히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P2E게임이 확산된다면 게임이 질병을 유발한다고 주장하는 의학계의 주장이 더 많은 이들의 공감을 얻을 수 있습니다.

일부 업체들은 P2E게임의 암호화폐와 소셜 카지노를 접목하려는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는데요. 매출 전망은 밝을지 몰라도 게임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 개선에는 하등의 도움도 되지 않을 것입니다. P2E게임으로 코인을 벌어 카지노게임에 쓰는 구조가 마련되고 확산된다면 게임을 도박과 마찬가지로 보는 이들이 생겨날 수도 있습니다.

P2E게임이 득세한다면 장르 다변화는 요원한 일이 될 것이고, MMORPG 장르 자체의 발전도 꾀하기 어렵게 됩니다. P2E게임의 경우 암호화폐 획득량 조절과 관련한 치밀한 기획이 필수적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게임 콘텐츠와 무관한 부분에 신경을 써야 할 부분이 많아 정작 콘텐츠적인 재미에 할애할 리소스가 줄어들 수밖에 없습니다. 결국 앞으로 수년 동안 이미 출시된 모바일 MMORPG와 큰 차이가 없는 타이틀에 P2E 꼬리표만 붙인 신작들이 시장에 쏟아질 수 있다는 이야기죠.

암호화폐와 관련한 문제가 발생할 경우 치명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도 우려됩니다. 각국의 암호화폐 규제나 코인 시세 하락 등 외부 요인이 P2E게임에서는 게임 내적인 문제보다 더 크게 작용할 수 있습니다. 코인 시세 하락은 코인 채굴을 목적으로 접속한 이들의 게임 이탈과 직결될 것이고, P2E게임 이용자 하락은 코인 급락으로 이어지는 악순환 구조가 연출될 수 있습니다. 코인을 더 많이 채굴하기 위해 P2E게임에 큰 금액을 투자한 이용자들은 그 과정에서 큰 손해를 볼 수 있고, 그런 피해사례가 많아질 경우 사회적 문제가 될 수도 있습니다.

'P2E'라는 꼬리표에는 "우리 게임이 재미는 덜하지만 돈을 벌 수 있으니까 열심히 하세요"라는 말이 담겨져 있습니다. 어렵지 않게 예상할 수 있는 잠재적인 문제들도 적지 않죠. 막대한 금액의 암호화폐 시세 차익만 보장된다면 그런 위험은 충분히 감수할 만한 것일까요. 너도 나도 P2E게임에 뛰어들고 있는 지금의 상황을 보고 있노라면 조만간 게임에 대한 정의를 바꿔야 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마저 듭니다.

이원희 기자 (cleanrap@dailyga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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