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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금불의 게임줌인] '통큰치킨'과 MS의 통큰 인수

개발자이자 게임작가인 동시에 열혈 게이머인 김진수 필자가 2022년을 맞아 새롭게 준비한 '소금불의 게임줌인' 코너입니다. '개발자 칼럼' 코너를 통해 독자 여러분과 만났던 '소금불' 필자가 개발자 타이틀을 내려놓고 게이머 입장에서 더욱 재미있는 게임 이야기를 전달하려 합니다. < 편집자주 >

액티비전 블리자드 품는 MS, 공룡 독식 게임구독 서비스 플랫폼 탄생 예고

게임패스, 킬러타이틀 흥행 저조 시 명작 IP 무덤 변질 위험

필 스펜서의 운영철학 유지될지 비판적 관심 필요

[글='소금불' 김진수]십여 년 전 롯데마트에서 '통큰치킨' 판매로 소란이 난 사건이 있었다. 당시 일반 치킨값의 절반에 불과한 가격으로 고객을 끌어들이고 다른 상품들을 파는 미끼 전략이었다. 작은 치킨집 주인들은 이에 반발했고, 여러 잡음 끝에 결국 이 대형마트는 '통큰치킨' 판매를 중단했다.

자유시장 경쟁체제에서 뭐가 문제냐고 따질 수도 있겠다. 그러나 우리가 바라는 좋은 사회는 강자가 약자를 짓밟고 더 강해지는 것이 아니라 강자와 약자가 적절히 조화를 이루는 것이다. 거대자본을 거머쥔 대기업이 일부 손해를 감수하면서 골목상권을 침해하는 일을 규제하고 있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경제력이 남용으로 인한 횡포를 막고 있는 것이다.

2010년 골목상권 침해 논란 끝에 판매 중단된 롯데마트의 '통큰치킨'.
2010년 골목상권 침해 논란 끝에 판매 중단된 롯데마트의 '통큰치킨'.


◆MS의 통큰 인수

새해 벽두부터 게임계를 뒤흔들었던 MS의 액티비전 블리자드 인수 발표는 '통큰치킨' 소동의 기억을 다시 소환했다. 시가총액 3000조 원에 달하는 MS로서 82조 원이라는 인수대금은 충분히 감수할 수 있는 금액이다. 허나 한 나라의 예산과도 맞먹는 이 자금의 규모는 가히 위협적이다. 라이벌 소니의 시가총액(약 190조 원)에 절반에 달하는 수준으로 감히 누구도 따라 할 수 없는 베팅이다. 마구잡이로 개발사를 포섭하고 게임구독 서비스 플랫폼을 제패하려는 MS의 야심은 거의 현실화됐다.

앞서 소개한 '경제력의 남용'이란 죄목이 다시 머릿속에 떠오른다. 아마도 미국 연방거래 위원회(FTC)는 천문학적인 자금이 오가는 이 일을 보면서, 뒷주머니 속 '반독점법'이라 적힌 레드카드를 만지작거릴 수 있겠다. 물론 이 법의 전문가인 데이비드 B. 호페의 의견[1]처럼 현실적으로 그 죄를 적용하기엔 어려워 보인다. MS 발표대로 그 인수 건이 성사되면 게임패스의 영향력은 무시무시해질 것이다. 과연 이 공룡기업이 움켜쥔 게임구독서비스 플랫폼이 모두의 게임천국이 될 수 있을까? 그 일의 성공은 킬러 타이틀에 달렸다.

◆게임패스의 성공척도, 킬러 타이틀

영상 콘텐츠 구독서비스인 넷플릭스의 장수 비결은 킬러 콘텐츠의 꾸준한 보급이다. MS가 '콜오브듀티', 'WOW', '오버워치', '디아블로' 등 장르별 최고 인기의 게임들을 품은 것은 바로 넷플릭스의 성공 방식을 충실히 따른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렇기에 MS에 충성을 맹세한 이 대작들은 반드시 흥행해서 보답을 해야 할 의무가 있다.

82조 원의 가치를 증명해야 할 의무가 있는 액티비전 블리자드의 타이틀 라인업(사진 출처=엑스박스닷컴).
82조 원의 가치를 증명해야 할 의무가 있는 액티비전 블리자드의 타이틀 라인업(사진 출처=엑스박스닷컴).


그러나 게임 흥행은 호락호락하지가 않다. 블록버스터 신작 하나엔 오랜 개발기간과 엄청난 인력이 소모된다. 또한 갈수록 고해상도 지원 요구가 높아지면서 리소스 제작비용 부담도 치솟는 추세다. 아트와 재미 둘 다 조화를 이뤄야 하는 게임 특성상 막대한 자금만으론 성공을 보장할 수는 없다. '흥행 보증수표'의 맹신도 큰 코를 다치게 할 수 있다. 아무리 인기 시리즈라도 한 번 삐끗하면 평점 테러를 당하면서 매출이 급락하는 엄혹한 현실이 있기 때문이다.

게임패스 구독자수는 현재 2500만 명을 넘기면서 상승세다. 그러나 엄청난 자금을 쏟아 부은 MS의 기대치에는 아직 못 미치는 수준이다. 또한 수많은 대작 게임의 개발비를 꾸준히 지출하는 것도 무시 못할 부담이다. 만약 대작의 실패가 연이어 터져 구독자수의 상승세가 꺾이고 박스권에 갇히게 되면 어떻게 될까? MS가 지금과 같은 '통큰' 스타일로 게임구독 서비스를 유지할 수 있을까?

◆MS표 게임월드 절망편

초기대작이었던 '사이버펑크 2077'은 버그 덩어리 미완성작으로 출시돼 '위쳐' 팬들을 기만했다. 명작 SF호러 '데드 스페이스'는 비루먹은 소액결제때문에 정체성이 흐려지고, 실적부진까지 겪으며 역사에서 불명예 퇴장당했다. 인기 축구게임 '피파' 시리즈의 최신작은 확률형 아이템으로 채워져 아예 야바위판이 아닌가하는 착각까지 들게 한다. 명성 높은 게임 시리즈라도 얼마든지 명예가 실추되고 상술에 찌든 B급 게임으로 전락할 수 있다. 이 비극들의 원흉은 모두 돈벌레 같은 일부 경영진의 오판이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버그, PS4 버전 환불사태 등 사상 최악의 출시 기록을 달성한 CDPR '사이버펑크 2077'.
꼬리에 꼬리를 무는 버그, PS4 버전 환불사태 등 사상 최악의 출시 기록을 달성한 CDPR '사이버펑크 2077'.
게임패스의 실적부진은 곧 MS 휘하의 개발사들에게 상업적 압박으로 이어질 수 있다. 창의력이 발목 잡힌 개발자들은 BM이 난무하는 양산형 게임 개발을 강요받을 것이고, 결국 MS가 구축한 이 게임천국은 옛 영광을 품은 IP들의 거대한 무덤이 될 가능성이 있다. 게이머들은 이 반복되는 비극을 그저 목도해야 할 뿐만 아니라, 언제든지 입장료 인상의 압박을 받을지도 모른다.

작년 초, MS는 엑스박스 라이브 골드의 가격을 슬그머니 인상했다가 이용자들의 반발을 사고, 바로 철회한 '전과'가 있다(사진 출처=엑스박스닷컴)
작년 초, MS는 엑스박스 라이브 골드의 가격을 슬그머니 인상했다가 이용자들의 반발을 사고, 바로 철회한 '전과'가 있다(사진 출처=엑스박스닷컴)


◆'통큰치킨' 따윈 없다

베데스다, 액티비전 블리자드를 품은 덕분에 막강한 포트폴리오를 갖춘 엑스박스 게임패스의 인기는 당분간 고공행진할 것이다. 이 가성비 좋은 게임패스의 흥행에 너무 딴지를 거는 게 아니냐는 반문도 있겠다. 하지만 MS가 건 판돈이 너무나도 크다. 많은 명작 IP들이 하나의 기업 통제 하에 들어간 것은 우려스럽다. 사상 초유의 자본이 들어간 이 플랫폼이 불완전한 성공상태로 교착하게 되면, 거기에 몸담고 있는 모두를 억압하고 착취하는 장으로 변질될 위험이 있다.

MS게임사업 수장인 필 스펜서는 친게이머 정책으로 많은 신뢰를 얻고, 한때 휘청이던 엑스박스를 다시 일으켜 세웠다. 허나 그가 MS를 떠난다면? 여전히 있더라도 게임패스의 장기흥행 전망에 먹구름이 드리워진다면? 과연 개발사에게 지금과도 같은 호의를 베풀 수 있을까?

과거 MS는 윈도우 OS의 독점적 지위를 강화하기 위해, 온갖 부정행위를 일삼은 탐욕의 역사가 있다. 그들은 예나 지금이나 매일 계산기를 두드리면서 기업의 무한 팽창만을 꿈꾸는 자들이다. 이들 속에서 과연 필 스펜서의 운영철학이 온전하게 유지될 수 있을까?

MS 엑스박스 진영의 수장 필 스펜서(사진 출처=엑스박스 유튜브).
MS 엑스박스 진영의 수장 필 스펜서(사진 출처=엑스박스 유튜브).


액티비전 블리자드 인수 건으로 여기저기서 희망의 팡파르가 울리고 있지만, MS가 독식한 이 게임구독 서비스 플랫폼에 업계와 게이머 모두의 비판적인 관심이 필요하다. 최근 삼겹살을 납품하는 하청업체에게 갑질(단가 후려치기)을 한 롯데마트의 기사[2]를 접했다. 글 첫머리에 소개한 그 대형마트다. 애초부터 '통큰치킨' 따윈 없었다. 그저 '통큰 꼼수'만 있을 뿐이다.

[참조1] 2022.01.20 게임메카, 'MS는 액티비전 블리자드를 가지치기하지 않을 것이다'

[참조2] 2021.07.27 뉴스타파, '롯데마트 삼겹살 갑질 법원도 인정, 하지만 악몽은 끝나지 않았다'

[참고] 故 노회찬 강연, '공정사회와 정의'

정리=이원희 기자(cleanrap@dailyga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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