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소금불' 김진수] 25일 출시 예정인 프롬소프트의 신작 '엘든링'은 전 세계 소울라이크 장르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다. 소울라이크 장르의 아버지로 꼽히는 미야자키 히데타카와 '왕좌의게임' 원작 소설 작가인 조지 RR 마킨까지 참여해 새로운 재미를 선사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는 것. '엘든링' 출시를 앞두고 소울라이크 장르 대표 시리즈인 '소울' 시리즈가 성공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짚어보도록 하겠다.
◆게임성
소울 시리즈의 트레이드 마크를 묻는다면 누구나 엄격한 난이도를 꼽을 것이다. 캐시 아이템과 페이투윈(Pay to Win)이 난무하는 요즘 게임시장에서, 시대를 역행하는 듯한 이 게임성의 바탕엔 개발사의 옹고집이 있다.
부패한 늪에서 들끓는 온갖 괴생물, 벼랑길에서 매복한 적의 발길질, 거대한 용의 무자비한 화염까지. 이 모든 게 끔찍한 악몽같다. 여기에 슈퍼맨같이 화려한 영웅따윈 없다. 그저 물약을 근검 절약하면서, 졸개 고블린A와 혼신의 승부를 벌이는 망자의 몸부림이 있을 뿐이다.
이 지독한 난이도는 가학적이고 터무니없어 보인다. 그러나 수없이 죽음을 겪고 화톳불(부활 포인트) 앞에 앉아 골똘히 전술을 짜다 보면 일말의 가능성이 보인다. 다시 기합을 넣고 머릿속에 지형지물을 복기하면서 적 하나하나 전력을 다하다 보면 길이 열린다.
천신만고 끝에 하나의 스테이지를 정복을 했을 때의 기분은 짜릿하다. 성취감이 최고의 게임성이란 진리를 깨우친 게이머들은 그렇게 하나둘씩 모여 두터운 팬층을 형성했고, 결국 '소울'이라는 단어를 붙인 하나의 장르(Souls-like)가 탄생하기에 이르렀다.
◆레벨디자인
엄혹한 난이도와 더불어 정교한 레벨디자인은 '소울' 시리즈의 완성도를 떠받들고 있는 양대 기둥이다. 불청객을 단칼에 베는 황금기사의 성, 독두꺼비들이 우글대는 하수구, 양뿔 데몬들이 거닐고 있는 불지옥 등 멋진 무대들이 유기적으로 이어져 있다.
이런 호기심을 자극하는 던전들은 괴팍한 게임성과도 잘 맞아떨어진다. 온갖 고초를 겪으며 하나의 구역을 정복하고 낯선 풍경을 맞닥뜨렸을 때, 아이템 보상과는 차원이 다른 감동이 있다. 절망적이면서도 아름다운 판타지 세계를 여행하는 것 자체가 고행(苦行)의 보상으로서 강력한 동기부여가 되는 것이다.
◆문학적 상상력
이 어둡지만 매력적인 세계관을 가능케한 원천은 뭘까? 필자가 주목한 점은 '소울' 시리즈의 아버지, 미야자키 히데타카이다. 어릴 적부터 그는 판타지 소설에 심취한 문학 소년이었다. 이후 프롬소프트에 입사해 '아머드코어', '다크소울' 시리즈 등 걸출한 3D 작품들을 일궈내며 하나의 독특한 작풍(作風)을 지닌 감독으로 인정받게 된다.
게임이든 영화든 모든 영상 콘텐츠의 근간이 되는 장르는 문학이다. 비주얼 이전엔 창작자의 자유로운 상상력이 구현된 텍스트가 있는 법이다. '소울' 시리즈의 탄탄한 세계관에는 그의 문학적 상상력이 가장 큰 바탕이 됐을 것이다. 특히 절제된 연출, 불친절한 스토리텔링은 미야자키 작품의 특징으로 가장 주목할 점이다. 이것은 이용자가 참여해 스스로 스토리를 완성하는 게임 본연의 목적(interactive)과 훌륭한 조화를 이룬다.
최신작 '엘든링'에서 그가 동경했던 작가이자, 판타지 소설의 대가인 조지 RR 마틴과의 협업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이 두 거장이 오픈월드란 장르의 캔버스에서 또 얼만큼 멋진 판타지 세계를 그려낼지 사뭇 기대가 크다. '소울' 시리즈에서 역대급이 될 거라는 미야자키 감독의 말은 충분한 설득력이 있다.
팬들 또한 '엘든링'이 소울라이크 장르의 역사 끝에서 가장 빛나는 걸작이 될 거라고 굳게 믿고 있다. 작년 말, 50년 게임역사에서 가장 위대한 게임으로 '다크소울' 1편이 뽑혔다. '엘든링'이 과연 이를 넘어설 수 있을지 지켜보는 것도 또 하나의 흥미로운 점이 될 듯 하다(2021년, 골든조이스틱 어워즈).
이원희 기자 (cleanrap@dailygam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