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쾌하게 적을 쓸어버리고 전장을 누비는 재미가 특징인 '무쌍' 시리즈도 벌써 20년이 넘는 역사를 맞이했습니다. 오랜 사랑을 받고 있는 이 액션 장르를 분석하고 그 핵심 재미를 알아보겠습니다.
◆화려한 역사의 시작
전략 시뮬레이션 '삼국지' 시리즈로 유명한 코에이(現 코에이 테크모) 산하에는 액션 작품을 담당하는 개발팀이 있습니다. 오메가 포스는 2000년 이전까지 제작한 게임들이 좋지못한 흥행을 기록해, 당시 어려운 상황에 놓였습니다. 그들이 벼랑끝 심정에서 만든 '진 삼국무쌍'은 '무쌍' 시리즈의 화려한 시작을 알리는 것이기도 했습니다. 기념비적인 이 타이틀의 발매는 당시 새로운 콘솔 기기인 PS2의 성능을 십분 발휘해, 차세대 3D 액션게임의 새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대학교 신입생이던 필자는 이 게임을 접했던 추억이 아직도 머릿 속에 생생합니다. 광활한 무대를 누비며, 황건적들을 쓸어버리는 쾌감은, 마치 일기당천의 조자룡이 된 것 같은 느낌을 들게 했죠. 수십 명의 개성 넘치는 무장을 모으고 직접 육탄전으로 삼국지의 스토리를 만끽하는 재미는 최고의 흥행 포인트였습니다.
이후 '삼국무쌍' 시리즈는 20년이 넘는 세월을 이겨내며, 액션 장르의 주역으로 당당히 자리매김했습니다.
◆편안한 즐거움을 주는 컴포트 푸드같은 장르
오랜 시리즈가 갖고 있는 고질적인 문제점은 '무쌍' 시리즈에서도 찾을 수 있습니다. 거점 위주의 땅따먹기식 일변도의 전개, 단조로운 스테이지 구성 등 여러 단점이 있습니다. 오랜 역사에 비해 발전이 더디다는 지적도 많았죠. 필자 또한, 한 때는 이 장르가 매너리즘에 봉착해 수명이 짧을 수밖에 없다는 냉소적인 판단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그 생각이 틀렸다고 자백하고 싶습니다. 왜냐하면 필자 또한 일과 후 느긋하게 '무쌍' 한 판을 즐기는 아저씨가 됐으니 말이죠. 음식 중에 컴포트 푸드(Comfort food)가 있습니다. 삼겹살이나 아이스크림같이 기쁨과 편안함을 주고 스트레스 해소에도 도움이 되는 음식들을 가리킵니다. 필자는 '무쌍' 시리즈도 비슷한 이치라 봅니다.
부담없이 적들을 쓸어버리면서 느긋하게 육성의 재미를 느끼는, 이 편안한 액션 장르는 컴포트 푸드와 꽤 닮은 점이 있습니다. 'LoL'의 팀플레이에 따르는 스트레스나, 한 치의 실수도 용납하지 않는 소울라이크 장르의 긴장감과는 다른 차원의 즐거움이라 볼 수 있죠.
바로 이 점이 '무쌍' 시리즈가 오랫동안 사랑받는 핵심 재미라고 필자는 생각합니다. 물론 허술한 점도 분명 있지만, '무쌍' 본연의 재미가 주는 행복감은 충분히 인정 받을만 하다고 생각합니다.
◆언제나 반가운 컬래버레이션
'원피스'나 '젤다', '드래곤 퀘스트' 등 인기 IP와 컬래버를 이루고, 독특한 재미와 육성 시스템으로 무장한 외전격인 작품들이 나오면서, '무쌍' 장르의 가능성은 아직도 꿈틀거리고 있습니다. 이번 '무쌍' 시리즈의 최신작인 '풍화설월 무쌍'도 필자를 포함한 많은 '무쌍' 팬들을 기쁘게 하고 있죠. 많은 게이머분들도 퇴근 후 '무쌍' 한 판을 인생의 활력소로 삼으시기를 바라며 이만 글을 마치겠습니다.
정리=이원희 기자(cleanrap@dailygam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