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층 향상된 캐릭터 커스터마이징 옵션
이번 비공개 테스트에서는 야만용사, 로그, 마법사 3종의 클래스를 체험할 수 있었다. 강령술사와 드루이드는 체험이 불가능했으며, 25레벨(최고 레벨 100)까지 플레이 가능했다.
캐릭터 선택 화면은 '디아블로2'를 연상케 한다. 어두운 배경에 모닥불이 펼쳐져 있으며 음산한 분위기와 배경 사운드가 과거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단, 캐릭터 외형은 전작들에 비해 한층 사실적이고 세밀하게 묘사됐다. 특히 얼굴 클로즈업시 실사에 가까운 모습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블리자드는 '디아블로4'를 통해 다양한 캐릭터 커스터마이징 옵션을 제공한다. 얼굴이나 머리 색뿐만 아니라 문신과 얼굴 분장 등을 다양하게 지원해 이용자 기호에 맞게 연출 가능하다. 문신과 얼굴 분장은 다소 괴기스런 옵션만을 제공하는데, 이는 호러 느낌을 강조한 제작진의 의도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기본 제공 옵션에 추후 아이템 장착에 따른 외형 변화까지 감안하면 '디아블로4'의 캐릭터 꾸미는 재미는 전작들보다 한층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다시 어둠으로', 전작보다 더 어두워진 배경
조 셸리 '디아블로4' 게임 디렉터는 이번 비공개 테스트에 앞서 진행된 개발자 프레젠테이션을 통해 "더욱 어두워진 분위기의 '디아블로4'를 만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다시 어둠으로' 간다는 기조 아래 암울한 세계를 배경으로 한 호러 판타지에 가깝다"며 "성인을 위한 게임이 될 것이다. 확실히 아이와 함께 즐길 수 있는 게임은 아닐 것"이라고 게임의 분위기에 대해 설명한 바 있다.
이같은 제작진의 의도는 게임 초반부에 고스란히 드러난다. 캠페인 진행 과정에서 사람이나 동물의 내장이 시뻘건 피와 함께 그대로 노출되는 등 음산한 분위기가 이어지는 것. 음산하면서도 암울한 느낌을 주는 배경음악과 까마귀 우는 소리 등의 효과음은 피튀기는 비주얼과 잘 어우러진다.
◆블록버스터 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을 주는 방대한 분량의 컷신
'디아블로4'에서 인상적이었던 점 중 하나는 한층 방대해진 분량의 시네마틱 영상과 컷신이다. 오프닝 시네마틱 영상의 길이가 전작들뿐만 아니라 다른 게임들과 비교해도 훨씬 긴 느낌이다. '디아블로2'의 경우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퀄리티의 시네마틱 영상으로 화제를 모은 바 있지만 길이가 그렇게 길지는 않았으며, 각 액트를 클리어할 때 등 매우 제한적인 영상을 삽입한 바 있다. '디아블로4'의 경우 오프닝 영상만 해도 그 길이가 '디아블로2' 전체 컷신과 비교해야 할 정도로 분량이 늘어났다. 이번 비공개 테스트 클라이언트의 용량이 무랴 80Gb를 넘겼는데, 상당 용량이 시네마틱 컷신에 할애된 것으로 보인다.
시네마틱 영상 외에도 다양한 인게임 연출이 돋보인다. 특정 조건이 만족되면 캐릭터가 클로즈업되면서 화려한 연출이 이어진다. 높은 퀄리티와 방대한 분량의 컷신과 인게임 연출을 통해 스토리 전개가 보다 입체적으로 진행된다. 인게임 화면과 인게임 클로즈업 연출, 컷신 진행이 서로 이질감 없이 상호 연결돼 높은 몰임감을 제공한다.
'디아블로4'의 스토리 진행은 단순하지 않다. 게임의 극초반부임에도 불구하고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데, 수준 높은 시네마틱과 인게임 연출과 어우러져 몰입감이 상당히 높다. 이에 대해 디니 맥머니 '디아블로4' 시니어 게임 디자이너는 "스토리 캠페인이 직선적이지 않다. 스토리에 분기가 있고, 주인공이 떨어지기도 한다. 여러 개 목표를 달성해야 특정한 적을 만날 수 있기도 하고, 결국 모든 스토리 퀘스트를 완료해야 결말 만날 수 있지만, 캠페인도 전체 스토리의 일부일 뿐"이라며 방대한 스토리 구성에 대해 설명했다.
◆시리즈 마니아라면 친숙한 몬스터와 NPC…그게 전부는 아냐!
'디아블로4'의 초반부는 마치 '디아블로2'를 처음 플레이하던 시절의 느낌을 준다. 게임 전반에 깔린 음산한 분위기뿐만 아니라 처음 등장하는 몬스터들이 '디아블로2'와 동일하기 때문이다. 영문판 기준으로는 '디아블로2'에서와 이름이 완전히 동일한 적들을 '디아블로4' 초반부에 다수 만날 수 있다. 전작에 비해 한층 묘사 수준이 높아졌지만 전혀 이질감 없이 과거 느낌을 잘 살려 '디아블로2'를 플레이한 경험이 있는 이들이라면 친근함마저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조 셸리 디렉터는 "전작에서 반응이 좋았던 부분을 더욱 발전시킬 예정"이라고 밝혔다. 초반부 게임 분위기와 배경, 몬스터, 캐릭터의 빠른 움직임 등은 '디아블로2'에서 대거 계승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몬스터뿐만 아니라 '디아블로' 시리즈에 꾸준히 등장하는 NPC와 보스 몬스터 또한 '디아블로4'의 수준에 맞게 한층 업그레이드된 모습으로 등장한다. 특히 '디아블로4' 스토리의 중심 축을 담당하는 증오의 딸 릴리트는 단순한 보스 몬스터라기 보다는 한 명의 핵심 인물로 외형이 화려하고 세밀하게 묘사될 뿐만 아니라, 다양한 대사로 성격까지 입체적으로 구현됐다.
조 셸리 디렉터는 "타락 천사 말티엘이 쓰러지고 시간이 흘러 암울해진 세상에서 극단적인 상황을 맞은 인간이 릴리트를 소환한다. 바로 그 릴리트의 행적을 쫓는 것이 '디아블로4'의 주요 스토리"라며 "스케일이 전작에서 보지 못한 수준으로 파란만장하다. 세계와 주민들을 진지하게 다루고, 인간적이고 불완전한 인물들의 이야기를 어느 때보다 크고 열려있는 성역의 세계를 배경으로 다룰 것"이라고 말했다.
◆스킬 트리, 아이템 체계도 '디아블로2' 분위기 물씬
전투는 난이도 선택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가장 쉬운 난이도로 초반부를 진행할 경우 '디아블로2'와 비슷한 난이도로 느껴졌다. 마법사로 게임 진행 시 한 번의 스킬 사용으로 적의 체력을 거의 바닥낼 수 있는 정도이며, 중간 보스의 경우 포션의 힘을 빌어 혼자 공략하기 어렵지 않은 정도였다. 레벨이 오르면 원하는 계열의 스킬을 찍어나가야 하는데 역시 '디아블로2'에서의 스킬 트리와 유사한 느낌을 준다.
아이템이나 골드 떨어지는 소리, 물약이나 쉬라인 사용하는 사운드도 '디아블로2'와 거의 동일하다.
'디아블로4'의 아이템 체계 또한 전작들과 동일하다. 노멀(흰색), 매직(파랑), 레어(노랑), 레전더리(주황), 유니크(금색) 순으로 능력치가 강력해진다. 다만 아쉬웠던 점은 이번 테스트에서 게임 초반부만 진행 가능했던 탓에 제대로 파밍의 재미를 느끼기 어려웠다는 점이다. 정식 출시 이후 후반부까지 게임을 진행할 수 있게 되면, 많은 이용자들이 득템을 위해 밤을 지새지 않을까 싶다.
◆첫인상은 합격점…후반부 콘텐츠가 더 기대된다
사실 '디아블로' 시리즈를 오래 즐겨온 이용자라면 이번 체험기가 만족스럽지는 않을 것 같다. 만렙을 찍고부터가 시작인 '디아블로' 시리즈에서 초반부는 스토리 감상을 위해 거쳐가는 구간일 뿐이기 때문.
다만 시리즈 마니아들로부터 가장 인기가 있던 '디아블로2'와 여러 부분에서 유사한 시스템을 한층 높은 퀄리티로 구축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디아블로4'에 대한 기대감이 더욱 커질 수 있을 것 같다.
'디아블로' 시리즈는 이후 출시된 많은 RPG에 큰 영향을 끼친 핵앤슬래시 RPG의 교과서와도 같은 작품이다. '디아블로' 시리즈의 정통 후속작 '디아블로4'에 많은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 베일을 벗은 '디아블로4'의 정식 출시를 손꼽아 기다릴 이들이 늘어날 것 같다.
이원희 기자 (cleanrap@dailygam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