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분기 실적 발표에서 주요 게임사 10곳 중 흑자를 기록한 곳은 한 군데도 없다는 점은 코로나 특수의 종료 이후 불어닥치는 불황을 여실히 드러낸다. 4분기 불황 속에서도 넥슨(대표 오웬 마호니)는 매출 3조 원대를 기록하며 견조한 실적을 유지했지만, 넷마블(대표 권영식, 도기욱)은 역대 최대 매출을 기록했음에도 연중 내내 적자를 기록했다.
◆ 업계 불황 속에도 견조한 실적…넥슨, 크래프톤, 엔씨소프트
국내 주요 게임사 10곳의 지난해 실적을 정리하면 4곳(넥슨, 크래프톤, 엔씨소프트, 네오위즈)은 흑자를 기록했지만, 6곳(NHN, 컴투스, 펄어비스, 위메이드, 카카오게임즈, 넷마블)은 적자를 기록했다. 이 중 1000억 원이 넘는 연간순이익을 기록한 곳은 넥슨, 크래프톤, 엔씨소프트 3곳이다.
넥슨은 지난해 매출액 3 346억 원을 기록하며 국내 게임사 중 가장 높은 매출액을 기록했다. 연간 순이익은 9629억 원으로 전년대비 13% 가량 감소했지만 비교적 견조한 실적을 유지했다. 넥슨은 지난해 모바일게임 매출이 전년대비 41% 증가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출시한 '던전앤파이터 모바일', '히트2' 등 모바일 신작이 시장에서 인기를 끌면서 모바일 매출 성장에 기여한 것으로 보인다.
넥슨은 올해도 인기 IP를 활용한 신작들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넥슨은 '카트라이더' IP를 활용한 '카트라이더: 드리프트'를 1월 출시했을 뿐 아니라, 올해 중으로 '마비노기 모바일'을 출시할 계획이다. 이외에도 '프라시아 전기', '퍼스트 디센던트' 등 다양한 신작을 통해 성장을 이어나가겠다고 밝혔다.
다음으로 높은 연간실적을 기록한 곳은 크래프톤(대표 김창한)이다. 크래프톤은 지난해 연매출 1조8540억 원으로 5번째 매출 순위를 기록했지만, 연간순이익 5001억 원을 기록하며 2위에 올랐다. 크래프톤 실적의 배경에는 '배틀그라운드'의 무료화 전환이 큰 영향을 끼쳤다. 크래프톤은 '배틀그라운드' 무료화 전환 이후 4500만 명의 신규 이용자가 늘어났으며, PC 온라인게임 분야 매출이 16.7% 가량 증가했다고 밝혔다.
크래프톤은 컨퍼런스 콜을 통해 올해 퍼블리싱 역량 강화에 집중하겠다는 방침이다. 올해 대형 기대작 출시 예정은 없지만, 서비스 중인 게임 콘텐츠들을 개선하고 성장구조를 구축하면서 퍼블리싱 게임을 추가할 계획이다. 이외에도 AI·딥러닝 기술을 활용한 신규 기술을 통해 이용자들의 게임 환경 개선 및 게임 제작 효율성 증대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연간순이익 3위는 엔씨소프트(대표 김택진, 이하 엔씨)이다. 엔씨는 연매출 2조5718억 원을 기록하며 세 번째로 높은 매출을 기록했으며, 연간순이익 4526억 원을 기록하며 전년대비 14.4% 증가했다. 엔씨는 지난해 특별한 신작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리니지' 시리즈가 꾸준히 모바일 시장에서 높은 매출을 기록했다.
다만 엔씨의 모바일게임 매출은 지난해 1분기 이후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오히려 PC 온라인게임에서 매출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엔씨는 올해 상반기 신작 '쓰론앤리버티(Throne & Liberty)'를 출시한다고 밝혔다. '쓰론앤리버티'는 PC와 콘솔 플랫폼으로 출시되지만 모바일 스트리밍 플레이를 즐길 수 있다.
◆ 한파 직격 맞은 3곳, 넷마블, 카카오게임즈, 위메이드
연간실적에서 연간순손실 1000억 원을 넘긴 게임사는 넷마블, 카카오게임즈, 위메이드 3곳이다.
특히 넷마블(대표 권영식, 도기욱)은 연간 매출액 2조6734억 원으로 역대 최고 매출을 기록했지만, 연간 순손실 9064억 원으로 가장 높은 적자를 기록했다. 또한 지난해 1분기 적자를 시작으로 지속적인 적자를 기록했다. 특히 영업비용에서 지급수수료만으로 1조 원이 넘는 금액이 사용됐다. 외부 IP 활용이 높은 카카오게임즈의 3794억 원 대비 약 2.5배에 달하는 금액이다.
이에 넷마블은 올해 2분기부터 자체 IP를 활용한 신작들을 통해 반등을 노릴 계획이다. '모두의마블2: 메타월드', '세븐나이츠 핑거(가제)' 등 자체 IP를 활용한 신작을 준비 중에 있으며, 이외에도 총 9종의 게임을 출시할 예정이라 밝혔다. 또한 '제2의나라:크로스 월드', '샵타이탄' 등 4종의 중국 판호를 발급 받아 현지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카카오게임즈는 지난해 '오딘: 발할라 라이징'의 글로벌 확장 및 '우마무스메' 런칭 성과에 힘입어 전년대비 13.35% 상승한 연매출 1조1476억 원을 기록했다. 다만 4분기에 '라이온하트' 지분 인수 대가 확정에 따른 비용 처리 등으로 인해 2677억 원의 손실이 발생하면서 연간 순손실 1641억 원을 기록했다.
카카오게임즈는 올해 글로벌 확장으로 발을 나선다. IP 중심의 투자는 유지하면서 글로벌 시장 진출을 통해 성장을 이어나가겠다는 방침이다. 카카오게임즈는 컨퍼런스콜을 통해 올해 출시한 '에버소울'을 3분기에는 일본 시장에 출시하고, 인기작 '오딘: 발할라 라이징'을 일본과 북미유럽 시장에 출시할 계획이라 밝혔다.
위메이드(대표 장현국)는 지난해 1239억 원의 손실을 기록하며 3번째로 높은 연간 순손실을 기록했다. 위메이드는 지난해 전년대비 36.9% 상승한 4586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지만, 금융자산 평가 및 처분손실 등의 반영으로 적자전환했다. 위메이드는 지난해 블록체인 플랫폼의 침체와 위믹스(WEMIX)의 상장폐지로 인해 지속적인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올해 분위기는 달라졌다. 위메이드는 가상화폐 위믹스가 재상장됐으며, 최근 출시한 '미르M'의 글로벌 버전의 성과에 힘입어 1분기부터 흑자 전환을 자신하고 있다. 장현국 대표는 컨퍼런스콜을 통해 "올해 1분기 내로 흑자전환을 달성할 것"이라며 자신을 내비쳤다. 또한 '미르의 전설' 시리즈의 중국 서비스를 준비 중이며, '나이트 크로우', '레전드 오브 이미르' 등 다양한 신작을 출시할 계획이라 밝혔다.
이학범 수습기자 (ethic95@dailygam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