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L'의 베타 테스트를 통해 엔씨소프트가 변화를 위해 기울인 노력들을 엿볼 수 있었다. 'TL'은 높은 수준의 그래픽, 확률형 뽑기 아이템이 사라진 BM, 실패가 사라진 강화 등 기존 엔씨소프트의 게임과 차별점들을 느낄 수 있었다. 다만 테스트를 통해 아쉬운 점도 드러났다. 패링, 자유 클래스 등의 새로운 시스템은 게임에 보다 잘 녹여낼 여지가 있어 보이며, 최적화 작업도 더 필요해 보인다.
먼저 'TL'의 가장 큰 강점은 높은 수준의 그래픽이다. 방대한 오픈월드를 변신 시스템을 활용해 공중, 지상, 심지어 수중까지도 이동하면서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다. 특히 게임 내에서 바람이 불거나, 비가 오는 등 다양한 환경 요소가 게임에 반영되는 것을 체험할 수 있었다.
게임 연출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인 모습이다. 'TL'의 기본적인 진행은 메인 스토리 '코덱스'를 통해 진행되는데 이야기 진행에 따라 확인할 수 있는 다양한 연출과 내레이션으로 게임에 대한 몰입감을 높였다. 주요 장면마다 등장하는 2D 일러스트는 이야기에 대한 깊은 여운을 남길 뿐 아니라, 이후 진행되는 이야기에서 이전 사건을 단번에 떠올릴 수 있는 단초가 됐다.
캐릭터 생성 단계에서의 커스터마이징은 이용자들이 자유롭게 캐릭터를 꾸밀 수 있도록 다양한 옵션이 지원됐다. 사진을 넣으면 자동으로 커스터마이징을 제공하는 시스템도 도입됐다. 다만 이미지를 통한 자동 커스터마이징 기능이 훌륭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세부 사항을 일부 조정해서 완성시켜야 한다.
가장 큰 주목을 받은 BM은 'TL'의 지향점을 확연히 드러냈다.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다는 엔씨소프트의 발표처럼 해외 이용자들이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확률형 아이템은 상점에서 찾아볼 수 없었다.
'TL'의 상점에는 확률형 아이템을 얻을 수 있는 뽑기 요소가 없고, 대신 게임을 즐기면서 다양한 보상을 획득할 수 있는 시즌패스와 성장패스가 자리를 차지했다. 패스권을 통해 얻을 수 있는 변신과 아미토이는 외형 변경이나 편의를 제공하는 요소에 가까우며, 상점에서 정해진 가격에 구매할 수도 있다.
물론 수집 효과로 인해 캐릭터에 미치는 영향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다만 수집을 통해 제공되는 효과가 경험치 획득량 증가, 보유 무게 증가, 이동 속도 증가 등으로 전투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는 효과라고 보기 어렵기 때문에, 이용자들이 갖는 과금 부담이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장비 강화는 확률로 성공과 실패가 갈리는 것이 아니라, 확률에 따라 재료를 소모해 장비를 성장시키는 방식이다. 레벨이 오를수록 성장에 요구되는 재화는 늘어나지만, 실패로 인해 장비가 파괴되지 않는다. 장비 성장에 소모되는 재화는 하급, 중급, 상급, 특급 총 4가지로 높은 등급의 재화일수록 많은 장비 경험치를 제공한다.
'TL'은 기존 MMORPG와 차별점을 갖는 다양한 전투 요소가 추가됐다. 가장 눈에 띄는 전투 시스템은 '반격' 스킬이다. 적의 공격에 맞춰 정해진 순간에 반격 스킬을 사용하면 적에게 상태 이상을 부여할 수 있다. 또한 수동으로만 반격을 발동시킬 수 있으며, 보스전에서는 반격 사용이 사용이 필수적으로 요구된다.
'TL'은 직업 구분 없이 주무기와 보조무기를 상황에 따라 바꾸면서 사용하는 것이 특징이다. 주무기로 대검을 사용하면서, 보조무기로 지팡이를 사용할 수 있다. 두 무기의 스킬이 재사용 대기시간을 공유하지 않아 적극적으로 무기를 교체하면서 다양한 스킬을 발동시키는 것도 가능하다.
다만 두 가지 'TL'의 특색있는 전투 시스템이 아직 게임에 완벽하게 녹아든 모습은 아니다. 레벨을 올리기 위해 자동사냥 기능을 이용할 때도 일부 몬스터들의 공격을 막기 위해 반격을 사용해야 한다. 이용자의 편의를 위해 만들어진 자동사냥 기능이 반격 시스템과 결합되면서 지켜봐야 하는 지루한 상황이 연출됐다.
또한 두 가지 무기를 사용할 수 있지만 자유롭게 무기를 사용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무기의 종류에 따라 제공되는 능력치가 다르기 때문에 장검과 양손검, 지팡이와 마법봉 과 같은 구조로 선택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주무기로만 진행해도 충분히 전투를 수행할 수 있기 때문에, 보조무기로 변환해야 하는 필요성을 느끼기 어려웠다.
'TL'은 높은 수준의 그래픽으로 몰입감있는 이야기를 전달하고, BM 등 다양한 요소를 개선하고자 하는 의지가 돋보인다. 다만 아직 개발이 완료된 상황이 아닌 만큼 개선해야 할 부분도 분명 없지 않다.
'TL' 개발진은 '베타 테스트를 마치며'라는 글을 통해 이용자들에게 "게임의 근본적인 방향성부터 콘텐츠의 작은 디테일까지, 다양한 지점에서 우리의 문제를 바라볼 수 있었다"며, "테스트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이며, 이 기회를 빌어 한 층 성장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베타 테스트를 통해 얻은 이용자들의 피드백으로 정식 출시에서 발전된 'TL'을 확인할 수 있을지 기대해본다.
이학범 기자 (ethic95@dailygam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