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창 재미있게 게임을 즐기고 마무리하면서 허전함을 느낀 적은 없는가. 게임을 하는 동안은 즐겁지만 게임을 마치는 순간 찾아오는 일상의 무게는 때때로 버겁게 느껴질 때가 많다. 이는 게임을 하는 동안은 쉽게 몰입 상태에 빠지지만, 일상에서는 몰입을 유지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이다.
심리학자 미하이 로버트 칙센트미하이는 "삶을 훌륭하게 가꾸는 것은 행복감이 아니라 깊이 빠져드는 몰입"이라 주장한다. 인간은 몰입 상태에 돌입했을 때 가장 행복할 수 있으며, 행동의 최대 효과도 발휘할 수 있다는 것.
이에 따르면 게임을 종료하면서 생기는 허탈감은 몰입 상태가 해제되면서 찾아오는 것이다. 게임은 이용자가 몰입하게 만들어 행복감을 쉽게 느낄 수 있도록 돕는다. 그렇다면 게임처럼 일상도 몰입할 수 없을까? 일상을 게임처럼 재미있게 만들 수는 없을까? 이런 간단한 질문에서 게이미피케이션은 시작한다.
◆게이미피케이션이란?
게이미피케이션이은 2002년 영국의 닉 펠링(Nick Peling)에 의해 처음 사용된 용어로, 2011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게이미피케이션 서밋(Gamification Summit)' 이후 사람들에게 알려지기 시작했다. 단어 자체는 '게임(Game)'과 '~화(fication)'가 합쳐진 것으로, 국내에서는 '게임화(Gamification)'라는 말로 사용되기도 한다.
게이미피케이션은 게임이 아닌 분야에서 문제 해결, 지식 전달, 행동 및 관심 유도 등을 위해 게임적인 사고와 기법을 적용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말한다. 게이미피케이션의 목표는 게임의 요소들을 활용해 행동에 이용자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는 것이다.
게임에는 일정한 규칙이 있고, 진행 과정을 통해 이후 얻어지는 결과물을 예측할 수 있다. 행동을 통해 얻어지는 결과를 얻기 위해 이용자들은 자발적으로 게임의 규칙을 따라 행동하고, 게임은 능숙한 플레이를 위해 추가 기능과 성장할 수 있는 단계별 난이도가 제공된다.
게이미피케이션은 이러한 게임이 가진 요소들을 다양한 일상 생활에 적용시키는 것이다. 업무에 게임적 요소를 활용해 지속적인 활력을 제공하고, 학생에게 보상을 통해 학습 동기를 부여하기도 한다. 해외에서는 게이미피케이션을 통해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등 다양한 응용 사례가 나오기도 했다.
◆어떻게 참여를 유도하는가
게이미피케이션은 크게 세 가지를 통해 일상 생활에 적용된다. 먼저 행동의 과정에 대해 피드백을 주고, 개선사항을 알려주는 것이다. 게임은 튜토리얼로 초반 규칙을 상세히 알려줄 뿐 아니라, 단계별 난이도를 통해 추가적인 기능을 제공하고 보다 능숙한 플레이가 가능하도록 한다. 게이미피케이션도 이용자들의 행위가 단순히 반복되는 것이 아니라, 추가적인 향상을 가져올 수 있도록 조언하는 것이 중요하다.
다른 이용자와의 비교를 통해 경쟁 구도를 만드는 것도 게이미피케이션의 방법 중 하나다. 게임의 PvP 시스템이 이용자들의 행동을 자극시키듯, 일상 생활의 다양한 부분에 경쟁 요소를 도입함으로써 행동을 지속할 수 있는 이유를 마련해준다.
마지막으로 포인트를 획득하거나, 레벨을 올리는 등 행위에 대한 보상체계를 만드는 것이다. 보상을 통해 행동으로 얼마나 성장했는지 확인할 수 있게 만들어줄 뿐 아니라, 행동에 대한 추가적인 이점을 제공함으로써 이용자들이 행위를 해야 할 동기를 강하게 끌어올리는 역할을 한다.
◆레벨과 보상만 주면 게이미피케이션?
그렇다면 단순히 도전 과제를 주고, 행동에 따라 레벨을 제시한다면 게이미피케이션이라 할 수 있을까?
이용자에게 제공되는 포인트나 배지가 게이미피케이션의 핵심이라는 잘못된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하지만 포인트나 배지를 넣는다고 이용자의 적극적인 참여가 유도되는 것은 아니다. 보상은 수단이지 목적이 아니다.
앞선 세 가지가 모두 게이미피케이션에 해당하지만, 단 한가지만 적용됐더라도 게이미피케이션의 구조를 가졌다고 할 수 있다. 게이미피케이션의 핵심은 방법이 아니라 적극적인 참여라는 결과물이며, 행동에 동반되는 재미 요소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무작정 게임적 요소를 다른 행위에 접목시키는 것은 올바른 게이미피케이션 활용 방법이 아니다. 게임의 요소를 분석하고, 이용자들의 요구를 파악해 어떤 지점에서 만족시킬 수 있는 지점에서 게이미피케이션을 적용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게이미피케이션은 기능성 게임은 아니다
게이미피케이션이 국내에 소개된 초기에는 특정 분야에 도움을 주는 게임인 기능성 게임과 많이 혼용되기도 했다. 하지만 두 가지는 차이점을 가지고 있다.
기능성 게임은 사회적 기여를 목적으로 만들어진 게임, 혹은 기존의 게임에 특별한 목적을 부여해 게임에 새로운 기능을 더하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마인크래프트'를 교육 분야에서 활용하는 것, 자판을 익히기 위해 만들어진 '한컴 타자연습' 등이 이에 해당한다.
게이미피케이션은 게임적 요소를 활용하지만 어디까지나 행위가 전개되는 공간은 일상이다. 따라서 게임의 형태보다는 일상 속에서 구체적인 행동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 정리하면 기능성 게임은 일상에 도움을 주는 게임을 말하지만, 게이미피케이션은 게임적 요소를 활용한 일상이라 할 수 있다.
◆일상을 게임처럼 재미있게!
게이미피케이션에는 일상을 게임처럼 재미있게 만든다는 원칙이 전제돼 있다. 게임적 요소를 활용해 재미를 더한다면 다양한 분야에서 적극적인 이용자들의 참여를 이끌어 낼 수 있다. 또한 몰입이라는 게임의 긍정적인 효과에 주목했다는 점에서 게임이 가진 부정적인 이미지 완화에도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게이미피케이션이 성공을 위한 만능 열쇠로 여겨지는 것은 금물이다. 게이미피케이션 기법은 성공을 위한 효율적인 방법이 될 수는 있지만, 성공을 위해서는 많은 조건과 설계가 뒷받침돼야 한다. 많은 전문가들은 게이미피케이션이 시사하는 바를 잘 파악하고, 이용자들의 수요에 맞는 서비스를 제공이 중심이 돼야 한다고 말한다.
게이미피케이션이 시사하는 바는 게임적 요소를 활용한 몰입과 재미는 일상 문제 해결에도 유용하다는 점이다. 뿐만 아니라 경험 자체가 하나의 서사적 과정으로 인식돼 결과물에 대한 애착을 형성시키고, 사례를 통한 행동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게이미피케이션의 확산으로 게임처럼 즐거운 일상이 늘어나기를 기대해본다.
이학범 기자 (ethic95@dailygam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