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게임의 레이드, 협동 콘텐츠를 원만하게 즐기기 위해서는 좋은 파티원을 만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파티원의 스펙, 능력치를 확인하는 일명 '군장검사'를 진행하지만, 좋은 파티원을 만나는 가장 좋은 방법은 함께 게임을 즐겨본 사람을 파티원으로 영입하는 것이다.
게임으로 일상을 변화시키는 게이미피케이션의 효과가 입증되고 있는 가운데, 마치 파티원을 구하듯이 게임을 통해 채용을 진행하는 게이미피케이션 채용 방법이 주목을 받고 있다. 게이미피케이션 채용 프로그램은 게임을 통해 사람의 현재 역량 뿐 아니라 앞으로 발전할 수 있는 잠재력까지 확인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최근 채용 시장에서 새로운 채용 방법으로 대두되고 있다.
게임을 통한 채용은 어떻게 진행되고, 어떤 면에서 효과적일지 직접 체험해봤다. 체험 프로그램은 한국게임화연구원에서 서비스 중인 '벤치마크 게임즈'와 '오위위' 2종으로, 현재 국내에서도 정식 출시돼 이용 가능한 서비스다.
◆가벼운 퍼즐형 게임, 벤치마크 게임즈
'벤치마크 게임즈'는 게임을 통해 사람의 성향을 분석하는 게이미피케이션 채용 솔루션이다. '큐리오시티', '도토', '멀티태스크', '소토리(Sortory)' 총 4가지 게임으로 각 게임으로 다른 능력을 분석할 수 있으며, 면접 진행자 뿐 아니라 응시자에게도 평가 결과를 확인할 수 있는 간단한 보고서가 제공된다. 기자를 포함한 데일리게임, 데일리e스포츠 구성원들은 채용에 가장 많이 사용된다는 '큐리오시티', '도토', '멀티태스크' 3종을 직접 체험했다.
먼저 '큐리오시티'는 게임을 통해 어떤 결정을 내리고, 어려움에 직면했을 때 대처하는 방법을 확인하는 퍼즐형 게임이다. 응시자들은 단계별 장애물을 돌파하고 목적지까지 도달하는 퍼즐을 풀게 된다. '큐리오시티'는 분석적 사고력, 유연성, 업무 습득 능력, 인내력, 규칙 순응성 총 5가지 항목을 평가한다. 이를 통해 논리적 사고를 요구하는 스트레스 상황에서 업무 능력을 수치로 보여준다.
'도토'는 어떻게 의사결정을 하고, 예상치 못한 어려움을 어떻게 극복하는지 알아보는 제작형 게임이다. 응시자들은 마우스를 이용해 원하는 길이의 막대를 활용해 목표지점에 도달하는 구조물을 만들어야 한다. 물리법칙에 어긋나면 건물 구조 전체가 무너지기 때문에 신중함이 요구된다. '도토'로 확인 가능한 능력은 계획성, 문제 대처 능력, 창의력, 목표 지향성, 자기 혁신력 업무 지속력 총 6가지 항목이다.
'멀티 태스크'는 2개의 동시작업 능력을 평가하는 게임이다. 방향키로 중심을 잡으면서 화면에 나타나는 글자를 기억해 마우스로 클릭하는 등 각기 다른 3단계의 게임으로 구성됐다. 이를 통해 타이핑 속도, 타이핑 정확도, 단기 기억력, 작업 전환 빈도 총 4가지를 평가한다.
◆빠른 진행과 객관적인 수치 제공이 장점
데일리게임 기자들은 '벤치마크 게임즈'의 게임에서 각 항목마다 평균 8~9점대라는 높은 점수를 받았다. 기자들이 높은 점수를 기록한 것은 상대적으로 게임을 즐기지 않는 사람들보다 쉽게 게임에 익숙해진 까닭으로 분석된다.
본 기자는 '큐리오시티'를 통해 인내력은 9.8점이라는 높은 점수를 받았지만, 규칙 순응성에서는 5.6점이라는 낮은 점수를 기록했다. 단조로운 과업을 오랫동안 유지할 수 있지만, 업무의 표준이나 규칙을 제대로 준수하지 않는다는 것. 실제로 업무를 진행하면서 "업무를 정해진 규칙대로 하라"는 지적을 가장 많이 받았다.
도토를 통해서는 계획성 8.4점으로 높은 점수를 받았지만, 창의력은 2.6점으로 평가에 참여한 기자들 중 최하위 점수를 기록했다. 기획이나 특집을 진행할 때도 "참신하고 새로운 생각을 하라"는 지적을 많이 받았는데 그 이유가 나타난 셈이다.
멀티태스크 수치는 본 기자 포함 게임을 체험한 응시자들의 수치가 만점에 가까울 정도로 높게 나타났다. 다만 단기 기억력 항목은 전체적으로 낮은 수치를 보였는데, 응시자들은 해당 부분을 평가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게임이 영어로 진행되면서 오기입 사례가 자주 발생했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벤치마크 게임즈를 체험한 기자들 모두 '짧은 플레이 시간'을 최대 장점으로 꼽았다. 게임 이후 보고서가 빠른 시간 내에 제공될 뿐 아니라, 게임을 진행하는 시간이 짧기 때문에 채용 과정이 효율적이게 변할 것이라 평가했다.
응시자의 입장도 중요하지만 채용을 진행하는 채용 담당자의 입장도 중요하다. 결과지를 가지고 데일리게임 이택수 대표를 만나 결과에 대한 소견을 물었다. 이택수 대표는 "자신이 생각하는 기자들의 능력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새로운 면까지 볼 수 있어서 업무 배정에 도움이 된다"며, "각 항목이 객관적인 수치로 제공되 면접 이전에 평가하는 데에 용이할 것"이라 소감을 말했다.
◆드넓은 바다를 탐험하는 게임, 오위위
오위위도 게임을 활용한 채용을 지원하는 게임화 채용 솔루션이다. 웹 런처 방식의 텍스트형 어드벤처 게임으로 구직자가 자신의 영웅을 선택하고 판타지 지역을 탐험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응시자들은 명확한 정답이 없는 문제 상황에서 자신이 취할 행동을 선택하며 게임을 이어가야 한다.
총 11개의 지역의 탐험 에피소드로 구성됐으며, 지역별로 각기 다른 능력치를 평가하는 문제 상황이 제공된다. 응시자들은 자신의 캐릭터를 고르고, 각 에피소드에서 펼쳐지는 문제 상황에서 4가지 선택지 중에서 자신이 취할 행동과 절대 하지 않을 행동을 결정한다.
본 기자는 11개의 지역에서 진행되는 모든 테스트를 체험했다. 모든 테스트를 완료하는데 소요된 시간은 약 1시간 가량으로, 앞선 벤치마크 게임즈에 비해서는 긴 편에 속한다. 다만 채용을 진행하는 회사에서 필요한 항목만을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실제 평가에 소요되는 시간은 보다 적을 것으로 예상된다.
오위위를 통해 확인할 수 있는 능력은 책임감, 적응력, 의사결정, 기업가 정신, 변화 의지, 무결성, 학습 민첩성, 인력지원, 프로젝트 관리, 회복력, 팀워크 총 11가지로 게임 종료 후 면접 진행자와 응시자에게 평가 보고서가 제공된다.
◆모두에게 제공되는 자세한 행동 조언
오위위의 최대 강점은 면접 진행자와 응시자에게 앞으로 어떤 것을 하면 좋을지 지침을 제공한다는 점이다. 게이미피케이션 기능으로 이후 발전 방향성에 대한 조언을 통해 양측에게 모두 도움이 되는 기능이 마련됐다.
면접 진행자에게는 각 지원자의 보고서에서 해당 부문이 어떻게 변화될 수 있는지 자세한 결과가 제공된다. 특히 이후 진행되는 면접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평가 항목에 대한 예시 질문이 제공돼, 원활한 면접이 진행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응시자에게는 평가 항목별 수치에 대한 보고서 뿐 아니라, 부족한 부분을 보완할 수 있는 조언, 추천 강좌 등을 연계해주고 있다. 물론 해당 프로그램들이 무료로 제공되는 것은 아니다. 자연스러운 연계를 통해 보고서를 통해 자신의 부족한 부분이 수치로 나타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구매를 유도하고 있다.
본 기자는 대부분의 항목에서 80% 이상의 높은 점수를 기록했다. 다만 의사결정 능력은 58%라는 낮은 수치로 나타났는데, 해당 부분에 대해서 "다른 사람의 의견을 묻는 것을 주저하지 말고, 안정적인 의견을 선택하지 말고 새로운 조언을 받아들여라"라는 조언을 받을 수 있었다. 또한 링크드인과 연계된 의사결정 능력 강화를 위한 강좌도 추천받을 수 있었다.
오위위는 객관적인 수치의 보고서와 향후 행동 지침으로 이어지는 서비스 제공으로 면접 진행자와 응시자 모두에게 이점을 제공된다. 다만 부족한 부분도 있었다. 기존 서비스에서 새롭게 3개의 지역이 추가되면서 음성 지원 서비스가 제공되지 않았고, 일부 보고서의 양식이 나타나지 않는 등 안정적인 서비스가 제공되지 않았다. 보고서 제공 이후 추천되는 서비스도 영문 서비스이기 때문에 국내에 정착하기 위해서는 일부 보완이 필요했다.
◆게이미피케이션의 장점을 두루 갖춘 게이미피케이션 채용 솔루션
두 가지 게이미피케이션 솔루션을 경험하면서 게이미피케이션을 활용한 체험의 강점도 확인할 수 있었지만, 아쉬운 점도 일부 있었다. 응시자의 입장에서 해당 솔루션들은 어디까지나 게임이 아니라 채용 시험이다. '벤치마크 게임즈'의 퍼즐은 풀면서 난관에 봉착할 때 마다 낮은 점수를 우려하게 됐으며, '오위위'에서 문제 상황들은 출제 의도를 파악하고 최상의 답변을 찾는 시험의 느낌을 벗어나기는 어려웠다.
다만 이러한 한계는 어디까지나 메타적 우려에 불과하다. 두 가지 프로그램은 모두 응시를 위한 별도의 서류나 준비 기간이 필요하지 않다. 따라서 기존 채용이 가진 압박감과 비교한다면 두 가지 프로그램은 응시자의 스트레스와 부담을 줄이는 방법임이 틀림없다.
이번 체험을 통해 경험한 두 프로그램의 공통적인 장점은 게임을 활용해 빠른 시간 내에 응시자의 능력을 파악하고, 객관적인 수치가 제공된다는 점이다. 이는 채용 과정을 효율적이게 만들고, 객관적인 수치를 통해 채용 결과에 대한 근거를 제공함으로써 심사에 투명성을 더했다.
특히 응시자와 면접 진행자의 이후 행동을 유도한다는 점도 게이미피케이션이 가진 장점을 잘 드러내고 있다. 게이미피케이션의 강점은 이용자의 적극적인 행동을 자연스럽게 유도하는 것에 있다. 양측 모두에게 제공되는 보고서는 응시자가 약점을 보완하는데 사용되고, 채용을 진행하는 회사는 채용 이후 업무 배정에도 사용 가능하다. 탈락자들에게도 발전을 위한 조언이 제공된다는 점에서 게이미피케이션의 장점을 활용한 훌륭한 사례로 보인다.
이학범 기자 (ethic95@dailygam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