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의 프리미엄 서비스의 경우 4K UHD 화질을 지원하고 4대의 디바이스에서 동시 접속이 가능합니다. 기존의 경우 접속자들의 위치에 제한이 없었는데 변경된 계정공유 정책 아래서는 디바이스의 IP를 체크해 같은 네트워크(공유기)에 접속한 기록이 있는 디바이스만 같은 계정으로 사용할 수 있게 하는 방식입니다. 실제 같은 집에 거주하는 가족만 계정을 공유할 수 있게 하겠다는 것이죠.
계정공유 금지 정책 발표 초기에는 이용자들의 불만도 많았지만, 가입자 증가에 사활을 건 넷플릭스의 입장이 확고해 계정공유 금지가 더욱 확대될 것이 유력합니다. 넷플릭스는 서비스 초기에는 계정공유를 적극 권장하기도 했지만, 계정공유 전문 업체들이 월 단위, 심지어는 일 단위로 계정 공유 장사를 하는 등 부작용이 커지고 가입자 증가세가 멈추자 수익성 개선을 위해 과감한 결단을 내렸는데요. 계정공유 금지 정책 시행 이후 줄어들던 이용자 수가 늘어나는 등 긍정적인 효과를 보고 있는 상황입니다.
계정공유가 문제가 되는 분야는 OTT 서비스 외에도 많습니다. 특히 게임의 경우 계정공유(또는 계정도용)가 단순한 수익 감소보다 더 큰 문제를 불러일으키기도 하는데요. 실력이 뛰어난 대리기사에게 계정을 맡겨 게임을 대신 하게 하는 대리게임의 경우 e스포츠 생태계의 기초가 되는 랭크게임이나 경쟁전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또한, 도용한 계정을 이용해 비인가 외부 프로그램(핵)을 사용해 공정한 경쟁 구도를 무너뜨리는 행위 또한 반복되고 있는데요. 게임사에서 대리게임 혹은 핵 이용 계정에 대한 제재를 이어가고 있고, 핵 프로그램 관련 패치도 꾸준히 이뤄지고 있지만 완전히 근절되지는 않고 있습니다.
넷플릭스의 IP 기반 계정공유 금지 시스템을 게임에 적용하면 어떨까요. 기본적으로 특정 네트워크(공유기)와 연결된 디바이스에서 게임에 접속 가능하도록 하고 PC방을 비롯한 외부 사용시 본인 명의 휴대폰 인증을 받도록 하는 것이죠. 인증에 사용되는 휴대폰이 홈 네트워크에 접속 기록이 있어야 하고, 신규 접속 디바이스와 해당 휴대폰의 IP 위치 정보를 비교해 서로 같은 곳에서만 접속 가능하도록 해 본인이 접속 현장에 있지 않고는 접속이 불가능하게 한다면 계정공유 문제를 어느 정도는 줄일 수 있을 것입니다.
IP 기반 계정공유 금지 시스템은 계정도용 문제 해결에도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적지 않은 국내 게이머들이 중국 등지에서의 해킹으로 인해 게임 계정을 도용당해 피해를 보고 있는데요. IP 모니터링을 통해 기본 접속 네트워크가 아닌 곳에서의 게임 접속 시도를 자동으로 차단하고 계정주 본인 명의 휴대폰 인증 이후 접속을 가능하게 한다면 해외 해킹 피해도 줄일 수 있을 것입니다.
IP 기반 계정공유 금지 시스템은 작업장 근절에도 활용할 수 있을 것입니다. 계정마다 기본 접속 네트워크를 설정하게 하면 동일 네트워크에 다수 접속하는 작업장을 파악하기 용이할 것입니다. 동일 네트워크 다수 접속 계정의 활동을 파악해 재화 몰아주기 등의 비정상 이용내역이 나올 경우 해당 계정을 모두 정지하는 방법으로 작업장 단속에 활용할 수 있을 것입니다.
물론 해당 시스템 도입에 불편을 느낄 이용자들도 있을 것입니다. PC방에 갈 때마다 인증을 해야 하거나 이사, 혹은 여행 등으로 다른 지역에서 게임에 접속할 때 불편한 과정이 추가되는 셈이니까요. 새로운 시스템 개발을 위한 업체 비용도 적지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대리게임과 핵 감소를 통한 보다 쾌적한 게임 환경을 마련할 수 있다면 어느 정도의 비용 부담이나 불편은 충분히 감수할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 AI 기술이나 빅데이터 기반 머신러닝 등을 접목해 비정상 접속자 모니터링 시스템 등을 구축한다면 큰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효율적으로 비정상 이용자들을 걸러낼 수도 있을 것입니다.
계정공유나 핵 이용자를 줄이는 일은 중요합니다. 보다 쾌적한 게임환경 구축이 가능해져 장기적으로는 게임사의 매출 증대로 이어질 수 있을 것입니다. 계정공유나 핵 이용자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게임사라면 넷플릭스의 IP 기반 계정공유 금지 사례를 벤치마크해 보다 나은 게임 환경을 만들기 위한 고민을 해볼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이원희 기자 (cleanrap@dailygam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