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유니티 테크놀로지스(이하 유니티)는 공식 블로그를 통해 과금 체계 변경에 대해 발표했다. 기존과 달리 출시된 게임의 매출이 아닌 다운로드 수 마다 비용이 청구되는 런타임 요금제로의 전환 내용이 담겨있어 게임업계의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런타임 요금제가 적용된다면 유니티 엔진으로 개발된 게임이 흥행에 성공하더라도 다운로드 수를 넘어서는 수익 구조를 갖추지 못했을 시 일명 '요금 폭탄'을 맞을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이에 유니티의 신규 과금 체제는 게임 개발자 및 이용자들의 적지 않은 비판을 받았다.
결국 유니티는 지난 23일 소규모 개발진이 주로 사용하는 유니티 퍼스널로 제작된 게임에는 런타임 요금제를 적용하지 않는다는 등의 내용이 담긴 시정안을 발표했다. 다만 기업에 제공되는 유니티 프로와 유니티 엔터프라이즈 서비스에는 런타임 요금제가 적용될 수 있도록 여지를 남겼다.
당장 급한 불은 꺼졌을지 몰라도, 언젠가 상용 엔진의 이용료가 오를 수 있다는 우려는 여전하다. 이윤 추구를 목적으로 하는 엔진 개발사들의 서비스 가격 인상 시도를 무한정 막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이에 국내 게임사들도 적극적으로 자체 엔진 개발을 통해 국내 게임 생태계에 안정성을 부여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자체 엔진 개발은 적지 않은 비용이 소모되는 작업일 수 있지만 자체 엔진 활용으로 상용 엔진 회사에 지불하는 로열티를 줄이거나 없앨 수 있으며, 게임에 최적화된 엔진 개량을 통해 유지보수 비용을 줄여 장기적으로는 게임 개발 비용 절감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미 일렉트로닉 아츠(EA), CD 프로젝트(CD PROJEKT), 유비소프트, 베데스다, 테이크투게임즈 등 유명 게임들을 다수 개발한 해외 대형 게임사들은 개발 속도 및 비용 효율화를 위해 자체 엔진에 대한 투자를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 이와 달리 넥슨, 엔씨소프트, 넷마블, 크래프톤 등 충분한 인프라를 갖춘 국내 대형 게임사들은 상대적으로 자체 엔진 개발에 대한 적은 관심을 보이고 있어 아쉬움을 남긴다.
국내에서는 펄어비스가 자체 엔진 개발을 통해 게임의 글로벌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는 사실을 입증한 바 있다. 펄어비스가 초기 자체 엔진을 활용해 개발한 '검은사막'은 국내를 넘어 해외에서도 높은 인기를 얻었다. 두 번째 자체 엔진 블랙스페이스로 개발되고 있는 '도깨비'와 '붉은사막'은 글로벌 게임쇼 '게임스컴'에 출품돼 뛰어난 그래픽과 다양한 물리 효과 연출로 엔진에 대한 호평을 받으며 글로벌 기대작으로 주목받고 있다.
글로벌 2억 다운로드를 돌파한 컴투스의 글로벌 히트작 '서머너즈워: 천공의 아레나' 또한 자체 엔진으로 개발된 게임이다. 슈퍼크리에이티브는 자체 개발한 유나 엔진으로 '에픽세븐'을 선보여 글로벌 누적 다운로두 수 1500만을 돌파하는 등 높은 인기를 얻었다. 파우게임즈도 자체 개발한 레이 엔진을 활용한 '킹덤: 전쟁의 불씨'로 한국, 대만 등 다양한 국가의 모바일 앱 마켓 매출 순위에서 상위권 순위를 기록한 바 있다.
상용 엔진이 다양한 장르의 게임을 높은 수준으로 쉽게 개발할 수 있는 범용성을 갖췄으며, 해당 엔진을 잘 다루는 개발자를 구하기 수월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개별 게임의 기획 의도에 맞는 핵심 요소를 구현하는데 최적화된 것은 아니다. 위에 언급한 자체 엔진 기반 게임 성공사례를 감안하면 대형 게임사들도 충분히 자체 엔진을 활용해 게임의 품질과 완성도를 높일 수 있다고 말할 수 있다.
물론, 자체 엔진 개발보다 로열티 지불이 합리적인 선택으로 보일 수도 있다. 엔진 개발 비용 부담을 지지 않으면서, 개발 인력을 비교적 쉽게 충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부 프로젝트에서는 상용 엔진을 사용하는 편이 보다 효율적일 수 있다.
다만 앞으로도 대안 없이 상용 엔진에 의존한다면 언제든 엔진 이용료 인상이라는 외부 리스크와 다시 마주해야 할 수 있다. 향후 국내 대형 게임사들도 적극적인 엔진 기술 투자에 나서 국내 게임업계의 단단한 토대를 마련하고 글로벌 경쟁력을 높일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이학범 기자 (ethic95@dailygam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