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31일 웹젠은 블랙앵커 스튜디오가 개발 중인 '르모어: 인페스티드 킹덤(이하 르모어)'의 얼리 액세스 서비스를 시작했다. '르모어'는 인간과 곤충이 뒤섞인 형상의 변종들이 나타난 가상 중세 유럽을 배경으로, 다양한 캐릭터들을 활용해 전투를 펼치고 생존하는 이야기가 담긴 턴제 RPG다.
지난 2020년 '비포 더 던'이라는 이름으로 '부산인디커넥트 페스티벌'에서 최초 공개되고, 2021년 '글로벌 인디게임 제작 경진대회(GIGDC)' 금상 수상 및 올해 '게임 커넥션 유럽 2023(Game Connection Europe 2023)'에서 인디게임 3개 부문 수상 후보작으로 선정된 바 있다.
'르모어'를 개발 중인 블랙앵커 스튜디오 정극민 대표와의 서면 인터뷰를 통해 게임에 대한 상세 정보를 확인할 수 있었다. 정극민 대표는 "이용자로서 스스로 즐기고 싶은 게임을 만들자는 목표를 가지고 오랜 시간을 투자해 부끄러움 없는 콘텐츠를 준비했다"며, "('르모어'는) 턴제 전술 장르를 즐기는 분은 물론, 유사한 게임의 경험이 많지 않더라도 다른 게임에서는 쉽게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맛을 충분히 느낄 수 있는 게임"이라고 소개했다.
정극민 대표는 다른 턴제 RPG와 다른 '르모어'의 차별점으로 먼저 '맵을 직접 탐사하고 운영하는 플레이'를 꼽았다. 이용자들은 '르모어'에서 생존을 위해 직접 가려진 맵을 뒤져가며 음식, 무기, 제작 재료 등의 물자를 획득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적들과 마주하면 전투가 벌어지는데, 전투로 인한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유리한 위치를 찾거나 전투를 회피하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운영해야 하는 점이 독특함을 더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다음으로는 아포칼립스 세계관을 구현한 위험한 상황을 제시했다. '르모어'는 게임 초반부터 다수의 강력한 적이 등장하는 점이 특징이다. 정극민 대표는 "강력한 적들에게 붙잡히게 되면 행동력이 있어도 적을 떼어내거나 죽이기 전까지는 이동조차 할 수 없다"라며, "숨이 턱 막힐 듯한 위협이 뒷받침돼야 아포칼립스 세계관에 어울린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위험한 상황을 해결하는 다양한 해결 수단을 강조했다. 다수의 강력한 적들이 등장하는 상황에서 이용자들에게는 행동력을 기반으로 초반부 2-3회, 후반부에는 4-6회 이상의 공격 기회가 주어진다. 공격 기회를 활용해 무기를 교체하거나, 적이나 아군을 당기는 갈고리, 이동 및 공격 루트를 가로막는 방어벽 등 다양한 수단을 적극 활용해 효율적인 전투 결과를 만들어야 한다.
정극민 대표는 "위협과 압박으로 고통만을 준다면 게임으로서의 가치가 없다"라며, "'르모어'의 핵심 특징은 불합리해 보일 정도로 강력하고 많은 숫자의 적들을 상대해야 하지만, 다양한 해결 수단을 자유롭게 활용해 난관을 극복하고 느끼는 성취감에 있다"고 자신했다.
'르모어'는 난관과 역경을 헤쳐나가는 성취감을 위해 지난 테스트에서는 어려운 난이도가 의도적으로 구현됐다. 다만 너무 어렵다는 이용자들의 의견을 반영해 얼리 액세스 서비스에서는 초급자 난이도 '복수', 일반 난이도 '고행', 숙련자 난이도 '절망' 총 3가지로 세분화돼 제공된다. 이외에도 이용자들이 게임에 쉽게 적응할 수 있도록 시작 무기 배치의 변경, 가이드의 추가, 밸런스 수치 조정 등 다양한 변경사항들이 적용된다.
정극민 대표는 "어려워서 힘들다는 의견보다 시시하다는 의견이 위험하다고 생각했다"며, "주어진 수단을 활용해 해결 방안을 찾는 성취감을 해치고 싶지 않다"고 밝혔다. 이어 "의도된 어려운 요소들은 게임의 재미를 위해 남기면서 의도하지 않았지만 어렵다고 느껴질 수 있는 요소들을 제거하거나 변경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얼리 액세스 버전 비공개 테스트에서 복수 난이도는 평균 4시간, 고행 난이도는 약 5시간 30분 정도 클리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최고 난이도인 절망에서는 대부분 8-10시간 이상 소요됐다. 그는 "지나친 긴장감이나 스트레스를 원치 않는다면 복수 난이도로 게임을 익힌 이후 고행 난이도에 도전할 것을 추천한다"며, "턴제 RPG 숙련자라도 고행 난이도를 즐긴 이후 절망 난이도에 도전하는 것이 좋다"고 밝혔다.
'르모어' 개발 중 가장 어려움을 겪은 부분은 세계관과 설정을 구축하는 부분이다. 지속적인 게임 기반의 변경으로 인해 원래 목표였던 갈등과 도덕의 구현을 전략과 전술 중심으로 바꾸면서 효율적이면서도 몰입도 높은 이야기를 구축하기 위해 세심한 노력을 기울였다. 아포칼립스 세계관의 분위기를 다양한 지형지물에 녹여냈으며, 게임 진행에서도 변종들의 사체 연구 등 이야기와 관련된 콘텐츠들을 통해 게임 내에 구현했다.
세계관 속 이야기는 3명의 메인 캐릭터에서 깊게 느낄 수 있다. 편력기사 윌리엄은 냉소적인 태도를 보이지만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기사로서의 면모를 찾아가고, 민병대원 에드윈과 이방인 디어뮈드도 세계관 속에서 새로운 관계를 맺어가며 점차 변화하는 등 캐릭터들의 변화로 이야기에 생동감을 더했다.
정극민 대표는 "메인 이야기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변종의 창궐이라는 재난을 겪으며 '르모어'의 세계가 어떻게 변화하는지 보여주는 것"이라며, "스테이지를 진행할수록 보다 위험한 곳으로 발을 들여놓고 있다는 느낌을 받게 만들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정극민 대표는 "최초 '비포 더 던' 공개 시절부터 지금까지 출시를 기다려주신 이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며, "이용자들의 의견을 게임에 녹여내는 개발 과정을 얼리 엑세스에서도 이어가고자 한다. 재미, 난이도, 콘텐츠 등 모든 의견을 환영하고 기다린다"고 전했다. 이어 "보다 완성도 높은 정식 버전으로 다시 한 번 돌아올 것을 약속한다"고 덧붙였다.
이학범 기자 (ethic95@dailygam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