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재상 펄어비스 게임디자인실장은 17일 '지스타 2023'이 열리고 있는 부산 벡스코 컨벤션홀에서 '지컨퍼런스' 연사로 나서 '아침의 나라' 개발 비화에 대해 소개했다.
"어려서부터 왜 게임에 한국 캐릭터가 안 나오나 아쉬웠다"는 주 실장은 "지금은 '화랑', '송하나', '김갑환' 등 한국 캐릭터가 있지만 우리가 만든 캐릭터가 아니지 않나. 게임 속 한국 콘텐츠에 계속 목이 말랐다"며 한국적인 콘텐츠를 과거부터 갈망해왔음을 시사했다.
주재상 실장은 '아침의나라' 이전부터 '검은사막'에 도입됐던 한국적인 요소들에 대해 설명했다. 개량 한복을 입은 '금수랑'을 비롯해 '무사'와 '매화' 등 한국 캐릭터가 꾸준히 등장해 많은 사랑을 받았다는 것.
넓은 바다를 항해할 수 있는 콘텐츠 '대양'이 '검은사막'에 도입되면서 '아침의나라'의 기반이 마련됐다. 기존 '검은사막'의 세계인 유럽 지역에서 배를 타고 멀리 동양으로 항해한다는 식의 설정이 가능해진 것.
주재상 실장은 "바다를 건너 신비한 동양의 땅에 들어갈 수 있다면 바다를 건널 만하다고 생각했다. 처음에는 동양 지역의 항구 이름을 '랏'이라고 지었고 동양의 어느 지역인지 명확히 구분하지 않았다. 다른 게임에는 중국이나 일본을 배경으로 한 경우가 많은데 우리가 제일 잘 만들 수 있는 것은 중국이나 일본이 아니라 조선이라고 생각했다"며 '아침의나라'의 초기 기획 단계에 대해 설명했다.
결국 국적 불명이었던 '랏' 항구는 '남포'라는 이름의 조선 항구로 변경됐다. 다만 '남포' 항을 만들고 바로 '아침의나라'가 완성되지는 못했다. 게임 안에 새로운 대륙을 하나 만드는 작업이 선행돼야 했기 때문이다.
주재상 실장은 "'아침의나라' 첫 공개 이후 실제 업데이트까지 시간이 많이 걸렸다. 처음에는 별도 클라이언트로 하려고 했다가 다른 서버에 구현하려 했다. 그런데 이용자들에게 좋은 모험의 경험을 주기 어렵겠다고 판단해 같은 서버로 당겨오게 됐다. 대륙을 새로 만드는 일이 어려웠다. 시간이 많이 소요됐다"고 '아침의나라' 개발 과정에서 기술적인 어려움이 적지 않았음을 시사했다.
조선을 모티프로 '검은사막' 개발팀의 모든 파트에서 자유로운 상상을 담은 작업에 돌입했다고. 그 과정에서 나온 컨셉트 원화 속 요소들을 구현하는 작업과 조선의 다양한 설화를 게임에 녹여내는 작업을 병행했다는 것. 주재상 실장은 "한국적인 몬스터와 NPC 배경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고, 먼저 '우사'와 '매구'라는 한국 캐릭터를 도입해 '아침의나라'가 다가오고 있음을 알린 뒤 '아침의나라'를 정식 업데이트했다. 글로벌 이용자들이 조선 판타지를 낯설어하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다행히 많은 분들이 재밌게 즐겨주셨다"고 말했다.
좋은 성과에도 아쉬움은 남았다. 주 실장은 "'아침의나라' 자체가 스토리 위주라 1회성 콘텐츠에 가깝다. 본 대륙에서 너무 멀리 있는 '아침의나라'에 이용자가 몰리면 안되기에 몰이사냥도 없애야 해 사냥터도 없앴다"면서도 "그래도 내가 이런 곳에서 게임을 즐길 수 있다고 생각하니 뿌듯했다. 스트리머들도 처음 '아침의나라'를 플레이할 때 감격하더라"고 '아침의나라'가 성공적이었음을 시사했다.
주재상 실장은 더욱 새롭게 돌아올 '아침의나라: 서울(가칭)'에 대해 언급해 많은 이들의 기대감을 높였다. 그는 "'아침의나라'의 동해도 편에 이어 황해도 편을 준비하고 있다. '아침의나라'에 대해 질책도 많았지만 그래도 좋아해주는 분들이 너무 많아서 계속 용기를 내보려고 한다. 이미 대륙의 기반이 마련됐기에 '아침의나라: 서울' 개발에는 많은 시간이 걸리지는 않을 것이다. '서울'에는 웅장한 동굴도 나오고 봉황의 둥지도 나오고 구미호도 새로운 복장으로 등장할 예정이다. 재미있는 이야기와 끝내주는 비주얼, 멋진 전투를 선보여 '국뽕'이 머리 끝까지 차오를 수 있게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벡스코(부산)=이원희 기자 (cleanrap@dailygam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