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사들이 코로나 팬데믹 이후 찾아온 불황을 타개하지 못하고 위기에 빠져있다. 특히 국내 게임사들이 주요 서비스 플랫폼인 모바일 시장에서 난항을 겪으면서 실적 저하가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확률형 아이템 정보표시 의무제도 시행 등 규제 강화와 중국산 게임들의 공세 등도 문제지만 모바일 플랫폼을 양분하고 있는 구글과 애플에 돌아가는 과도한 수수료가 국내 업체들의 발목을 잡고 있는 가장 큰 걸림돌이다. 국내 업체들의 비용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지급 수수료 항목의 대부분이 결제 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랫폼 기업, 혹은 PG사에 지급하는 수수료에 대한 지출인 것으로 조사됐는데, 결국 구글과 애플이 막대한 수수료를 가져가고 있는 것이다.
국내 게임사들의 1분기 실적을 살펴보면 넷마블은 영업비용 5817억 원 중 약 40%에 해당하는 2274억 원, 카카오게임즈는 전체 영업비용의 약 절반에 해당하는 약 1030억 원을 지급 수수료 항목으로 지출했다. 엔씨소프트 953억 원, 넥슨 약 94억 8600만 엔(한화 약 814억 원), 크래프톤 약 613억 원 등으로 나타났다.
이들이 지불한 수수료는 애플과 구글로 흘러간다. 구글의 구글 플레이, 애플의 앱스토어 모두 담합이라도 한 듯 30%의 수수료를 적용 중이다. 애플과 구글은 모바일 운영체제(OS)부터 앱 마켓 플랫폼까지 모두 장악하고 있다. 이들이 모바일 기기 내 앱 마켓 플랫폼을 제한하면서 소비자들이 사용할 수 있는 플랫폼을 사실상 제한해 앱 서비스 수수료를 통해 막대한 수익을 올리고 있다.
플랫폼 이용이 제한되면서 게임사의 입장에서 많은 이용자들과의 접점을 확보할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높은 수수료로 인해 다른 플랫폼을 택하고 싶어도 어쩔 수 없이 이용자들이 몰려있는 구글과 애플의 앱마켓을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택할 수 밖에 없는 셈이다. 플랫폼 결제가 아닌 3자 결제 시스템도 제공하지만 26%에 달하는 수수료를 지불하도록 하면서 게임사에 부담을 지우고 있다. 결제 업체 수수료가 5% 이상인 경우가 대부분이기에 3자 결제 채택이 사실상 무의미한 실정이다.
이에 국내 게임사들이 적지 않은 금액을 플랫폼사에 지불하면서 모바일게임 시장의 핵심인 구글과 애플의 소작농으로 전락했다는 우스갯소리마저 나오고 있다. 이는 비단 국내 게임사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이미 미국, 유럽연합(EU) 등에서는 구글과 애플의 수수료 정책에 대한 비판과 함께 천문학적인 금액의 과징금을 부과하는 것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외신 보도에 따르면 최근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애플이 앱스토어에서 디지털 시장법(DIGITAL MARKET ACT, DMA)을 위반한 것으로 예비 결론을 내리고, 연간 매출의 최대 10% 가량의 과징금을 부과하는 것을 검토 중이다. 자사 결제 시스템을 강요했을 뿐 아니라, 타 결제 서비스 이용 시에도 일정 수수료를 내도록하면서 DMA 반독점 규정을 위반했다는 것.
만일 최대 10%의 과징금이 부과된다면 애플은 수백억 달러, 한화 수십조 원에 해당하는 금액의 벌금을 지불해야 한다. 일본에서도 위반 시 일본 내 매출액의 20%를 과징금으로 부과하는 DMA와 유사한 구조의 '스마트폰 소프트웨어 경쟁 촉진법'의 내년 시행을 목표로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에서는 2022년 '인앱결제 금지 강제법' 시행 이후 방신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가 앱 마켓 사업자들을 대상으로 사실조사에 착수했다. 방통위는 지난해 10월 애플에 약 205억 원, 구글에 약 475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으나, 현재까지도 위원회에 안건이 상정되지 못하면서 무산될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마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나아가 국회에서도 플랫폼 지급 수수료에 대한 관심을 상대적으로 등한시하고 있다는 점도 우려를 가중시키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의 경우 지난 제22대 국회의원 총선거 당시 이른바 '플랫폼경쟁촉진법'을 공약으로 내걸며 플랫폼 시장을 바로잡겠다고 내세웠으나, 현재까지 특별한 입법 움직임은 나타나지 않으면서 아쉬움을 사고 있다. 국민의힘의 PG사 결제 수수료 인하 공약도 플랫폼에 지불하는 수수료와는 다소 거리가 있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세계 각 국에서 플랫폼들의 수수료 정책에 대해 강력 대응하고 있는 것과 달리, 국내에서는 별다른 움직임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는 점에 대해 아쉬움이 남는다"라며, "국내 게임산업의 진흥을 위해서는 플랫폼 사들의 수수료 인하 및 3자 결제 시스템 도입을 위한 법제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국내 게임산업의 성장을 위해서는 새로운 도전을 위한 진흥안도 필요하지만 기존 서비스들에 대한 지원도 충분히 뒷받침돼야 한다. 모바일게임 시장에서 국내 게임사들이 고전하고 있는 시점, 국내 게임사들을 옥죄는 플랫폼 수수료에 대한 제재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학범 기자 (ethic95@dailygam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