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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16주년 기획: 위기의 韓 게임산업②] 규제 강화에 中 역습까지…탈출구가 없다

한국 게임산업이 그 어느때보다 어려운 상황에 놓였다. 코로나19가 창궐하던 시기에 상대적으로 안전한 엔터테인먼트로 각광받으며 반짝 특수를 누렸던 국내 게임업계는 규제 강화와 시장 침체에 중국산 게임의 역습까지 더해져 어려움을 겪고 있다. 데일리게임은 창간 16주년을 맞아 한국 게임산업의 위기를 불러온 요소들을 살펴보고 상황 개선을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할지 짚어보려 한다. < 편집자주 >

(출처=픽사베이).
(출처=픽사베이).
올해 국내 게임업계가 역경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게임 시장 침체는 물론, 확률형 아이템 정보표시 의무제도를 시작으로 각종 규제가 강화되고 중국산 게임의 역습에 밀려 시장 입지마저 줄어들고 있는 모습이다.

나아가 정부가 내놓은 게임산업에 대한 진흥안도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내 게임업계에 도움을 주는 뾰족한 대안이 나타나지 않으면서 탈출구가 없다는 소리도 심심치않게 나타나고 있다.

◆확률형 아이템 정보표시 의무제도 본격 시행
게임산업법 개정안에 담긴 확률형 아이템의 정의(출처=문화체육관광부 '확률형 아이템 정보공개 해설서').
게임산업법 개정안에 담긴 확률형 아이템의 정의(출처=문화체육관광부 '확률형 아이템 정보공개 해설서').
먼저 지난 3월22일 시행된 확률형 아이템 정보표시 의무제도가 국내 게임사들에 부담을 지우고 있다. 해당 제도에 따라 국내에서 게임을 서비스 중인 게임사들은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정보를 게임 내부를 비롯해 홈페이지, SNS, 광고물 등에 이용자들이 알아보기 쉽도록 표시해야 한다. 위반 시에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

국내 게임업계 관계자들은 해당 제도의 첫 번째 벌금 사례로 프레임, 상징성을 갖게 될 것을 우려해 극도로 긴장하고 있는 상태라는데 입을 모은다. 기술적 오류, 실수 등으로 인한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각고의 노력을 기울일 뿐 아니라, 일부 게임사들은 제도 시행 전부터 세부 표시 방법을 준수하면서 선제적인 움직임을 보이기도 했다.

다만 미준수 해외 게임사들에 대한 처벌을 강제할 방안이 마련되지 않으면서 형평성, 역차별에 대한 논란이 지속 제기되고 있다. 이를 타파하기 위해 국내 대리인 제도 등 대안이 제시되기도 했지만 아직까지도 법안이 통과되지 못한 상태다.

확률형 아이템 정보공개 의무제도 시행 이후 세부현황(제공=게임물관리위원회).
확률형 아이템 정보공개 의무제도 시행 이후 세부현황(제공=게임물관리위원회).
실제로 3일 게임물관리위원회가 간담회를 통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시정요청에 응하지 않아 시정권고가 진행 중인 5개의 게임은 모두 해외 게임사가 서비스 중인 게임인 것으로 나타났다. 확률형 아이템 정보공개 의무표시 제도에 대한 부담을 국내 게임사들만 지고 있는 셈이다.

◆게임위 이어 공정위까지 게임업계 규제 나서

엎친 데 덮친격으로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도 게임업계 사건·사고에 관여하기 시작하면서 사실상 2개의 정부 기관으로부터 압박을 받고 있다. 공정위는 올해 초 '메이플스토리' 내 확률 문제에 대해 소비자 기망 혐의로 과징금 약 116억 원을 부과했다. 이외에도 공정위는 그라비티, 컴투스, 위메이드, 엔씨소프트 등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면서 국내 게임사들의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2024 K게임 포럼'에서 발표를 진행 중인 공정거래위원회 이강수 과장.
'2024 K게임 포럼'에서 발표를 진행 중인 공정거래위원회 이강수 과장.
이전 '2024 K게임 포럼'에 연사로 나선 공정위 이강수 소비자거래정책과장은 "공정위는 별도로 규제하는 것이 아니다. 확률형 아이템 정보표시 의무제도 관련해서는 문체부에서 게임산업법을 통해서 하며, 공정위는 요청에 따라서만 진행한다"라고 밝혔다.

공정위는 게임산업법에 따라 조사하는 것이 아닌 문체부의 요청이 있을 시에만 진행된다는 것. 별도의 공정위 조사는 공정거래법이나 전자상거래법에 따른 것이기에 이중 규제는 아니라는 설명이지만 게임사들에게는 이중 부담이 되는 형국임에는 분명하다.

◆중국산 게임 역습에 국내 모바일게임 시장 다 내줄 판
중국 게임사 조이 나이스 게임즈의 '버섯커 키우기'.
중국 게임사 조이 나이스 게임즈의 '버섯커 키우기'.
중국 게임사 퍼스트펀의 '라스트 워: 서바이벌'.
중국 게임사 퍼스트펀의 '라스트 워: 서바이벌'.
나아가 국내 게임 시장에서 중국 게임사들의 게임들의 역습에 밀려 국산 게임의 약세가 두드러지고 있는 실정이다. 올해 초부터 국내 모바일 게임 시장 매출 순위 상위권에는 '버섯커 키우기', '라스트 워: 서바이벌' 등 중국산 게임들이 자리잡고 있다. MMORPG에 대한 인기가 줄어든 영향도 있지만 서브컬처, 캐주얼, 퍼즐 등 다양한 장르의 게임도 이용자들에게 선택받지 못하며 입지가 줄어들고 있다.

이와 함께 정부가 내놓은 '게임산업 종합 진흥계획'도 국내 게임사들의 주요 서비스 플랫폼인 모바일 게임이 아닌 콘솔 게임이 핵심 과제로 제시되면서 당장의 불황을 타개할만한 지원이 부족한 상황이다. 콘솔 게임 지원에 대한 부분도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을 받으며, 정부가 게임업계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다.

이외에도 게임이용장애를 국내 질병코드로 등재시키려는 움직임이 지속적으로 나타나고 있을 뿐 아니라 불황으로 인한 인력 감축 및 조직 개편으로 인해 노사 갈등이 심화되는 등 수많은 문제들이 국내 게임업계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

지난해 상반기 국내 콘텐츠 산업 동향(출처=한국콘텐츠진흥원 '2023 상반기 콘텐츠산업 동향분석 보고서').
지난해 상반기 국내 콘텐츠 산업 동향(출처=한국콘텐츠진흥원 '2023 상반기 콘텐츠산업 동향분석 보고서').
지난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표한 '2023 상반기 콘텐츠산업 동향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게임산업은 국내 콘텐츠 산업의 수출 64%를 차지하는 핵심 산업이다. 따라서 국내 게임업계의 위기는 콘텐츠 산업 전반에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없지 않다. 이를 막기 위해서라도 게임업계 탈출구를 마련하기 위한 논의가 하루빨리 시작돼야할 시점이다.

이학범 기자 (ethic95@dailyga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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