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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등재 부적절'…문화연대 토론회 참가자 한 목소리

16일 'WHO 게임이용장애 국내 도입 논란, 어디까지 왔나?' 토론회 현장.
16일 'WHO 게임이용장애 국내 도입 논란, 어디까지 왔나?' 토론회 현장.
게임이용장애의 국내 질병코드 등재에 대한 논의 현황을 짚는 토론회가 개최됐다. 참여자들은 다방면의 논의에도 불구하고 게임을 질병으로 분류할 근거가 마련되지 못했다고 지적하며 반대의 목소리를 높였다.

문화연대는 16일 서울시 중구에 위치한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WHO 게임이용장애 국내 도입 논란, 어디까지 왔나?'라는 주제로 현장 토론회를 개최했다. 토론회에는 한국예술종합학교 이동연 교수와 국민대학교 박종현 교수가 발제에 나섰다.

지난 2019년 세계보건기구(WHO)는 게임이용장애를 질병으로 분류하는 내용이 담긴 국제질병분류 11차 개정판(ICD-11)을 발표했다. 이에 전 세계적으로 찬반 양론이 대립하고 있는 상황이다. 국내에서는 지난 2019년 5월 해당 문제와 관련된 민관 협의체를 구성했으나, 아직까지 구체적인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이동연 교수는 'WHO ICD-11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등재에 대한 비판적 이해'라는 주제로 ICD-11에 대한 국내외 찬반 입장에 대해서 정리하고, 국내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도입 여부에 대한 민·관 협의체의 논의 과정을 소개했다. 그는 협의체 발족 이래 회의가 총 11회에 불과했으며, 내부적으로 충분한 토론과 의견 조율과정이 부족했다고 밝혔다.

이동연 교수는 "협의체의 목적은 게임이용장애의 국내 도입 여부를 논의하는 것이었으나, 일부에서 도입을 기정사실화하고 방법과 절차를 주장하는 목소리도 존재했다"라며, "협의체 논의 과정도 연구 용역을 보고받고 일부 자문을 더하는 방식에 불과해 유의미한 논의가 진행될 수 없었다"라고 강조했다. 이에 "협의체의 새로운 논의 구조가 마련돼야 하며, 게임이용장애의 국내 도입에는 임상적이고 학술적인 연구가 보완될 필요가 있다"라고 덧붙였다.

발제를 진행 중인 한국예술종합학교 이동연 교수(왼쪽)와 국민대학교 박종현 교수(오른쪽).
발제를 진행 중인 한국예술종합학교 이동연 교수(왼쪽)와 국민대학교 박종현 교수(오른쪽).
박종현 교수는 '국내 게임 규제정책 환경에서 WHO 게임이용장애 도입 논란의 쟁점들'이란 주제로 게임이용장애를 국내 질병코드 도입 시 초래될 수 있는 법적 문제들에 대해서 설명했다. 그는 "현재 통계법 제22조에 대한 경직된 해석으로 ICD 기준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지만 사회적·문화적 환경에 따라 정부에서 결정하는 것이 타당하다"라며, "현행법 상 '기준으로'라는 문구를 완화해 '참고하여' 정도로 해석하는 것도 좋은 방안"이라 견해를 밝혔다. 지난 15일 박종현 교수가 제시한 방안과 비슷한 내용의 '통계법 개정안'을 더불어민주당 강유정 의원이 대표발의한 바 있다.

또한 박종현 교수는 국내 법체계에서 게임을 문화·예술의 영역으로 보고 있어, 게임산업 진흥에 대한 기조를 밝히고 있는 상황에서 질병코드 등재로 인해 법체계의 혼란을 가중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나아가 게임이용장애에 대한 정의나 치료법이 명확하지 않은 현 상황에서는 형사법, 건강보험법 등에서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거나, 국민들의 재정적 부담을 유발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발제 이후에는 문화사회연구소 정원옥 대표이사가 사회를 맡아 토론회가 진행됐다. 토론회에는 발제자들과 함께 이락디지털문화연구소 이장주 소장,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오영진 초빙조교수, 한국게임산업협회 최승우 사무국장, 문화사회연구소 최준영 소장이 참석해 토론회가 진행됐다.

이장주 소장은 "게임이용장애에 대한 논의가 시작된 것은 어언 20년, ICD-11 관련 논의는 5년이 지났지만 현상에 대한 경계도 긋지 못했고, 범위가 어디까지인지,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다방면의 논의에 진전이 없다"라며, "과잉 진단이나 오류의 가능성이 해소되지 않는 상태에서 게임이용장애의 질병코드 등재를 논의하는 것은 무의미하다"라고 강조했다.

최승우 사무국장은 "WHO국가 중 ICD-11 도입을 고려하고 있는 국가는 약 120개국, 그 중에서도 게임이용장애 도입을 검토하는 국가는 소수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라며, "정부가 객관적인 근거를 바탕으로 국내 도입 여부를 판단할 필요가 있다. 과학적 근거가 마련되지 않은 현 상황에서 도입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라고 말했다.

이학범 기자 (ethic95@dailyga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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