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어려움 끝에 '트릭컬 리바이브'를 성공시킨 에피드게임즈의 한정현 대표와 심정선 부대표를 만나 어떤 역경을 거치며 게임을 고쳤고, 앞으로 어떤 새로운 모습을 보일 계획인지 들어봤다.
한정현 대표는 "회사 설립 후 11년 만에 드디어 1주년을 맞이한 게임이 생겼다. 초기에 여러 어려움도 있었지만, 이젠 그 과정을 통해 성장했음을 느끼고 있다"며 "처음에는 일이 많아 힘들게 느껴졌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우리가 1주년을 맞이하게 됐다는 사실이 실감났다. 부대표와 함께 이 과정을 되새기며 '우리가 정말 여기까지 왔네'라는 이야기를 세 번 정도 한 것 같다"고 '트릭컬 리바이브' 1주년을 맞이한 밝혔다.
'트릭컬' IP와 관련해 원 게임의 서비스를 시작했던 당일 종료했던 이야기와 관련해서는 "'오토체스' 컨셉트의 게임을 만들고자 했지만 이도 저도 아닌 결과물이 나왔고, 밤 10시에 오픈을 한 뒤 1시간 정도의 짧은 시간 만에 서비스를 종료해야 한다는 판단이 섰다"고 당시의 상황을 소개했다. 그는 이어 "그 뒤 1시간 동안 주변을 설득하며 수도 없이 '미친놈' 소리를 들었지만 '트릭컬' IP에 대한 확신이 있었기에 감수했다"고 덧붙였다.
심정선 부대표도 "당시에는 '너무 개입하면 배가 산으로 갈 수도 있다'는 생각에 저희가 지금만큼 개발에 깊게 관여하지 않아 결과물을 제대로 확인하지 못했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심 부대표는 "악명도 명성이라면 우리는 높은 명성을 얻은 것이기에 이를 유지하면서 개발력을 끌어올리는 것을 선택했지만 솔직히 망한 게임에 새로이 개발 인력을 끌어들이는 것은 결코 쉽지 않았다. 악몽도 꿈이라면 꿈과 같은 시간을 보냈는데 어떤 사람들은 '장례식 도우러 왔다'는 이야기도 서슴치않고 했다"라 당시 아찔했던 상황을 회상했다.
심정선 부대표는 당시 새롭게 합류한 PD와 관련한 일화도 소개했다. 그는 "CFO의 인맥으로 만나게 됐지만 '상조회사' 역할로 온 것에 가까웠다. 소개해준 사람과의 의리로 온 것이었는데 우리가 주장했던 이야기가 어느 정도는 합리적이었기에 거기 낚이며 '한 번 살려보다'는 마음을 갖게 됐다고 한다"고 일화를 소개했다. 한정현 대표는 "하지만 PD가 약속했던 개발 기간이 실제 필요했던 기간의 2/3 정도였다. 당연히 개발은 슬금슬금 뒤로 밀리며 우리도 낚였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그래도 결과물로 증명을 했기에 납득했다"라고 첨언했다.
그렇게 새로운 시작을 준비했던 '트릭컬' 역시 위기를 맞이했다고. 두 사람은 위기였던 순간으로 2022년 9월에 진행했던 1차 비공개 테스트를 꼽았다. 당시 모든 부분에서 상황이 좋지 않았기에 만일 방향성이 틀렸다는 결과가 나왔다면 폐업을 선택해야 할 정도였다는 것.
위기 상황서 PD에 개발 전권을 넘기고 아트 리소스도 새롭게 만들었던 상황서 이용자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확인하며 방향성을 바꿨던 선택에 대해 두 사람은 "망한 게임에는 이유가 있는 법이니 실패 원인을 찾고 개선하는 것 보다 다시 만드는게 낫다는 생각이었다"고 이유를 밝혔다. 이어 "현재도 계속 게임을 발전시켜가는 과정"이라며 "'우리의 것을 만들자'는 원칙 아래 서사를 중요시 했고, 개발 2년과 서비스 1년에 걸쳐 최대한 많은 것을 고치기 위해 노력했다"고 강조했다.
완성도와 관련해서는 "두어 달만 시간이 더 있었다면 완성도를 더욱 높일 수 있었을 것이지만 그 두어 달을 버틸 자금이 없었다"며 "결국 이전 게임의 출시일이었던 9월27일을 '부활절'로 잡고 출시를 강행했다"고 덧붙였다.
게임을 부활시키며 한정현 대표가 본격적으로 전면에 나서게 된 것 역시 단순히 즐거움을 주는 것 이상의 목적이 있었다. 한 번 죽었던 게임을 살리느라 고생했던 개발진들에 필요 이상의 비난이 가는 것을 막기 위함이었다. 한정현 대표 본인은 "이미 많은 비난을 받은 상황서 저를 더 욕해봐야 바다에 물 한 방울을 떨어뜨리는 것이다. 그 전까지는 앞에 나서는 것을 꺼려했지만 직원들을 보호하겠다는 마음으로 본격적으로 '광대'가 되기로 했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이러한 계획을 세웠던 심정선 부대표는 "물론 협의가 이뤄진 상태에서 엔터테인먼트 기법을 사용한 것으로, 걱정도 있었지만 효과가 상상 이상이었고 많은 분들이 좋아해주셔서 다행이었다"며 "대표도 처음에는 익숙하지 않아 꺼리는 부분이 있었지만 어느새 자신의 상징이 된 선글라스를 스스로 챙길 만큼 본격적으로 즐기게 됐다"고 이야기했다. 한정현 대표도 "2023년 '플레이엑스포' 때 상상 이상으로 엄청난 줄이 이어진 것을 보고 급하게 시연 기기를 추가하고 굿즈를 배포했는데, 아직 우리가 관심을 받고 있음을 실감하며 기분이 좋았다"고 당시 상황을 회상했다.
그런 과정을 거쳐 '트릭컬: 리바이브'는 좋은 의미와 나쁜 의미 모두를 포함해 이용자들로부터 많은 관심을 받았다. 좋은 의미로는 '뽈따구'가 강조된 귀여운 캐릭터들과 독특한 스토리가 서브컬처 팬들의 관심을 끌었고, 나쁜 의미로는 제목이 다른 게임을 베낀 것이 아니냐는 의심부터 수많은 버그 등의 문제들로 몸살을 앓았기 때문이다.
한정현 대표는 "제목은 다른 게임을 베낀 것은 아니고 우리 스스로가 '한 번 망했던 게임을 다시 끄집어냈다'는 뜻의 자학 개그였고 버그의 경우 급하게 해결할 부분과 장기적으로 보완할 부분으로 나눠서 급한 것부터 우선 처리했다. 그 동안은 이른바 '렉카 유튜버'들의 타깃이 된 경우도 많았지만 반년 정도가 지나 큰 문제들이 해결되며 조금씩 이런 분들의 주제로 언급되는 일은 줄어들었던 것 같다"고 밝혔다. 특히 문제가 발견된 시점서 처리될 때까지의 속도가 문제 지적 영상이 올라오기도 전에 끝나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트릭컬 리바이브'는 그들의 레이더에서 벗어나게 됐다는 것.
이후 문제들은 조금씩 해결됐지만 게임의 장르부터 많은 것을 바꿔야 했던 만큼 쉬운 일은 없었고, 이에 이들이 선택한 것은 서사와 설정을 통해 이용자들에 감동을 주는 것이었다고. 한정현 대표는 "처음부터 어른을 위한 동화를 생각했고, 스토리 작가가 이야기의 스펙트럼이 넓어 이를 최대한 활용했다. 판타지 관련 작품을 10년 동안 연재한 경력이 있는 작가인데 별 것 아닌 것도 나중에 숨은 복선으로 나타나도록 하는 것에 강점이 있어 '트릭컬 리바이브'의 이야기 속에서도 이를 잘 살렸다"고 스토리의 특징을 소개했다.
한 대표는 이어 "전체적인 방향성으로는 '분재를 키우듯 즐기는 게임'을 지향해 몰입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자동화할 부분도 지정했으며, 꼭 필요한 것이 아닐 경우 서브 콘텐츠로 내리는 정리 작업을 진행했다. 다만 서브 콘텐츠로 내릴 것을 결정하는 과정에는 신중했는데 한 번 내린 것을 다시 메인 콘텐츠로 올리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정현 대표는 캐릭터 대사 처리에 풀 더빙을 도입한 것 역시 좋은 반응을 얻었다며 "저희의 지표가 확 오르기 시작한 시점이 바로 메인 스토리와 테마 극장, 그리고 이벤트 스토리에 풀 더빙을 도입하고 연출을 개선한 시점이다. 어느 정도 저예산 애니메이션 수준까지 올라왔을 시점부터 노력이 인정받게 됐다"고 그 과정을 설명했다.
심정선 부대표는 1주년을 맞이한 시점에서 '트릭컬 리바이브'가 나아갈 방향에 대해서도 소개했다. 심 부대표는 "우선 스토리의 경우 클라이막스에서 에필로그를 거치며 새로운 이야기로 접어들겠지만 이야기의 흐름은 유지되기에 크게 바뀌는 것은 아니다"면서도 "지금까지는 마을의 소개와 관계성을 이야기하며 모험을 떠나는 이야기를 다뤘다면 앞으로는 '세력'이라는 것이 생기며 그에 따른 갈등이 시작이 될 것"이라고 귀띔했다.
이어 한정현 대표도 "글로벌 진출 역시 본격화될 것인데, 한국에 있던 요소들이 빠지면 안되고 재미가 떨어져도 안된다는 것은 분명하다"고 강조하며 글로벌 서비스에서도 게임의 재미를 온전히 해외 팬들에 보여주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한 대표는 "민심이라는 것은 고점을 찍은 뒤에도 언제든지 바닥으로 내려 꽂히기도 하는 것이기에 '자신감은 가지되 자만하지 말자'고 강조한다. 주제에 맞지 않게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는 생각도 드는데 우리는 그저 꾸준히 열심히 할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10년 뒤의 모습을 묻는 질문에 "거창한 것을 완성하기 보다는 꾸준히 기억에 남고 싶다. 가능하면 재미있고 긍정적인 사람으로 인식돼 유튜브 같은 곳에 나왔을 때 '아, 저 사람이 그 때 그 게임 대표구나'라고 생각이 들 수 있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고 답했다.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두 사람은 "11년 만에 축하할 첫 1주년을 맞이했다는 것은 굉장히 큰 의미로 다가온다"며 "이 1년을 만들기 위해 지난 10년을 썼다는 생각을 가지고 더욱 노력해 좋은 게임 보여드리겠다"라고 약속했다.
김형근 기자 (noarose@dailygam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