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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규 IP 분사 택한 엔씨의 속내는?

엔씨소프트 판교 R&D 센터(제공=엔씨소프트).
엔씨소프트 판교 R&D 센터(제공=엔씨소프트).
엔씨소프트가 창사 이래 최초로 개발 조직을 본사 밖으로 내보낸다. 엔씨는 개발 환경 내 의사결정에 속도를 더하기 위함이라고 밝혔으나 속내에는 신규 IP 실패에 따른 본사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결정으로 해석된다.

◆엔씨, 개발 조직 분사로 본사 재무제표 영향 줄여

엔씨소프트(이하 엔씨)는 지난 21일 4개의 자회사를 신설한다고 발표했다. 이 중 3개는 'TL', 'LLL', '택탄(TACTAN)' 총 3종의 신규 IP 개발 조직이 독립 스튜디오로 분사된다.

이에 업계 관계자들은 신규 IP 흥행 실패가 본사에 미치는 영향을 줄이려는 의도라는 데 의견을 모으고 있다. 본사 내 개발 조직의 신작이 흥행에 실패한다면 본사가 그대로 게임 개발 비용 및 손실을 떠앉게 되지만, 자회사라면 신작 개발에 투자하는 방식으로 지원이 가능하다. 이는 개발 비용을 지출로 처리하는 것이 아닌 추후 상환 받을 수 있는 부채로 잡을 수 있다는 점에서, 단기적으로 비용을 줄이면서 안정적인 본사 재무 구조를 갖추는 방안이 될 수 있다.

엔씨는 '리니지', '아이온', '블레이드&소울' 등 회사의 간판 IP는 본사에 남겼다. 매출 비중이 높은 IP는 본사에 남기고 상대적으로 인지도가 떨어지는 IP를 개발하는 스튜디오만 독립시킨 것도 본사 재무 구조 개선을 꾀하고 있는 엔씨의 숨은 의도를 드러낸다고 할 수 있다.

◆본사 슬림화 통한 경영 효율화 행보 일환

엔씨소프트 박병무 공동대표(제공=엔씨소프트).
엔씨소프트 박병무 공동대표(제공=엔씨소프트).
엔씨가 본사 슬림화를 통한 경영 효율화를 꾀하기 위해 이번 자회사 분사를 단행했을 것이라는 의견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엔씨는 올해 3월 박병무 공동대표 취임 이후 상반기 권고사직을 진행한 데 이어, 최근 '배틀크러쉬' 서비스 종료를 비롯해 개발 중인 프로젝트를 중단시키고 인력 재배치 및 희망퇴직 프로그램을 실시 중이다. 분사를 통해 수백 명의 인력이 자회사에 배치되면 본사 상주 인력을 대폭 줄일 수 있다. 엔씨가 이를 통해 경영 효율화 기조를 이어가려 한다는 해석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통상적으로 분사를 결정할 때에는 내부 구조조정의 명분을 쌓기 위함이거나, 자회사의 성과에 따른 매각을 꾀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이번 분사 결정에 장기적인 관점에서 인건비를 축소시킬 수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라고 견해를 밝혔다.

엔씨 입장에서 분사한 자회사 신규 IP가 성공한다면 실적 개선에 직접적인 도움이 될 수 있다. 자회사 매각을 통한 이익을 얻을 수도 있다. 실패 시에도 큰 부담은 없다. 자회사 구조조정, 폐업 등을 본사에서 결정할 수 있고, 본사 내부 조직보다 구조조정이 용이하다. 장기적으로는 본사 슬림화를 통한 인건비 절감 기조를 이어가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자회사 분사가 해당 직원들에게는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엔씨 노조는 지난 7월 엔씨의 2개 자회사 분사 발표 이후 즉각 반발한 바 있다. 엔씨는 자회사가 3년 이내 폐업 혹은 매각 시 본사로 재고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노조 측은 3년 이후 폐업 시에도 재고용할 것을 주장하며 회사와 대립하고 있다.

엔씨는 지난 2022년 1분기 이후 매출이 우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다만 2023년 4분기 이후로 이익은 회복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러한 배경에는 박병무 공동대표의 경영 효율화 기조가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자회사 독립을 통한 구조 개편이 어떤 결과를 낳을지, 엔씨의 향후 행보를 지켜볼 일이다.

이학범 기자 (ethic95@dailyga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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