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수많은 신작 게임들이 출시됐다. 3분기부터 연말까지 세계 각지에서 열리는 게임 관련 시상식을 통해 올해를 빛낸 게임들이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그 중에서도 지난 13일(한국 시간) 미국 LA 피콕 시어터에서 개최된 '더 게임 어워즈(The Game Awards, 이하 TGA)'서는 '아스트로봇'이 최고 영예인 '올해의 게임상(Game of the year, GOTY)'를 수상했다.
이번 'TGA'에서는 'GOTY' 후보 선정에 있어 기존과는 달랐던 기준이 적용되며 옹호와 반대의 의견이 갈리기도 했다. 또한 'GOTY' 수상에 실패한 게임의 개발사 대표가 시상식에 대한 불만을 표출해 후폭풍이 일기도 했다.
김형근 기자: 오늘은 'TGA'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아무래도 북미 지역이 '비디오게임'이라는 것이 시작된 곳이기도 하고 가장 중요시되는 시장 중 하나다 보니 'TGA'에도 매년 팬들의 관심이 집중되는 것 같습니다. 'TGA'라는 행사에 대해 먼저 간단히 설명해주시겠어요?
이학범 기자: 네 'TGA'는 캐나다의 게임 저널리스트인 제프 케일리가 주관하는 게임 시상식인데요. 제프 케일리는 2003년부터 2013년까지 미국의 방송국 중 하나인 스파이크TV에서 개최했던 '스파이크 비디오 게임 어워즈(Spike Video Game Awards, VGX)의 프로듀서였습니다. 하지만 이 시상식이 11번째 행사를 마지막으로 종료되면서 제프 케일리가 직접 2014년부터 'TGA'라는 이름으로 시상식을 개최하기 시작했고, 올해로 11번째 행사로 이어졌습니다.
김형근 기자: 다양한 이야기가 있지만 우선 'GOTY' 선정작에 대해서부터 이야기할까요? 팀 아소비의 '아스트로봇'이 올해 최고의 게임으로 결정됐습니다. 처음 후보작들이 발표됐을 때부터 강력한 수상 후보였고, 일부에서는 "이변이 없었다"라는 평가도 했는데요.
이학범 기자: 저도 이변이 없다면 '아스트로봇'이 되지 않을까라고 생각했습니다. 우선 이 게임이 게임 스토리나 진행 방식 자체는 전작인 '아스트로봇: 레스큐 미션'이나 '아스트로 플레이룸'과 크게 차이가 없긴 하지만 3D 플랫포머 게임이 갖춰야 하는 재미와 관련된 부분을 충실히 보여줬다는 점에서 이용자는 물론 평론가들로부터도 좋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해외의 한 평론가는 "이것이 바로 재미에 대한 순수함을 바탕으로 디자인된 게임"이라고 평가하기도 했고요. 저는 이 게임을 즐기면서 듀얼센스 컨트롤러를 최대한 활용했다는 점과 게임 플레이 도중 만나게 되는 등장 NPC 캐릭터들과의 풍부한 상호작용으로 몰입도를 높였다는 점에서 큰 감동을 받았습니다.
김형근 기자: 저도 이 게임의 전작이 보통 기기의 성능을 보여주는 테크데모로 인식되고, 플레이스테이션 플랫폼에 출시됐던 게임들을 추억하는 게임으로 인기를 얻었다고 생각했는데, 이번 작품서 재미까지 더했다고 생각합니다. 반면 해외 매체 중 한 곳은 소니인터랙티브엔터테인먼트의 고전 IP를 푸대접했던 전적을 이야기하면서 '이 게임은 플레이스테이션의 무덤'이라고 평가하기도 해서 "오죽하면 그렇게 평가했을까?"라는 생각도 들더군요. 아무래도 짐 라이언 전 대표의 행보에 불만을 가진 사람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이학범 기자: 후보 라인업에서 쟁쟁한 작품들이 많긴 했지만 역시 '북미 지역의 시상식'이라는 점을 고려해본다면 이러한 흐름이 나올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보여지네요. 저도 다른 게임을 생각했던 적도 있지만 '아스트로봇'이 선정돼서 매우 기쁩니다.
◆DLC와 리마스터도 GOTY가 될 수 있다고?
김형근 기자 : 수상작에 대해 이견이 적었던 것과 달리 후보 발표 때만 해도 이런저런 이야기가 많이 나왔는데요. 이 또한 한 번 생각해볼 부분이라 생각합니다. 올해 기준이 바뀌면서 생긴 이슈였죠?
이학범 기자: 네, 올해 'GOTY' 수상 후보를 발표하는 과정서 후보 기준에 확장팩이나 DLC(다운로드 콘텐츠), 리메이크, 리마스터 작품을 포함키로 한 것인데요. 기준 변경 덕분에 '엘든 링'의 DLC인 '엘든 링: 황금 나무의 그림자'와 '파이널판타지7: 리버스'가 후보에 포함될 수 있었습니다.
김형근 기자: 그 동안의 상황을 보면 리메이크 작품이야 다른 시상식에서도 종종 수상 사례가 나와서 크게 어색하진 않은데, 확장팩이나 DLC의 경우는 '일본게임대상'에서 '몬스터헌터' 시리즈가 두 차례 수상한 경우 이외에는 사례를 쉽게 찾기 어려웠던 것이 사실이죠.
이학범 기자: 아무래도 확장팩이 'GOTY'가 될 경우 신작 출시 업체들의 개발 의지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후보에 오르는 경우가 많지 않았는데 'TGA' 측에서 새로운 시도를 한 것이죠. 사실 'GOTY'는 게임이 잘 만들어졌다는 객관적인 평가가 아니라 '취향'이라는 부분이 들어갈 수밖에 없는 선택인데, 신작만큼 좋은 평가를 받은 DLC를 신작 게임과 같은 선에서 평가하겠다는 뜻으로 봐도 될 것 같습니다.
김형근 기자: 저도 같은 생각인데, 최근 'TGA'가 보여준 행보가 공정성보다는 마케팅 행사로 흘러가는 느낌이 강했거든요. 대형 업체들의 입김이 셀 수밖에 없다는 것이죠. 물론 두 작품이 'GOTY'에 선정되진 않았지만 앞으로도 기회가 열렸다는 점에서 본다면 이번 행사 이후를 더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야 한다고 생각해요.
◆ '검은 신화: 오공', 좋은 게임에 그렇지 못한 개발자
김형근 기자: '검은 신화: 오공'은 시상식 이후로도 많은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데요. 좋지 않은 이야기가 더 많은 것 같군요.
이학범 기자: 네, 많은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데 대부분 '검은 신화: 오공' 게임 자체보다는 개발사인 게임 사이언스에 해당하는 이야기입니다. 우선 출시 전에는 스트리머들에게 관련 콘텐츠에 정치라던지, 중국의 게임 정책, 코로나-19, 페미니즘과 같이 중국에서 민감하게 받아들여지는 내용을 포함하지 말 것을 요구했다는 이야기가 사실로 밝혀졌습니다. 그리고 'TGA'서 'GOTY' 수상 실패 직후 게임의 디렉터를 담당한 게임 사이언스의 펑지 CEO가 "'올해의 게임' 선정 기준이 무엇인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는 불평을 웨이보에 올리면서 다시 한 번 게임 사이언스가 호사가들의 입에 오르게 됐습니다.
김형근 기자: 영국의 '골든 조이스틱 어워즈'에서 '올해의 게임'에 선정될 만큼 '검은 신화: 오공'의 게임 완성도를 의심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고, 세계 각지에서 많은 상도 받았습니다. 'TGA'애서도 4개 부문 후보에 이름을 올려 그 중 '최고 액션 게임'과 '이용자의 목소리' 부분서 수상작이 됐고요. "2년 전에 수상 소감을 썼다"라는 이야기나 "수상 실패에 눈물을 흘렸다"는 이야기는 게임에 대한 애정과 자신감으로 넘어갈 수준이지만 최고 상에 이름이 오르지 못했다는 것으로 시상식 자체를 폄훼하는 자세를 보였다는 것은 좀 어른스럽지 못한 것 같아 아쉽네요.
이학범 기자: 여기에 동조한 일부 중국 팬들이 테러를 하고 있다는 부분도 우려스러운 부분입니다. 이 게임의 시상자로 나섰던 '발더스게이트3'의 라리안 스튜디오 스벤 빙커 CEO가 'GOTY' 시상을 했다는 점과 그의 스피치중 일부 내용이 "매출은 중요하지 않다"고 오역되면서 '발더스 게이트3'나 '아스트로봇'과 관련된 SIE의 게임들에 대한 스팀 플랫폼 평점 테러가 이뤄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나마 '아스트로봇'은 PS5 독점작이어서 이 화를 피했지만요.
김형근 기자: 아무래도 1000만 장 이상의 판매 수치 중 80%가 중국 국내 매출이라는 발표를 생각해본다면 게임의 성공에 자신을 투영하고 'GOTY' 수상 실패를 자신들에 대한 공격으로 받아들인 것이 아닐까 싶네요.
이학범 기자: 하지만 이 또한 일시적인 상황이고, '발더스게이트3'의 경우 최근 96% 긍정적 평가로 돌아온 것을 보면 스팀에서도 관리에 들어간 것 같습니다. 앞으로는 이런 일이 줄어들었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김형근 기자 (noarose@dailygam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