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게임을 일종의 가상으로 가정한다면 이용자들은 현실과 유사하지만 다른 상태에서 자유롭게 행동하면서 규칙에 따라 의도적인 제한을 받게 된다. 다만 규칙을 따르지 않으면 게임은 끝난다. 즉 게임 이용자들은 할 수 있는 일 중 일부를 하지 않기로 선택하면서 자신의 행동을 제한하는 셈이다. 게임에서 규칙을 지키면 재미로 이어지지만, 규칙을 깨는 행위는 신뢰를 어기는 부정행위가 된다.
게이미피케이션의 경우는 다르다. 게이미피케이션에서 이용자들이 주어진 규칙을 따르도록 하는 것은 맞지만 현실과 결부돼 있기에 다른 경우도 있다. 예를 들면 다이어트를 촉진하는 피트니스 게이미피케이션에서 규칙을 100% 준수하지 않아도 체중 감량은 가능하다. 이용자들의 상황에 따라 더 나은 경험을 위해 현실에서 특정 규칙을 따르지 않도록 하는 편이 효과적인 때가 존재한다.
몰입(flow) 이론을 생각해보면 이용자들 스스로 게임 메커니즘이 너무 어려워서 좌절을 느낄 경우에 보다 쉽게 하려고 하거나, 반대로 너무 쉬운 경우에 지루함을 줄이면서 몰입감을 높이며 재미를 찾게 된다. 이를 게임에서는 억지로 바꾸는 행위는 규칙 위반으로 패배라는 결과로 이어지지만, 현실과 결부된 게이미피케이션에서는 게임의 규칙을 통해 몰입을 늘리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이렇게 본다면 게임이라는 가상과 현실의 경계를 연결지으려는 시도가 곧 게이미피케이션이다.
가상과 현실의 경계는 양면성을 가지고 있다. 가상에서 작동하는 것이 현실에서는 작동하지 않을 수 있으나, 가상에서 작동하지 않는 것이 현실에서는 작동할 수 있다. 좌절과 지루함이라는 현실을 해결하기 위해 가상에 몰두하는 행위는 자칫 위험한 일이 될 수 있으나, 반대로 가상의 규칙을 현실에 융합하려는 시도인 게이미피케이션은 문제 해결을 위한 새로운 시도가 될 수 있다.
최근 여러 K팝 그룹의 노래들이 해외에서 사랑받고 있는데, 외국인들이 한국 노래인줄도 모르고 자연스럽게 듣고 따라부르는 것을 자주 보게 된다. 이처럼 하드웨어, 그래픽, 외적 인터페이스 등 게임 요소들과 규칙을 넘어 현실과 사람, 문화, 커뮤니케이션 등 여러 요소를 감안한 설계와 고려로 자연스럽게 삶에 녹아드는 게이미피케이션이 비로소 본래의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정리=이학범 기자 (ethic95@dailygam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