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회사 및 주주로 확대하는 상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해당 개정안 시행 이후 자회사를 분할해 별도로 상장하는 것이 어려워질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시행 전 게임사들이 자회사 상장에 속도를 붙일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13일 더불어민주당에서 당론 발의한 상법 개정안이 국회 본 회의를 통과했다. 해당 개정안에는 이사가 충실해야 할 의무 대상을 기존 회사에서 회사 및 주주로 확대하고, 전자 주주총회 도입을 의무화하는 등의 내용이 담겨있다. 이를 통해 기업들에 일반주주들의 이익을 고려한 의사결정 책임이 생기면서 합병 및 분할을 비롯한 회사 지배구조 개편, 유상증자 등에 제동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번 상법 개정안은 공포 후 1년이 지난 날부터 시행된다. 한화투자증권 엄수진 연구원은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라는 관문이 남아있지만 상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물적분할 후 상장, 부실 자회사 지원 등의 행위가 억제될 것"이라며, "공포 후 시행까지 특정 기간을 둘 수 있는데, 이 기간에 상장 지주회사들이 비상장 자회사의 상장을 조속하게 추진할 수 있다"라고 내다봤다.
현재 게임업계에는 자회사 상장을 추진하는 게임사들이 존재한다. 따라서 상법 개정안 통과 이후 시행까지 기한이 남은만큼 게임사들이 자회사 상장에 속도를 높일 가능성도 적지 않은 상황이다.
넷마블네오 권영식 대표(가운데).
먼저 넷마블은 넷마블네오의 IPO(기업공개)를 준비 중이다. 넷마블네오는 지난 2021년 상장을 추진하다가 철회한 바 있는데, 지난해 다시금 한국거래소에 상장예비심사 청구서를 제출했다. 작년 출시한 액션 어드벤처 게임인 '나 혼자만 레벨업: 어라이즈'의 글로벌 흥행으로 지난해 3분기까지의 누적 매출이 1002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28.2% 증가한데 이어, 올해 글로벌 인기 IP '왕좌의 게임'을 기반으로 개발한 '왕좌의 게임: 킹스로드'의 출시도 앞두고 있어 IPO 성공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지난 7일 넷마블 권영식 대표가 대표직을 사임한 점도 넷마블이 넷마블네오의 상장에 탄력을 붙이려는 움직임이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현행법 상 모회사의 이사가 상장 자회사의 대표나 이사를 겸하는 것은 금지돼 있어, 권영식 대표가 넷마블 대표직을 사임한 이유가 넷마블네오의 상장을 염두한 행보라는 분석이다. 넷마블 관계자는 "넷마블네오의 상장 준비는 하고 있지만 시기 등 구체적으로 정해진 건 없다"라고 입장을 전했다.
라이온하트 스튜디오에서 개발한 '오딘: 발할라 라이징'.
카카오게임즈의 자회사 라이온하트 스튜디오도 IPO에 대한 의지를 지속 보이고 있어, 상법 개정안 시행 전 상장을 추진할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라이온하트 스튜디오는 2021년 MMORPG '오딘: 발할라 라이징'을 출시해 흥행에 성공하면서, 2022년 금융위원회에 증권신고서를 제출하며 코스닥 상장을 추진했으나 연기한 바 있다. 라이온하트 스튜디오는 '오딘: 발할라 라이징'으로 현재까지도 앱 마켓 상위권을 유지하면서 모회사 카카오게임즈의 핵심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올해는 지난 1월 신작 로그라이크 게임 '발할라 서바이벌'을 출시한데 이어 서브컬처 게임 '프로젝트C', MMORPG '프로젝트Q' 등 다양한 장르의 신작을 준비 중이다. '오딘: 발할라 라이징'의 성과가 준수하지만 시간 경과에 따라 감소세를 보이고 있는 만큼, 신작 흥행의 성과가 IPO의 성패를 가를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라이온하트 스튜디오 관계자는 "내부에서 IPO 준비는 계속 진행 하면서 시점을 보고있다"며, "좋은 가치를 인정 받는 최적의 시점에 진행한다는 방침에는 변함이 없다"라고 밝혔다.
위메이드커넥트 신작 '로스트 소드'.
위메이드 자회사 위메이드커넥트의 상장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위메이드커넥트는 상장을 목표로 설립된 것으로 알려졌는데, 최근 신작 서브컬처 게임 '로스트 소드'의 흥행 성과에 힘입어 연중 IPO에 박차를 가할 수도 있다는 의견이다. 센서타워에 따르면 '로스트 소드'는 1월16일 출시 이후 약 50일 만에 약 1000만 달러(한화 약 146억 원)의 매출을 올렸으며, 2월20일 신규 캐릭터 픽업 이벤트 이후 일 매출이 전일 대비 185% 급증할 정도로 인기를 얻고 있다.
앞서 넷마블과 같은 이유로 최근 위메이드커넥트 이호대 대표가 위메이드플레이 대표직을 사임했다는 점도 위메이드커넥트가 상장을 준비 중이라는 주장에 힘을 싣고 있다. 다만 위메이드커넥트 관계자는 "상장에 대한 의지는 있으나 구체적인 계획이나 절차가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현재는 '로스트 소드' 운영에 집중하면서, 향후 게임의 글로벌 성과를 봐가면서 추진하게 될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