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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겜심 잡아야 대권이 보인다

(출처=픽사베이)
(출처=픽사베이)
오는 6월3일 제21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2030세대 표심이 주요 승부처로 부상하고 있다. 지난 대선에서는 윤석열 전 대통령이 LCK 개막전 현장을 방문하며 20대 남성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은 끝에 대권을 잡은 바 있다. 진보 진영 지지 성향이 강했던 젊은 층의 표심이 지난 대선부터 급격하게 움직이면서 이번 대선에서도 캐스팅 보트로 작용할 것으로 보는 이들이 적지 않다.

데일리게임은 역대 대선 후보들의 게임 관련 공약과 행보가 2030세대 표심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살펴보고, 이번 대선 주요 후보들의 게임 관련 공약까지 정리했다. 어쩌면 대선 결과를 미리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는 힌트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LCK 현장 찾은 윤석열, '겜심' 움직여 대권 잡았다
지난 20대 대통령 선거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의 LCK 개막전 현장 방문 관련 이미지(출처=유튜브 채널 '윤석열' 영상 화면 캡쳐).
지난 20대 대통령 선거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의 LCK 개막전 현장 방문 관련 이미지(출처=유튜브 채널 '윤석열' 영상 화면 캡쳐).
2022년 제20대 대통령 선거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은 대권을 잡기 위해 국내 최고 인기 게임 '리그오브레전드'의 e스포츠 리그인 LCK 개막전 현장에 직접 방문하는 파격 행보를 감행했다. 그는 현장에서 "전설을 만들어가는 대한민국 e스포츠 화이팅"이라는 문구가 적힌 팻말을 들고 포즈를 취했고, 직접 경기를 관람했다. 이 장면은 단순한 이벤트가 아닌 e스포츠와 게임 문화를 존중하는 정치인이라는 인상을 남기며, 2030세대 남성 유권자의 표심에 큰 영향을 미쳤다.

윤석열 전 대통령은 후보 시절 확률형 아이템 정보 공개, 게임 이용자 위원회 구성, 본인 인증 체계 개선, 장애인 접근성 향상 등 실질적인 게임 정책도 함께 제시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그가 게임 유권자와 가장 직접적으로 접촉한 순간은 바로 이 LCK 방문이었다. 대선 후보가 게임 현장을 직접 찾는 일은 드문 일이었고, 이는 윤석열 캠프의 전략적 판단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으로 남았다.

방송3사 출구조사 결과 지난 제19대 대선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의 20대 남성 지지율과 제20대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의 20대 남성 지지율 변화.
방송3사 출구조사 결과 지난 제19대 대선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의 20대 남성 지지율과 제20대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의 20대 남성 지지율 변화.
전략은 실질적인 효과로 이어졌다. 방송 3사 출구조사 결과 2017년 제19대 대선에서 자유한국당(국민의힘의 전신) 홍준표 후보의 20대 남성 지지율은 8.2%에 불과했지만, 5년 후 윤석열 전 대통령은 같은 연령대에서 58.7%의 지지를 얻었다. 단기간에 50%p에 가까운 지지율 상승을 일군 것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은 20대 남성 유권자의 압도적 지지에도 불구하고 0.73%p라는 역대 최소 격차로 당선됐다. '겜심'을 얻지 못했다면 윤석열 전 대통령이 대권을 잡기 어려웠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게임을 산업으로 바라본 선구자, 노무현

제16대 대통령 선거 당시 노무현 전 대통령(출처=노무현 사료관).
제16대 대통령 선거 당시 노무현 전 대통령(출처=노무현 사료관).
윤석열 전 대통령의 사례가 '겜심'이 선거 승부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음을 보여줬다면, 역대 대선 당선자 중에서도 게임산업을 미래 산업으로 일찍이 주목한 선구자가 있었다. 바로 노무현 전 대통령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제16대 대선 기간 동안 게임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제시하며, 대선 단계에서 게임산업 진흥 논의의 물꼬를 튼 인물로 평가받는다. 2002년 제16대 대선을 앞두고 노무현 전 대통령은 '신산업 정책으로 산업강국 실현'이라는 슬로건 아래 게임을 포함한 고부가가치 IT 산업과 문화콘텐츠 산업의 전략적 육성을 약속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대선 공약집에는 "인터넷, 무선통신, 디지털방송, 소프트웨어 등 고부가가치 IT 분야를 세계 일류상품화하겠다"며, "게임, 영상 등 문화콘텐츠 산업의 세계화를 촉진시키겠다"는 계획을 명시했다.

또한 노무현 전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게임산업에 대한 이해도와 수용성으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그는 언론 인터뷰에서 온라인게임과 비디오게임의 차이를 설명하기도 했으며, 자녀가 프로게이머가 되고 싶다고 하면 어떻게 하겠냐는 질문에 "게임이 하나의 산업으로 정착하고 있는 만큼 소질이 있다면 적극 도와주겠다"고 말해 청년층의 관심을 모았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해당 발언은 단순한 정치적인 발언을 넘어 게임을 콘텐츠산업의 미래 자산으로 보는 선구자적인 태도로 받아들여졌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역대 대통령 당선자 중 출구조사 결과 2030세대의 가장 높은 지지율을 기록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역대 대통령 당선자 중 출구조사 결과 2030세대의 가장 높은 지지율을 기록했다.
온라인 친화 전략도 노무현 전 대통령의 강점이었다. 당시 인터넷 커뮤니티와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행보를 보이면서 온라인 환경을 통한 유권자들과의 접점을 확대했다. 이는 온라인 게임을 즐기던 2030세대 남성 유권자들의 호감을 이끌어냈고 결국 출구조사 기준 20대 62.1%의 지지율이라는 역대 가장 높은 수치로 이어졌다. 30대 지지율도 59.3%로 역대 1위다. 이러한 점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의 대선 승리는 '겜심'이 표로 연결된 사례라 할 수 있다.

◆'초고속 인터넷망 확충' 김대중-'문화 분야 예산 10조원 투입' 이명박 등 역대 대통력 게임 관련 공약

역대 대선 중 대통령들의 게임산업 관련 발언.
역대 대선 중 대통령들의 게임산업 관련 발언.
앞선 사례 외에도 정치권은 시대 변화에 맞춰 게임산업과 정보 인프라에 주목하며 '겜심'을 잡으려는 움직임을 보여왔다. 노무현 전 대통령보다 앞서 김대중 전 대통령은 제15대 대선에서 '초고속 통신망 등 정보 인프라 확충과 구축' 공약을 내걸었다. 이는 게임산업에 대한 직접 공약은 아니었지만, 온라인게임 환경 조성과 시장 확장에 결정적인 기반이 됐다. 1999년 약 37만 가구였던 초고속 인터넷 가입자는 2002년 1000만 가구를 돌파하며 게임산업 성장의 전환점을 마련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게임을 미래 전략 산업으로 명확히 규정했다. 제17대 대선 당시 '세계 최강 디지털 코리아'를 슬로건으로 내걸고, 게임을 포함한 문화콘텐츠 산업의 글로벌화를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간담회에서도 "게임 시장은 반도체 이상의 가능성을 지녔다"며 전략적 지원 의지를 강조했고, "문화·복지 분야에 10조 원을 집중 투입하겠다"고 발표했다. 이 같은 실질적 예산 언급은 게임 이용자들의 기대를 높였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게임산업 공약을 내건 바 있다. 18대 대선 당시 새누리당 공약집에는 '정보·미디어 전담조직 적극 검토' 부문을 통해 '게임산업 진흥에 관한 법률'을 미래 지향적으로 개정하겠다고 밝혔다. 또 '문화예술창작 지원 및 문화 콘텐츠 공정거래 환경 조성' 항목에서는 5대 킬러 콘텐츠 중 하나로 게임을 제시하며 관련 예산을 확대하겠다고 강조했다.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 캠프는 게임산업을 콘텐츠 수출의 핵심 동력으로 보고 전략적인 지원을 예고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지스타' 현장을 방문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제19대 대선에서 보다 명확하게 게임산업을 미래 성장 동력으로 적극 육성하겠다는 방향성을 제시했다. 그는 한국게임산업협회 정책 질의서를 통해 4차 산업과 융합한 게임콘텐츠 육성을 약속하면서 "게임산업 진흥에 무게를 두고 방향성 있는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나아가 "(게임문화의) 적극적 활용을 통한 게임의 가치 창출 및 다양성 증진에 이바지하고, 미래 게임문화를 위한 지식 및 제도 기반을 확충하겠다"라는 답변으로 유권자들의 기대감을 모으기도 했다.
◆민주당 대선 후보 이재명, 이번 대선 '겜심' 잡는다

제21대 대통령 선거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예비 후보.
제21대 대통령 선거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예비 후보.
제21대 대통령 선거가 다가오면서 정치권은 다시금 게임이라는 키워드에 주목하고 있다. 이에 주요 정당과 대선 후보들도 앞다퉈 게임 관련 공약을 내놓으며 '겜심'을 공략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움직이는 모습이다.

가장 두드러진 행보를 보이는 인물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다. 그는 지난 3월7일 민주당 게임특별위원회 출범식에서 "게임 이용자들이 부당한 대우를 받지 않도록 보호하고, 게임이 건전한 여가 문화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유튜브 채널 '이동형TV'에 출연해 "게임산업은 미래 먹거리 산업 중 하나"라며, "현재는 중국에 밀리고 있는데 다시금 살려야 한다"고 밝히며 게임산업 진흥 의지를 강하게 피력했다.

이재명 후보가 게임특위를 발족하고 '겜심' 공략에 적극 나선 이유는 지난 대선 결과에 대한 전략적 보완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제20대 대선에서 이재명 후보는 20대 남성으로부터 36.3%의 지지를 얻는 데 그치며 한계를 드러낸 바 있다. 이번 대선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그는 게임특위를 통해 업계와 이용자의 의견을 반영한 게임산업 진흥 공약을 마련하며, 2030세대 남성 표심 공략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게임산업 진흥책을 선제적으로 제시해 과거 한계로 지적됐던 20대 남성 지지율을 극복하려 하고 있다.

지난 24일 한국갤럽에서 발표한 장래 정치 지도자(대통령감) 선호도 관련 설문조사 결과. 빨간색 표시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예비 후보(출처=한국갤럽조사연구소).
지난 24일 한국갤럽에서 발표한 장래 정치 지도자(대통령감) 선호도 관련 설문조사 결과. 빨간색 표시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예비 후보(출처=한국갤럽조사연구소).
지난 24일 한국갤럽 조사에 따르면 이재명 후보는 한동훈, 홍준표, 한덕수, 김문수, 이준석, 안철수 등 중 장래 정치 지도자 선호도(대통령감)를 묻는 차기 정치 지도자 선호도 조사에서 20대 23%, 30대 36%의 지지를 얻으며 두 연령대 모두에서 선두를 기록했다. 남성 지지율 또한 38%로 가장 높았다. 이는 게임산업을 포함한 문화콘텐츠 산업에 대한 그의 적극적인 행보가 2030세대 표심에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최근 더불어민주당 경선에서 89.77%라는 압도적인 득표율로 당의 대선 후보로 선출된 그는 게임산업을 포함한 콘텐츠산업 정책을 앞세워 2030세대 표심 공략에 박차를 가하면서 대선 레이스의 선두주자로 나서고 있다.

◆이준석·한동훈, 게임 관련 공약 '준비 중'

국민의힘 한동훈 대선 예비 후보(출처=유튜브 채널 국민의힘TV 영상 화면 캡쳐).
국민의힘 한동훈 대선 예비 후보(출처=유튜브 채널 국민의힘TV 영상 화면 캡쳐).
국민의힘과 개혁신당 등 다른 정당 대선 후보들도 대응에 나설 조짐을 보이고 있다. 국민의힘은 29일 3차 대선 경선에 진출할 후보자 2명으로 김문수, 한동훈 예비 후보를 발표했으며, 개혁신당은 이준석 의원을 대선 후보로 공식화했다. 조국혁신당은 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선출된 이후 이재명 후보 지지 입장을 밝힌 상태다.

국민의힘 한동훈 예비 후보는 최근 유튜브 생방송을 통해 '스타크래프트', '위닝일레븐' 등을 언급하며 게임에 대한 친숙함을 드러냈다. 비록 정책 공약은 아직 발표되지 않았지만, 게임이 일상적 문화로 자리잡은 현상을 정치권이 인식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상징적인 발언으로 해석되고 있다.

한동훈 예비 후보 캠프 관계자는 "아직 경선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큰 틀에서의 정책을 준비하는데 주력하고 있다"며, "게임에 대한 2030세대의 관심이 높은만큼 공약 발표에서 게임산업에 대한 공약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입장을 밝혔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선 후보(출처=개혁신당 공식 홈페이지).
개혁신당 이준석 대선 후보(출처=개혁신당 공식 홈페이지).
윤석열 전 대통령 캠프에서 게임산업 관련 정책을 실무적으로 이끈 이준석 의원은 이번 대선에서 개혁신당 후보로 나섰다. 지난 대선 당시 2030세대 지지층의 표심을 움직이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으며, 디지털 콘텐츠 산업 전반에 대한 지속적인 정책적 관심도 밝혀왔다. 따라서 이번 대선에서 이준석 후보가 게임산업 이슈에 어떤 입장을 제시할지 주목된다.

개혁신당 관계자는 "현재 공약을 전체적으로 준비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게임산업에 대한 공약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고 있으나, 공약 발표 전 세부적인 부분에 대한 답변을 주기는 어렵다"는 의견을 전했다.

한편 국민의힘 3차 경선에서 탈락한 안철수 예비 후보는 "누가 후보가 되든 정권교체를 이루는 데 힘을 바치겠다"며, 향후 대선 후보의 캠프에 합류해 당선에 일조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지난 대선에서 확률형 아이템 정보 공개 의무화, e스포츠 육성, 게임사업자 책임 강화 등 게임 이용자 권익 중심의 공약을 제시했지만 P2E나 NFT와 같은 신기술에 대해서는 해외 동향을 따르겠다는 유보적인 태도를 취해 아쉽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번 대선에서 어느 후보 캠프에 합류해, 어떤 정책적 변화를 내놓을지 관심이 모인다.

오는 6월3일 제21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겜심'이 어떻게 움직일지 주목된다(출처=AI 생성 이미지).
오는 6월3일 제21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겜심'이 어떻게 움직일지 주목된다(출처=AI 생성 이미지).
역대 대선에서 게임은 단순한 여가를 넘어, 청년 세대와 산업 미래를 관통하는 핵심 이슈로 떠올랐다. 이번 제21대 대선 역시 마찬가지다. 게임산업에 대한 후보자들의 정책과 태도는 2030세대 표심을 가를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게임산업에 대한 구체적 비전과 실행 의지를 보여주는 후보가 2030세대의 지지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대선에서 20대 남성 득표율로 희비가 엇갈렸던 점을 감안하면 이번 대선에서 '겜심'을 잡기 위한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학범 기자 (ethic95@dailyga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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