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데일리게임은 역대 대선 후보들의 게임 관련 공약과 행보가 2030세대 표심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살펴보고, 이번 대선 주요 후보들의 게임 관련 공약까지 정리했다. 어쩌면 대선 결과를 미리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는 힌트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LCK 현장 찾은 윤석열, '겜심' 움직여 대권 잡았다

윤석열 전 대통령은 후보 시절 확률형 아이템 정보 공개, 게임 이용자 위원회 구성, 본인 인증 체계 개선, 장애인 접근성 향상 등 실질적인 게임 정책도 함께 제시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그가 게임 유권자와 가장 직접적으로 접촉한 순간은 바로 이 LCK 방문이었다. 대선 후보가 게임 현장을 직접 찾는 일은 드문 일이었고, 이는 윤석열 캠프의 전략적 판단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으로 남았다.

◆게임을 산업으로 바라본 선구자, 노무현

노무현 전 대통령은 제16대 대선 기간 동안 게임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제시하며, 대선 단계에서 게임산업 진흥 논의의 물꼬를 튼 인물로 평가받는다. 2002년 제16대 대선을 앞두고 노무현 전 대통령은 '신산업 정책으로 산업강국 실현'이라는 슬로건 아래 게임을 포함한 고부가가치 IT 산업과 문화콘텐츠 산업의 전략적 육성을 약속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대선 공약집에는 "인터넷, 무선통신, 디지털방송, 소프트웨어 등 고부가가치 IT 분야를 세계 일류상품화하겠다"며, "게임, 영상 등 문화콘텐츠 산업의 세계화를 촉진시키겠다"는 계획을 명시했다.
또한 노무현 전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게임산업에 대한 이해도와 수용성으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그는 언론 인터뷰에서 온라인게임과 비디오게임의 차이를 설명하기도 했으며, 자녀가 프로게이머가 되고 싶다고 하면 어떻게 하겠냐는 질문에 "게임이 하나의 산업으로 정착하고 있는 만큼 소질이 있다면 적극 도와주겠다"고 말해 청년층의 관심을 모았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해당 발언은 단순한 정치적인 발언을 넘어 게임을 콘텐츠산업의 미래 자산으로 보는 선구자적인 태도로 받아들여졌다.

◆'초고속 인터넷망 확충' 김대중-'문화 분야 예산 10조원 투입' 이명박 등 역대 대통력 게임 관련 공약

이명박 전 대통령은 게임을 미래 전략 산업으로 명확히 규정했다. 제17대 대선 당시 '세계 최강 디지털 코리아'를 슬로건으로 내걸고, 게임을 포함한 문화콘텐츠 산업의 글로벌화를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간담회에서도 "게임 시장은 반도체 이상의 가능성을 지녔다"며 전략적 지원 의지를 강조했고, "문화·복지 분야에 10조 원을 집중 투입하겠다"고 발표했다. 이 같은 실질적 예산 언급은 게임 이용자들의 기대를 높였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게임산업 공약을 내건 바 있다. 18대 대선 당시 새누리당 공약집에는 '정보·미디어 전담조직 적극 검토' 부문을 통해 '게임산업 진흥에 관한 법률'을 미래 지향적으로 개정하겠다고 밝혔다. 또 '문화예술창작 지원 및 문화 콘텐츠 공정거래 환경 조성' 항목에서는 5대 킬러 콘텐츠 중 하나로 게임을 제시하며 관련 예산을 확대하겠다고 강조했다.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 캠프는 게임산업을 콘텐츠 수출의 핵심 동력으로 보고 전략적인 지원을 예고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지스타' 현장을 방문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제19대 대선에서 보다 명확하게 게임산업을 미래 성장 동력으로 적극 육성하겠다는 방향성을 제시했다. 그는 한국게임산업협회 정책 질의서를 통해 4차 산업과 융합한 게임콘텐츠 육성을 약속하면서 "게임산업 진흥에 무게를 두고 방향성 있는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나아가 "(게임문화의) 적극적 활용을 통한 게임의 가치 창출 및 다양성 증진에 이바지하고, 미래 게임문화를 위한 지식 및 제도 기반을 확충하겠다"라는 답변으로 유권자들의 기대감을 모으기도 했다.

가장 두드러진 행보를 보이는 인물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다. 그는 지난 3월7일 민주당 게임특별위원회 출범식에서 "게임 이용자들이 부당한 대우를 받지 않도록 보호하고, 게임이 건전한 여가 문화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유튜브 채널 '이동형TV'에 출연해 "게임산업은 미래 먹거리 산업 중 하나"라며, "현재는 중국에 밀리고 있는데 다시금 살려야 한다"고 밝히며 게임산업 진흥 의지를 강하게 피력했다.
이재명 후보가 게임특위를 발족하고 '겜심' 공략에 적극 나선 이유는 지난 대선 결과에 대한 전략적 보완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제20대 대선에서 이재명 후보는 20대 남성으로부터 36.3%의 지지를 얻는 데 그치며 한계를 드러낸 바 있다. 이번 대선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그는 게임특위를 통해 업계와 이용자의 의견을 반영한 게임산업 진흥 공약을 마련하며, 2030세대 남성 표심 공략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게임산업 진흥책을 선제적으로 제시해 과거 한계로 지적됐던 20대 남성 지지율을 극복하려 하고 있다.

최근 더불어민주당 경선에서 89.77%라는 압도적인 득표율로 당의 대선 후보로 선출된 그는 게임산업을 포함한 콘텐츠산업 정책을 앞세워 2030세대 표심 공략에 박차를 가하면서 대선 레이스의 선두주자로 나서고 있다.
◆이준석·한동훈, 게임 관련 공약 '준비 중'

국민의힘 한동훈 예비 후보는 최근 유튜브 생방송을 통해 '스타크래프트', '위닝일레븐' 등을 언급하며 게임에 대한 친숙함을 드러냈다. 비록 정책 공약은 아직 발표되지 않았지만, 게임이 일상적 문화로 자리잡은 현상을 정치권이 인식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상징적인 발언으로 해석되고 있다.
한동훈 예비 후보 캠프 관계자는 "아직 경선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큰 틀에서의 정책을 준비하는데 주력하고 있다"며, "게임에 대한 2030세대의 관심이 높은만큼 공약 발표에서 게임산업에 대한 공약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입장을 밝혔다.

개혁신당 관계자는 "현재 공약을 전체적으로 준비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게임산업에 대한 공약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고 있으나, 공약 발표 전 세부적인 부분에 대한 답변을 주기는 어렵다"는 의견을 전했다.
한편 국민의힘 3차 경선에서 탈락한 안철수 예비 후보는 "누가 후보가 되든 정권교체를 이루는 데 힘을 바치겠다"며, 향후 대선 후보의 캠프에 합류해 당선에 일조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지난 대선에서 확률형 아이템 정보 공개 의무화, e스포츠 육성, 게임사업자 책임 강화 등 게임 이용자 권익 중심의 공약을 제시했지만 P2E나 NFT와 같은 신기술에 대해서는 해외 동향을 따르겠다는 유보적인 태도를 취해 아쉽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번 대선에서 어느 후보 캠프에 합류해, 어떤 정책적 변화를 내놓을지 관심이 모인다.

이학범 기자 (ethic95@dailygam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