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크래프트'시절부터 '디아블로3'에 이르기까지 블리자드는 번번히 국내 심의기구와 마찰을 빚어왔다. 워낙 블리자드가 가진 파급력과 블리자드 게임의 영향력이 컸던 탓이다. 심의의 벽에 부딪힐때마다 블리자드가 번번히 한수를 접었다는 사실이 흥미롭다. 그동안 블리자드가 심의 난항을 겪었던 게임들을 살펴봤다.
◇디아블로3 이상이었던 스타크래프트2='디아블로3' 이상으로 블리자드가 심의 문제로 고생한 게임이 '스타크래프트2'(이하 스타2)다. 지난 해 7월 27일 출시되기까지 '스타2'는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3전4기 마라톤 심의를 거쳐야 했다.
블리자드는 국민게임으로 자리잡은 전작의 인기를 계승하기 위해 '스타2'의 청소년 이용가 등급을 받고자 전사적 노력을 기울였다. 2009년 '스타2' 스커미쉬버전과 알파버전으로 연이어 15세 등급 판정을 받은 터라 별 문제없이 일이 풀리는 듯 싶었다.
하지만 이듬해 4월 '스타2' RC(상용) 버전이 18세 등급 판정을 받으면서 일이 꼬이기 시작했다. 당시 게등위는 '스타2'가 사체분리, 혈흔 및 음주와 흡연 그리고 비속어포함 등 폭력성, 약물, 언어의 부적절성 등을 문제삼아 청소년 이용불가 판정을 내렸다.
이때부터 게등위-블리자드의 줄다리기가 시작됐다. 블리자드는 두 번에 걸쳐 '스타2' 등급분류 이의신청 및 내용수정을 제출했지만 게임위는 아랑곳없이 '스타2' 청불 등급을 확정지었다. 결국 블리자드는 문제가 됐던 '스타2'의 흡연, 혈흔색깔 변경, 욕설장면을 삭제하는 강수를 둔 끝에 2010년 5월 겨우 12세 판정을 받게된다.
당시 업계에서는 '스타2' 자체의 문제도 문제지만 블리자드-e스포츠협회(KeSPA)간 지적재산권 분쟁 및 PC방 과금정책에 따른 잡음, 정부의 게임과몰입 예방대책 등 다양한 주변 환경이 '스타2' 심의 난항을 낳은 배경으로 지목한 바 있다.
◇업데이트야? 신작이야? 애매한 기준에 와우 확장팩 서비스 지연=블리자드의 '월드오브워크래프트'(이하 WoW)도 심의 지연으로 서비스에 차질을 빚은 사례다. 이 게임의 첫번째 확장팩인 '불타는 성전'은 지난 2007년 1월 19일 공개서비스(OBT)에 돌입할 예정이었으나 게등위 등급심의를 받지 못해 서비스가 연기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불타는 성전' 서비스 연기는 게임산업진흥법 개정안(이하 게임법)에 대한 이해부족에서 비롯된 일이었다. 게임 내용이 달라지는 업데이트에 대해 의무적으로 심의를 받을 것을 규정하는 게임법은 공교롭게도 '불타는 성전' OBT 시작 예정일이었던 19일 공포돼 혼선이 빚어진 것.
'불타는 성전'을 게진법이 규정한 심의대상으로 본 게등위와 단순 업데이트 패치로 판단한 블리자드간 상이한 입장차이가 발생했고 결국 재심의가 들어가는 와중에 서비스 시기가 늦춰졌다. 부랴부랴 재심의를 받는 와중에 '불타는성전'은 당초 예정보다 열흘 가량 늦어진 2007년 1월 31일 겨우 서비스에 돌입할수 있게 됐다. 당시 블리자드 마이크 모하임 대표는 "'불타는성전'은 전세계 동시 출시할 계획이었으나 한국 심의 과정에 문제가 생겨 차질을 빚어져 유감스럽다"는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밖에도 지난 2000년 출시된 '디아블로2'도 과거 영상물등급위원회(이하 영등위)로부터 일주일 심의 유보가 통보된바 있다. 영등위 심의위원들이 게임 엔딩을 보지 못해 심의 등급을 내릴 수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스타크래프트'와 '워크래프트3' 역시 국내 서비스를 앞두고 18세 이용 판정을 받았지만 매출 타격을 염려한 국내 유통사들이 각고의 노력 끝에 등급 재분류를 이끌어낸 바 있다.
한편, 블리자드의 '디아블로3'는 이르면 오늘(28일) 심의등급 결과가 나올 전망이다. 블리자드가 문제가 됐던 '디아블로3' 화폐경매장의 환전 기능을 삭제한만큼 큰 문제없이 심의 결과가 나올 것이라는 분석이 이어지고 있다.
[데일리게임 문영수 기자 mj@dailyga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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