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보수매체의 게임 죽이기를 더 큰 틀에서 해석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바로 올해 총선과 대선을 겨냥한 치밀한 포석이라는 주장이다.
올해 총선과 대선에서 지지율만 놓고 보면 MB정권과 새누리당이 두 번의 선거에서 낙선하기는 어려운 형국이다. 보수매체는 매년 선거철에 등장시켰던 ‘북풍’과 같은 여론 전환 소재가 필요한 때다. 보수의 가치로 국민들을 모으기 위해 공공의 적이 필요했고, 그 이면으로 게임을 지목했다는 이야기이다.
특히 보수매체가 게임을 싫어하는 이유는 컴퓨터와 IT기기를 다루는 이 계층이 진보적인 성향을 띈 것으로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판단은 크게 틀린 것은 아니다. 타 산업군에 비해 비교적 젊은 종사자들이 근무하는 게임업계는 통제나 질서보다는 자유분방함을 좋아하는 것은 사실이다. 게임은 창조를 바탕으로 하는 것이기에 회사들은 유연한 생각이 강조한 덕분이다.
게임업계의 행보를 봐도 그렇다. 엔씨소프트 김택진 대표는 게임업계 CEO 중 처음으로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때 봉화로 내려갔고, 게임 서비스를 중단하면서까지 애도를 표했다. 비단 김 대표 외에도 많은 회사들이 애도를 표했고 게이머들도 이에 동참했다.
또한 지난 보궐선거 때 경기도 분당의 명암을 가른 것은 네오위즈와 NHN 같은 IT 게임기업도 한 몫 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유세가 시작되자 마자 당시 민주당 손학규 대표는 네오위즈를 찾았고, 자신들이 젊은 정당이고 IT산업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덕에 한나라당 텃밭인 분당에서 승리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차기 대선후보로 손꼽히는 안철수 교수가 IT산업 출신이라는 점도 보수언론을 자극했다. 새로운 기술을 추구하는 IT산업과 이를 좋아하는 젊은 세대들이 신선하고 새로운 것에 집중하는 만큼 이들을 끌어안으려면 문제가 있어 보이는 IT산업과 분리시켜야 할 필요성이 있다.
그 대안으로 보수언론이 게임을 지목한 것이다. ‘게임=나쁜 것’이라는 인식을 심어줘 아이들이 게임에 빠져드는 것이 부모의 잘못이 아닌 순전히 게임 때문이라는 면죄부를 유권자들에게 주려는 것이다.
또한 기성세대에 반발하는 젊은 층에게 “너희들이 게임을 하기에 어른 말을 안 듣는다”식의 훈육을 이끌어내고 보수가치에 부합되도록 여론을 몰아갈 수도 있다.
지나친 확대해석일 수도 있지만 지금의 게임 죽이기를 분명 그 정도가 지나치다. 문화콘텐츠산업 중 가장 수출을 많이 하는 게임산업을 올바르게 육성하기 위한 비판이라고 볼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보수언론이 게임 죽이기를 통해 얻고자 하는 것에는 '보수가치의 재확립’이라는 큰 목적으로 밖에 보기 힘든 구조다..
[데일리게임 곽경배 기자 nonny@dailyga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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