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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젠 vs 레드5, 한•미 업체 법정분쟁 문제는 中 더나인

국내 게임업체 웹젠과 미국 게임개발사 레드파이브 스튜디오(이하 레드5)가 '파이어폴' 퍼블리싱을 놓고 법정 분쟁에 돌입했다. 레드5는 웹젠을 상대로 ‘파이어폴’ 퍼블리싱 계약을 충실히 이행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권리 회수를 포함해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미국 캘리포니아 주법원에 제기했다.

이번 법정분쟁은 양 회사간의 문제가 아닌 중국업체 더나인까지 개입돼 있어 주목을 받고 있다. 더나인의 판단에 따라 사태가 복잡해 질수도 쉽게 풀릴 전망이다.

관련 업계에서는 이러한 사태를 오래 전부터 예측했다. 웹젠과 레드5 두 회사의 상황이 최근 들어 너무 급변했기 때문이다. ‘파이어폴’ 계약을 이끌었던 김남주 전 웹젠 대표 등은 회사가 NHN게임스에 인수되면서 퇴사했고, 레드5는 웹젠과 불편한 관계를 유지 중인 중국업체 더나인에 인수됐다. 양측은 과거와 입장이 180도 달라질 수 밖에 없었다.

레드5가 ‘파이어폴’ 아시아지역 퍼블리싱 권한을 되돌려 받을려고 하는 이유는, 웹젠의 신임 경영진에 대한 불신 때문이다. 레드5 마크 컨 대표는 ‘파이어폴’ 공식 홈페이지에 “현 웹젠 경영진은 ‘파이어폴’로 우리와 같이 일하게 된 것에 열광하던 과거 경영진과 완전히 다르다(The current management of Webzen is a stark contrast to the original CEO and executives who were once so excited to work with us on the game)”고 언급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웹젠 또한 마찬가지 상황이다. 회사를 인수한 상황에서 이전 진행되던 프로젝트들을 점검할 수 밖에 없었고 그 과정에서 ‘파이어폴’에 대한 기대치가 실제보다 부풀려졌다고 판단을 내렸다. 사실상 웹젠의 모회사인 NHN게임스는 웹젠을 인수한 이듬해인 2009년 ‘파이어폴’의 개발비 지원을 축소하는 대신 북미와 유럽 판권은 포기했다.

웹젠은 ‘파이어폴’에 이미 개발비 250억원이 들어간 상황에서 무리하게 서비스를 해서 실패할 경우 손실이 커질 수 밖에 없다. 레드5가 ‘파이어폴’을 올해 말 서비스하겠다는 입장과 달리 웹젠은 2012년 이후로 서비스 일정을 잡고 있다.

이 모든 사태의 해결책을 쥐고 있는 것은 더나인이다. 더나인의 결정에 따라 이번 분쟁은 쉽게 해결될 수도, 어려워질 수도 있을 전망이다. 양측 또한 사태가 이렇게 흘러간 것에 대한 배후에는 더나인과 웹젠과의 관계 때문인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웹젠 관계자는 “더나인이 ‘파이어폴’ 서비스를 가지고 웹젠을 압박하는 모양새’라고 주장했고, 레드5 코리아 관계자는 “웹젠은 더나인 때문에 ‘파이어폴’ 서비스를 고의로 늦추고 있다”고 맞섰다.


◆ 웹젠과 더나인의 악연, 레드5로 이어져

웹젠과 레드5의 대립이 본격화 된 것은 2010년 더나인이 레드5를 인수하면서부터다. 당시 레드5는 재정악화로 구조조정을 단행하면서 힘겹게 버티고 있었고, 더나인은 넷이즈에 주 매출원이었던 ‘월드오브워크래프트’ 서비스권을 빼앗긴 상황이었다. 레드5는 자금이, 더나인은 ‘월드오브워크래프트’ 개발총괄이었던 마크 컨과 새로운 게임 ‘파이어폴’이 필요했다.

더나인의 레드5 인수에 당황한 것은 웹젠이다. 웹젠은 ‘뮤온라인’을 표절한 ‘뮤X’ 때문에 골머리를 썩고 있었기 때문이다. 웹젠은 2010년 말 더나인을 상대로 ‘뮤온라인’ 상표권 이전등록 청구 소송을 제기했고 승소했다.

그러자 더나인은 레드5를 내세웠다. 2011년 3월 방한한 마크 컨은 “웹젠이 ‘파이어폴’ 서비스 준비를 제대로 하지 않고 있다”고 공개적으로 비난했고 6월 소송까지 제기했다. 더나인 입장에서는 ‘파이어폴’로 ‘월드오브워크래프트’의 매출 공백을 메워야만 하는 상황이다. 나아가 자신들이 직접 중국 서비스를 하면 매출을 극대화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웹젠 입장에서는 지금 ‘파이어폴’ 서비스를 하게 되면 최대 수혜자가 더나인이 된다. 개발비를 포함해 모든 비용을 웹젠이 부담했지만 그 과실은 더나인과 나눠야만 하는 구조다. 한국 서비스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자신이 있지만, 글로벌 서비스에 대해서는 성공 여부를 장담할 수 없다. 특히 중국 서비스가 걸림돌이다. 지금 웹젠에게 ‘파이어폴’은 ‘계륵’같은 존재다.

웹젠은 공식적으로는 ‘파이어폴’ 퍼블리싱 권한을 지키겠다고 밝혔으나, 한편으로는 게임을 넘겨줄 마음이 없는 것도 아니다. 다만 투자한 개발비를 최대한 회수한다는 조건 아래서다. 웹젠이 법원의 판단을 존중하겠다고 밝힌 이유도 이러한 맥락으로 풀이된다.

레드5와 더나인 역시 소송을 통해 손해 볼 것이 없다. 웹젠의 과실을 부각시켜서 ‘파이어폴’북미 유럽을 제외한 글로벌 판권을 확보에 정당성을 부여하고 만약 판권을 되돌려 받더라도 가격을 깎을 수 있는 구실을 만들면 되기 때문이다.

[데일리게임 곽경배 기자 nonny@dailyga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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