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일 입법예고된 '셧다운제' 시행령에는 여가부가 자체적으로 게임산업을 규제할 수 있는 다양한 법적 근거가 포함됐다. 시행령에 따르면 여가부 장관은 심야시간 이용 제한 게임물의 대상과 기준을 정할 수 있고 이를 위해 게임업체에게 관련 자료 제출을 요구할 수 있다. 문화부와의 일체 협의 없이 게임 규제 범위를 여가부가 스스로 정할 수 있다는 의미다.
또한 여가부 장관은 청소년, 정보통신, 게임, 교육, 상담, 의료 등의 분야에 종사하는 15명 이내로 구성되는 평가자문위원회를 구성할 수 있다. 이 위원회는 게임 증독성 평가기준 및 평가척도 타당성 검토, 게임 중독성 검토 등의 업무를 수행한다. 게임업계 관계자들은 이 자문위원회가 향후 매우 강력한 산업 규제기관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마치 게임물등급위원회가 사전에 모든 게임물에 대해 등급을 분류하는 것처럼 자문위원회가 게임 과몰입과 관련한 척도를 마련해 일괄적으로 규제할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이처럼 여가부가 강력한 시행령을 입법예고하면서 문화부와의 합의조차 무시하고 있는 실정인데도 문화부는 이렇다할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문화부 관계자는 "이번 시행령은 양 부처간의 합의 내용과 다르다"며 "우리는 부처 협의를 통해 반대 의견을 전달할 예정"이라는 공식입장만 반복하고 있을 뿐이다.
여가부가 시행령을 마련하는 동안 문화부는 손만 놓고 있었다. 여가부와 '셧다운제' 관련 논의를 했던 '7개월 장관'인 정병국 장관은 이미 문화부를 떠났다. 최광식 장관이 취임했지만 취임 전에는 인사청문회에, 취임 후에는 국정감사로 '셧다운제'에 신경쓸 겨를이 없었다.
반대로 여가부는 '셧다운제'를 통해 게임산업 규제부처로 부상하기 위해 발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여가부는 오는 30일 '청소년의 보호받을 권리와 인터넷게임 중독 대토론회'를 열고 다음달 21일에는 이정선 의원실 주최로 '인터넷게임중독 예방·치료 부담금 징수 공청회'를 진행할 예정이다.
게임업계 한 관계자는 "여가부는 어떻게든 게임산업 규제기간으로 자리잡아 기금을 걷기위해 혈안이 돼있는데 주무부처라는 문화부는 뭘 하고 있는지 답답하다"며 "여가부가 오는 10월 13일까지 이번 시행령에 대한 업계 의견을 듣는다는데 문화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이상 게임업계 의견이 담길리 만무하다"고 말했다.
[데일리게임 허준 기자 jjoony@dailyga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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