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엑스씨 문화기부카페 '닐모리동동' 전경.
닐모리동동을 찾은 날은 비가 추적추적 내리던 지난 2일. 바람과 돌, 여자가 많아 삼다도라 불리는 제주답게 바람은 거셌고 파도는 높았다. 제주시 어영공원 인근에 위치한 닐모리동동은 제주공항에서 해안도로를 따라 차로 10분 정도 가니 도착했다. 드넓은 수평선을 마주보고 현대적 건물이 한 채 서 있었다.
엔엑스씨가 닐모리동동을 오픈한 것은 지난 5월 11일. 제주 문화를 알리고 지역 사회에 공헌하기 위해서다. 닐모리동동은 ‘내일 모레’를 뜻하는 제주 사투리 ‘닐모리’와 발을 구르며 기다리는 의태어 ‘동동’을 합쳐 만든 이름이다.
모호한 이 이름에는 많은 의미가 담겨 있다. 제주의 밝은 미래가 될 수도 있고,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는 엔엑스씨에 대한 기대도 될 수 있다. 그러나 바다가 바라보이는 테이블에 앉아 있노라면 육지로 떠난 이를 그리워하고 기다리다 돌이 돼 버린 망부석 설화가 떠오른다.
◇바다가 바라보이는 실내(아래)와 제주 초가를 형상화한 주방(아래).
264 제곱미터(약 80평) 정도의 카페는 제주를 형상화 한 갖가지 구조물로 꾸며져 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음식을 조리하는 주방이다. 돌담을 쌓고 나무를 얽혀 외관을 장식했다. 한 눈에 봐도 제주의 초가를 형상화 한 것을 알 수 있다.
해녀들이 물질을 할 때 쓰는 ‘테왁’은 전등으로 재사용된다. 천장은 제주오름을 독창적으로 표현했고, 한쪽 벽면은 제주방언을 소리 나는 대로 알파벳으로 표기했다.
메뉴판에도 제주색을 담았다. 제주에서 구할 수 없는 식재료를 제외하곤 가능한 한 제주에서 나는 재료로 음식을 만든다. 제주 흑돼지, 한치, 한라봉 등 음식 이름도 제주 특산물이 들어가도록 표기하고 있다. 음식 이름 옆에 그려진 나뭇잎 표시는 제주 식재료가 얼마나 많이 들어간 것을 뜻한다. 커피 등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메뉴에 나뭇잎이 그려져 있다. 나뭇잎 수는 세 개가 최고다.
김승범 매니저(29)는 “한라산 모양을 본 떠 만든 ‘한라산빙수’와 활화산이 폭발하는 모습을 닮은 ‘솜사탕 아포가또’ 덕분에 닐모리동동이 입소문이 나면서 손님이 많이 늘었다”며, “제주를 알릴 수 있는 메뉴를 개발하기 위해 항상 노력 중이다”고 말했다.
◇조명은 해녀들이 물질을 할 때 사용하던 '테왁'(위), 제주오름을 독창적으로 표현한 천장(중간), 제주 식재료로 구성된 메뉴판(아래).
닐모리동동의 수익금은 모두 제주를 위해 사용한다. 절반은 제주문화발전 기금으로 나머지는 사단법인 제주올레와 영자신문사 제주위클리 기부된다. 오픈 첫 해 수익이 적을 것으로 예상해 제주올레와 제주위클리에 천 만원씩 선 기탁해 둔 상태다.
문화공헌이란 콘셉트에 맞게 ‘동동기획단’을 꾸려 다양한 문화 행사를 계획 중이다. 9월에 열린 ‘바다숲 작은 음악회’도 같은 맥락에서 시작됐다. 분기별로 닐모리동동에서는 문화행사가 진행될 예정이다.
엔엑스씨의 이러한 노력은 제주도민과 관광객들에게 회사를 알리는데도 긍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김승범 매니저는 “처음 카페가 오픈 됐을 때는 이 카페가 어떤 성격인지, 누가 운영하는지에 대해 손님들이 모르시다가 입소문이 나면서 넥슨과 엔엑스씨에 대해 말씀하시는 분이 많아졌다”며, “엔엑스씨가 제주로 이전하면서 제주 지역 젊은 사람들에게 회사 선호도가 많이 올라갔다”고 말했다.
제주에는 생수 ‘삼다수’ 공장과 제주로 이전한 인터넷기업 ‘다음’ 외에 이렇다 할 기업체가 없었지만, 게임으로 잘 알려진 넥슨의 모회사가 이전하면서 젊은층으로부터 각광을 받고 있다는 것이 김 매너지의 설명이다. 김 매니저도 역시 요식업에 종사하다 엔엑스씨에 입사해 닐모리동동에서 근무하고 있다. 엔엑스씨는 2009년 8월엔 고객관리센터도 만들어 현지직원을 채용하는 등 지역에 기여할 수 있는 일에 앞장서고 있다.
◇한쪽 벽면을 채운 방문객들의 소원 쪽지(위), 제주 사투리를 알페벳으로 표현한 장식물(아래).
엔엑스씨의 문화공헌은 앞으로도 계속될 예정이다. 제주시 노형동 부지 1만3200㎡(4000평)를 구입해 사옥을 짓고 있으며, 그 중 1980㎡(600평)은 제주 이전 당시 공언했던 대로 컴퓨터 게임 박물관으로 사용될 계획이다.
김 매니저는 “수십억씩 돈을 내놓는 기부와 비교하면 문화기부활동이 작게 느껴질지 모르지만 기부의 가치를 꼭 금액으로 환산할 수 없다고 본다”며, “닐모리동동을 제주오면 꼭 들려야 하는 하나의 관광지로 만들어 제주와 엔엑스씨를 알리는데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데일리게임 곽경배 기자 nonny@dailygame.co.kr]
◇수줍은 미소로 닐모리동동과 엔엑스씨에 대해 설명해 준 김승범 매니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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