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소’ 개발을 책임지는 배재현 전무에게는 회사의 기대, 강력한 라이벌 등장이 부담이 될 법하다. 그러나 그는 덤덤했다. 처음 있는 일도 아니고 세 번째 이런 상황을 접하다 보니 그냥 ‘팔자려니’라고 생각한다 했다. ‘리니지’ 출시 다음해에 ‘디아블로2’가 나왔고, ‘리니지2’ 때는 ‘월드오브워크래프트’와 경쟁을 벌였다. ‘블소’ 때는 ‘디아블로3’가 나오니 배 전무와 블리자드의 인연은 악연에 가깝다.
“팔자죠 뭐(웃음), 그냥 덤덤하게 받아들입니다. 리니지, 리니지2, 아이온 출시할 때도 엔씨가 위기라는 말이 많았죠. 이런 상황을 하도 접하다 보니 이제 습관이 됐는지 부담 같은 건 없네요. 잘되면 잘되는대로, 안되면 또 그런대로 받아들여야죠. 지금은 하루빨리 ‘블소’를 공개하고픈 생각 밖에 없습니다.”
배 전무에게 중국은 특별한 곳이다. ‘리니지’로 대만시장을 장악했지만, 같은 문화권인 중국의 벽은 높았다. ‘리니지2’도 중국서 성공하지 못했다. 간접적으로 개발에 참여한 ‘아이온’도 마찬가지. 한국 최고의 개발업체인 엔씨가 번번히 중국에서 고배를 마신 것이다. 샨다게임즈에서 텐센트로 파트너를 바꾼 엔씨는 게임들의 재런칭하면서 다시 시장공략에 나섰다. 그 중 첨병역할을 할 게임이 ‘블소’다.
“회사를 떠나 개인적으로 꼭 중국에서 성공하고 싶습니다. 지금까지 게임들이 성공했다고 말하기엔 부족함이 많으니까요. ‘블소’가 그 역할을 잘 해 줄거라 믿습니다. 지금은 과거보다 상황도, 조건도 좋습니다. 성공할 수 있습니다.”
중국에서의 성공을 위해 배 전무는 개발팀 내에 해외 전담팀을 별도로 만들었다. 15년이 넘는 배전무 개발 인생에 처음 있는 일이다. 동일한 콘텐츠 개발에 집중하기 위해 단일 개발팀을 유지해왔지만 이것이 중국서 실패한 원인이 아닐까라는 의구심이 들어서다.
이러한 조치 덕에 ‘블소’는 한국과 중국의 서비스 격차를 최대한 좁혔다. 2분기 중 국내서 정식서비스가 되고 8월에 중국서 ‘포커스 그룹테스트’(FGT)가 열린다. 말이 FGT지, 중국은 수천명이 이 테스트에 참여한다. 국내와 규모 자체가 다르기 때문에 사실상 사전공개 테스트라 할 수 있다.
텐센트와 긴밀한 협력을 위해 상해에 사무실을 차렸다는 말도 덧붙였다. 전화와 이메일로 의견을 교환하는 것보다 얼굴을 맞대고 이야기하는 것이 가장 좋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텐센트는 중국 최고의 퍼블리셔 답게 ‘블소’ 성공을 위해 개발팀에 요구하는 업무량이 엄청나다는 말도 덧붙였다.
배전무는 고교시절 무협책을 무척 좋아해 한동안 공부를 등지고 책만 읽은 적도 있다고 했다. 그런 만큼 무협에 대한 조예가 남달랐다. 중국과 대만, 한국의 오래된 무협소설책 이름이 줄줄이 나왔다.
중국이 ‘무협의 본류’라고 여기는 게이머들이 한국 무협이 담긴 ‘블소’를 바라보는 시각이 어떨까.
“한국 무협의 원류는 60년대 대만 무협입니다. 한국과 중국 무협에 가장 큰 차이는 스펙트럼이죠.한국이 좁고 중국은 넓습니다. 중국의 경우 김용의 역사 무협부터 ‘촉산전’과 같은 신선의 이야기까지 다양한 소재들이 무협소설이 됐습니다. 실사적인 무협도 많고요. 중국 무협은 변화가 많고 많은 것을 받아들이려고 합니다. ‘블소’ 같은 경우도 그래픽이나 타격 등에 있어 퓨전적인 요소가 많음에도 중국 게이머들은 무협으로 분류하고 봐주죠. 한국 무협에 대한 거부감은 없습니다.”
올해 텐센트 라인업 발표를 본 배재현 전무의 소감이 궁금했다. 중국은 정부의 지원 힘 입어 막대한 물량을 앞세워 온라인게임 종주국 한국을 뒤쫓고 있다. 배 전무는 ‘이미 따라 잡혔고 중국이 더 발전할 가능성이 크다’는 냉철한 의견을 내놓았다.
“아수라(현지명: 투전신)이 인생 깊었는데 1년이란 짧은 시간에 게임의 완성도를 최대한 끌어올렸더군요. 기술적인 면에서만 보면 한국과 차이가 없습니다. 미국도 마찬가지죠. ‘디아블로3’는 패키지게임이 아니라 온라인게임입니다. 중국은 젊은 사람들이 빨리 게임개발에 입문하기 때문에 오히려 더 나은 면도 있습니다. 한국이 몇 년 빨리 온라인게임을 시작했다는 장점은 이제 거의 사라졌다고 봐야죠.”
[베이징=데일리게임 곽경배 기자 nonny@dailyga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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