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A는 ‘피파3’ 서비스 대가로 3년간 미니멈개런티(이하 MG) 5000만~6000만 달러(약 520~620억원)을 넥슨에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수입된 대작 게임들의 MG도 1000만 달러가 넘지 않은 것을 감안한다면 엄청난 계약금을 요구한 것이다.
퍼블리셔가 개발업체에 최소한의 이익을 보장하는 것이 MG계약이다. 이 MG는 게임이 흥행에 실패해도 퍼블리셔가 무조건 지불해야 하는 비용이다. EA가 MG 최대 600억원을 요구한 것은 ‘피파3’ 흥행과 상관없이 최소 이 수준의 금액은 챙겨야겠다는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MG가 5000만 달러 이상인 계약은 지금껏 없었던 역대 최고 금액”이라며, “EA는 ‘피파3’가 게임 흥행에 상관없이 자신들의 이익은 무조건 챙기겠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더불어 EA가 공동개발을 조건으로 기술이전을 요구하는 것도 충분히 예상해볼 수 있는 시나리오다. 이 경우 서버기술에 있어 세계 최고인 국내 기업들의 개발 노하우가 고스란히 유출된다. EA는 제이투엠소프트를 인수하고 ‘피파2’ 공동개발을 통해 온라인 게임개발 기술력을 흡수했다. 같은 맥락에서 이번 계약에서 경합을 벌였던 엔씨소프트에 ‘피파3’ 공동 개발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네오위즈게임즈와의 법적 분쟁도 예상된다. EA는 ‘피파3’ 흥행을 위해 ‘피파2’ 서비스를 종료하는 극단적인 방법까지 고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선수 로스트 업데이트를 안 하는 방식을 통해 ‘피파2’ 이용자들을 ‘피파3’로 유입시키면 그만이다. 이 방식은 ‘피파1’에서 ‘피파2’로 넘어갈 때 EA가 써먹었던 수법.
EA가 그동안 네오위즈게임즈와 ‘피파2’ 재계약을 하지 않은 것도 ‘피파3’ 서비스를 고려한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다. ‘피파2’를 공동 개발하고 흥행시킨 네오위즈게임즈로서는 억울할 수 밖에 없다. 이때문에 법적인 분쟁을 통해 사태를 해결하고자 할 가능성은 매우 높다.
이 때문에 업계 전문가들은 추후 예상되는 파국을 막고, 국내 이용자를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피파2'를 별개의 게임으로 서비스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800만 ‘피파2’ 국내 이용자들의 피해가 자명하기 때문. 6년간 ‘피파2’를 즐겨온 국내 게임들은 EA의 이기적인 판단 때문에 정든 게임을 하지 못할 수도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다국적 기업들의 생리로 볼 때 국내 게이머나 국내 기업의 사정은 전혀 고려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블리자드도 한빛소프트에서 손오공으로 워크래프트3 확장팩 판권을 넘길 때도 현재 EA의 모습과 다르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당시 결국 피해를 입은 것은 국내 업체인 손오공과 한빛소프트, 게임을 구매했던 게이머들"이라고 덧붙였다.
더욱 큰 문제는 네오위즈게임즈를 ‘토사구팽’(兎死狗烹) 한 EA가 ‘피파4’ 서비스를 볼모로 같은 행동을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이다. 강력한 지적재산권(IP)를 무기로 몸값을 천정부지로 띄우고, 국내업체들을 줄세우는 것은 언제든 할 수 있다. 이번 계약도 EA의 손아귀에 국내 메이저 업체들이 놀아난 꼴이다.
이에 대해 EA코리아는 “할 말이 없다”고 말했다. 법적인 대응 묻는 질문에 네오위즈게임즈 관계자는 “지금은 아무것도 결정된 것이 없다”며, “피파2 서비스에 차질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데일리게임 곽경배 기자 nonny@dailyga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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