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가부는 지난 11일 청소년 인터넷게임 건전이용 제도 대상 게임물 평가계획(이하 평가계획)을 공고하면서 평가 기준이 될 게임물 평가표를 공개했다. 평가표는 총 12문항으로 구성돼 있으며 각 문항별로 '전혀 그렇지 않다'부터 '매우 그렇다'까지 총 5개의 평가척도가 제시돼 있다. 이를 토대로 여가부는 민간인으로 구성된 평가단을 마련, 오는 11월 20일까지 100여개 게임을 평가해 강제적 셧다운제를 확대할 발판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업계가 지적하는 부분은 바로 이 12개 문항. 게임 콘텐츠 전체를 옭아멜수 있는 포괄적이면서도 편협한 문항이 전부라는 이유에서다.
가령 여가부는 게임물의 강박적 상호작용을 평가하기 위해 '게임 캐릭터의 레벨을 올리기 위해 다른 사람들과 역할을 분담해 협동하는 구조인가'라는 문항을 뒀다. 우월감이나 경쟁심을 평가하기 위해서는 '키보드나 마우스를 통해 게임을 지배하고 있다는 느낌을 주는 게임구조'인지 물었다.
게임업계는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박상우 게임 평론가는 "온라인게임의 정의 자체가 다른 게이머들과 함께 플레이하는 즐거움을 경험하는 것"이라며 "여가부 기준대로라면 잘 만든 온라인게임은 무조건 강제적 셧다운제 대상"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마우스나 키보드를 통해 게임을 지배하고 있다는 느낌을 주는 게임구조' 문항에 대해서도 박상우 평론가는 "이정도 되면 더이상 말도 나오지 않는다. 이 기준대로라면 모든 영웅적 RPG는 모두 셧다운제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강제적 셧다운제에 대한 헌법소원을 진행 중인 문화연대도 논평을 통해 쓴소리를 냈다. 연대 측은 "이번 평가지표 고시안이 더욱 충격적인 것은 게임의 기본 수행 원리들이 높으면 높을수록 그 게임을 나쁜 게임으로 규정해 놓고 있다는 점"이라며 "여가부는 이번 평가지표를 개발한 연구내용이 어떤 배경에서 이루어진 것인지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여가부는 자세한 사항은 확인해 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여가부 황태희 청소년매체환경과 사무관은 "본 평가표는 연구 용역을 맡겨 얻은 결과를 실제 게임 중독자의 검증을 거쳐 내놓은 것"이라며 "평가가 완료될때까지는 해당 평가표를 만든 연구 업체는 공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연구 업체를 사전에 공개할 경우 여가부의 일정에 차질을 빚을 수 있기 때문이라는 이유다.
추후 게임을 평가할 민간 평가단 역시 베일에 가려질 전망이다. 평가단의 선정 기준과 추후 리스트를 공개할 수 있냐는 질문에 황태희 사무관은 "그럴 계획은 없다"면서 "실제로 게임을 점검할 평가단은 내부 기준을 통해 선정한 일반인들로 구성될 것"이라고 말했다.
[데일리게임 문영수 기자 mj@dailyga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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