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초로 던전앤파이터(이하 던파) 프로게임단을 후원하겠다고 발표한 ㈜제닉스 김병학 대표는 처음에는 마케팅에 대한 갈증으로 프로게임단 후원 문제에 대해 접근했다. 그렇지만 던파 프로게이머들을 만나면서 단순한 마케팅 수단으로 여기기 보다 선수들의 열정 가득한 모습을 보며 후원으로 가닥을 잡았다. 던파 선수들의 열정에 점점 빠져든 것.
"큰 회사가 아니다 보니 제품에 대한 홍보를 하는 경로를 찾기가 쉽지만은 않았어요. 다행히 기계식 키보드, 진동 스피커 바이브로이 등이 큰 사랑을 받으면서 판매순위 1위에 오르기도 했죠. 제품을 파는 것만큼 회사를 알리고 이렇게 좋은 제품이 있다는 것을 더 알리고 싶은 욕심이 생기더라고요. 던파 선수들을 만나게 되면서 홍보는 뒷전이 됐어요(웃음). 선수들을 후원하면서 오히려 배우는 점이 많습니다."
후원을 결정하게 되기까지 큰 어려움은 없었다. 선수들의 의지가 워낙 강했고 이 선수들과 함께라면 단순한 홍보가 아닌 더 많은 것을 얻어갈 수 있다는 믿음이 생겼다. 던파 선수들의 도전 정신과 제닉스의 도전 정신이 더해진다면 충분히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지금은 저도 '제닉스 팀'의 팬이 됐습니다(웃음). 후원을 결정하겠다는 전화를 했을 때 박진혁이 들려준 기쁨에 들뜬 목소리가 아직까지도 생생해요. 신명나는 목소리를 들으니 덩달아 신이 나더라고요(웃음). 지금 제가 선수들에게 바라는 점은 하나입니다. 스스로의 가치를 높이는 일을 해주는 것이죠. 단순히 후원사와 선수 사이가 아니라 인생 선후배로서 더 많은 것들을 가르쳐 주고 배워 갔으면 합니다."
김 대표는 후원을 통해 제닉스가 얻어갈 부분에 대해 치밀하게 계산하지 않았다. 만약 그랬다면 후원을 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 아직까지 던파 리그 선수들의 인프라가 좋지 않은 것도 알고 있었고 홍보할 수 있는 수단이 많지 않다는 것 역시도 인지하고 있었다. 그래도 그가 후원을 결정한 가장 큰 이유는 e스포츠 시장에 대한 매력 때문이었다.
"예전에 차를 타고 지나가다가 굉장히 많은 인파가 길게 줄을 서있는 것을 봤어요. 이 곳에서 큰 공연이 있나 보다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스타리그 결승전이더라고요. 깜짝 놀랐죠. 인기가 많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직접 눈으로 그 인파들을 보고 나니 소름이 돋았어요. 야구장에서도 본 적이 없는 인파였거든요. 이후로 e스포츠가 얼마나 매력적인 분야인지 새삼 깨닫게 됐습니다."
e스포츠를 좋아하는 잠재 고객들에게 자신들의 제품을 알리고 나아가서는 미래 산업의 원동력인 문화 산업에 투자하면서 홍보와 보람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이번 후원에 대해 김 대표는 매우 만족하고 있다. 이 사회에 무언가 공헌할 수 있다는 사실도 김 대표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온 것이다.
"후원 이후 제품이 더 잘 팔리면 좋겠죠(웃음). 하지만 그렇지 않다 하더라도 미래 주역들인 청소년들에게 저희 회사 이름이 한번이라도 더 알려지게 된다면 그것만으로 큰 성과라고 생각합니다. 그들의 머리 속에는 좋은 제품을 만드는 젊은 원동력을 지닌 회사라고 각인될 테니까요. 인재들이 회사에 유입되게 된다면 그것도 좋은 일이겠죠?"
김병학 대표는 선수들이 후원을 통해 좀더 나은 환경에서 경기를 준비할 수 있게 되기를 바라고 있다. 그래서 국산 게임이 e스포츠로 자리매김 하는데 조금이나마 보탬이 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다는 생각이다.
"제닉스가 e스포츠와 인연을 맺은 만큼 앞으로도 계속 좋은 관계를 맺었으면 좋겠어요. 나중에 우리가 e스포츠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던 기업으로 기억된다면 이보다 더 좋을 수 없겠죠? 선수들과 함께 노력할 테니 앞으로 지켜봐 주세요."
[데일리e스포츠 이소라 기자 sora@dailyespor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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