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가부가 셧다운제 적용 대상에서 패키지 게임을 제외하겠다고 밝힌 것은 지난달 26일. 이보다 4일 앞선 22일 블리자드 랍 브라이덴베커 부사장은 “구버전 배틀넷은 이용자의 연령을 확인할 수 없기 때문에 이를 통해 서비스되는 ‘스타크래프트2’, ‘디아블로2’, ‘워크래프트3’ 같은 게임 서비스를 밤에는 중단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 같은 소식을 접한 국내 게이머들은 즉각 반발했다. 여가부에 대한 비난 여론이 확산된 것도 물론이다.
이후 여가부는 한 언론을 통해 ‘스타크래프트’는 셧다운제 대상에서 제외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언론들이 형평성 문제와 외압 의혹을 제기하자, 여가부는 ‘업계의 의견을 반영한 것’이라고 답변했다. 청소년매체환경과 조린 사무관은 “업계의 의견도 있고 해서 문화부와 적용 대상에 대해 논의 중이었고, 블리자드의 배틀넷 셧다운 발표와는 무관하다”고 언급한 바 있다.
하지만 게임업계는 셧다운제 입법 발표가 나오자마자 적용이 힘든 게임이 많고 이로 인해 법적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줄곧 주장해 왔다. 이용자의 연령을 파악할 수 없는 패키지 및 스마트폰 게임, 콘솔 게임 등을 어떻게 ‘셧다운’ 시킬 것이냐고 의문을 제기한 것이다.
이런 주장과 의문에도 불구하고 여가부는 “방안을 찾을 것이고 적용 방법이 없어서 제외시키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입장을 표명해왔다. 지난해 11월 KBS 뉴스라인에 출연한 백희영 당시 여가부 장관은 ‘규제만 하는 것이 효용성이 없을 것’이라는 시청자의 지적에 대해, “셧다운제는 최소한의 규제며 이러한 규제는 필요하다”고 역설하기도 했다.
그랬던 여가부가 이제 와서 “적용이 사실상 힘들다”며 “업계의 의견을 반영했다”는 식으로 발언하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 국내 업체들의 요구에도 꿈쩍하지 않던 여가부가 미 게임업체의 '무력시위'에 굴복해 정책을 바꾼 것과 다름없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업체 관계자는 “우리가 그렇게 말할 때는 소 닭 보듯 하더니만 블리자드가 한 마디 하니까 법이 바뀐 거 아니냐”며, “도대체 대한민국 국민을 위한 정부기관이 맞는지 모르겠다”고 성토했다.
결과적으로 셧다운제는 온라인 게임만 규제하는 법안이 됐다. ‘청소년의 게임중독을 막고 수면권을 보장하겠다’는 당초 취지는 빛을 바랬으며, 온라인 게임이 주사업인 국내 기업들만 규제하는 모양새가 됐다.
[데일리게임 곽경배 기자 nonny@dailyga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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