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2. 넥슨, 벤처 신화시대 종결
PART3. 스마트폰, 기회일까 위기일까
PART4. 퇴행하는 규제 정책
리그오브레전드’, ‘디아블로3’ 등 글로벌 대작이 한국 게임시장을 점령했다. 값싼 중국산 MMORPG와 웹게임 때문에 국내 중소 중견 개발사 입지는 좁아지고 있다. 스마트폰 게임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지만, 이로 인해 온라인게임 개발을 포기하는 곳도 늘고 있다. 글로벌 시장 경쟁력도 미•중 업체들에 밀리고 있다. 세계를 호령했던 한국 온라인게임 산업이 안팎으로 위기를 맞고 있는 셈이다. 이러한 때 정부의 규제는 퇴행을 거듭하고 있고 업계 1,2위를 다퉜던 넥슨과 엔씨는 글로벌 시장 공략을 위해 연합을 하기에 이르렀다. 이에 데일리게임은 한국 온라인게임 산업의 현 상황을 짚어보고 학계와 정부, 업계 전문가들과 함께 온라인게임 업계의 나아갈 길을 모색해 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게임업계를 발칵 뒤집어 놓은 사건이 지난 6월 8일 터졌다. 한국 최대 게임업체인 넥슨과 엔씨소프트가 관계사가 된 것이다. 김택진 엔씨 대표는 자신의 지분 14.7%를 약 8000억원에 넥슨에 매각했고, 넥슨은 엔씨의 최대주주가 됐다. 재계로 비유하자면 삼성과 현대가 힘을 합친 모양이다.
김정주 넥슨 회장과 김택진 엔씨 대표가 비밀리에 추진한 이번 빅딜의 결과로 넥슨-엔씨 연합은 시총 14조원에 육박하는 거대 게임회사가 됐다.
이 합병의 이면에는 게임산업이 더 이상 반짝이는 아이디어로 승부할 수 없다는 냉정한 현실판단이 자리잡고 있다.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으로 대표되던 게임산업이, 자본규모의 논리가 적용되는 산업으로 성장해 버렸다는 것이다.
2009년부터 시작된 게임업계 M&A 열풍도 이 같은 현상의 하나다. '던전앤파이터'로 막대한 로열티 수입을 올린 네오플이 넥슨에 인수됐고, '실크로드온라인'으로 세계시장을 개척한 조이맥스는 위메이드에 흡수됐다. 제2 넥슨을 꿈꿨던 회사들은 메이저로 성장하기 전에 타 기업에 종속됐다. 어느 정도 성공을 이뤘으나 더 큰 성공을 위해서는 힘을 합칠 수 밖에 없다는 인식이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넥슨을 중심으로 한 활발한 M&A가 일어났다.
김택진 대표가 회사 매각 후 처음으로 공식식상에 나타나 했던 말도 같은 맥락이다. 김 대표는 지난 7월 27일 제주에서 열린 한국능률협회 하계 최고경영자 세미나에 강연자로 나서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위해 회사를 매각했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엔씨소프트를 비롯해 국내 게임업체들의 실적이 L자형으로 떨어졌다”며 “‘디아블로3’ 등 미국 게임이 한국 시장을 빠르게 장악하면서 한국 업체들이 차지하던 매출 상위권을 이제 미국 업체들이 대신하고 있다”고 말했다. 넥슨의 글로벌 마케팅 능력과 엔씨의 개발력을 합쳐야만 글로벌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는 말이다.
한국을 대표하는 게임회사인 엔씨소프트 창업자, 김택진 대표가 느끼는 위기감이 저 정도니 중소기업 대표들에게 다가오는 압박감은 더할 것이다.
한 중소업체 대표는 “게임산업이 정점을 지나면서 승자가 모든 것을 갖는 독식구조가 됐다”며, “최근 3년간 매출추이를 보더라도 메이저기업이 60% 이상을 기록하는 부익부빈익빈 현상이 심각해졌다”고 말했다.
결국 규모로 승부할 수 밖에 없는 시장구조 속에서는 제2의 넥슨과 엔씨가 될 수 있는 벤처는 없는 것이고, 이는 2000년대 초 일어났던 벤처신화는 사라졌음을 의미한다.
[데일리게임 취재편집부 desk@dailyga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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