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소프트가 4일 발표한 내용은 '그라나도에스파타'가 5년 연속 100억 원대를 기록했다는 것이 골자. 그러나 발표한 것 자체가 '코메디'라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증시 전문가는 "(한빛이) 그동안 게임을 개발한 IMC게임즈 지분 매각을 추진해왔는 데 이제와서 매출 발표라니 주가 부양용 재료라는 것이 너무 뻔하다"고 지적했다.
실제 지난해 한빛은 IMC의 지분을 매각하려 했다. 2011년 NHN을 상대로 지분 40%를 200억 원 규모 지분양수 협상을 벌였다가 가격차로 무산되기도 했다. (관련기사 : 한빛, 경영개선 위해 IMC 지분매각...김학규 사단 어디로?)
업계전문가들은 3일 공시 내용이 경영진에게 치명타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서둘러 주가 부양용 재료를 만든 것으로 보고 있다. 공시가 뜨자 한빛 주주들은 증권 사이트 등을 통해 "연이은 사업실패로 주가가 급락했는데 경영진이 회사를 정상화 시키기 위한 노력 보다 합병을 통한 티쓰리 우회상장으로 본인들의 이익만 챙기려 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주주들의 주장처럼 2008년 티쓰리가 한빛을 인수할 당시 주가는 8260원이었지만 4일 현재 주가는 5분의 1 수준인 1755원이다 . 이것도 최근 합병 관련 소문이 돌면서 주가가 오른 것을 반영한 수치다. 즉 '합병검토' 단계라면 티쓰리가 한빛소프트를 인수하면서 그렸던 청사진(티쓰리 제품공급-한빛 퍼블리싱)이 실패했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주주들에게 인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그동안 등을 돌렸던 IMC게임즈를 '재료'로 삼았다는 점 때문에 게임업계 관계자들의 비아냥을 사고 있다. '그라나도에스파다'는 한빛이 IMC 지분을 매각을 추진했던 2010년에 이미 100억 원을 넘었다. 애당초 관계를 단절하려 했던 IMC를 이제와서 거론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것.
IMC에 근무한 적 있는 한 업체 관계자는 “티쓰리가 한빛을 인수한 뒤 IMC 내부 분위기는 많이 다운됐다”며, “제대로 된 대우를 요구했음에도 묵살 당했고, 지분매각 소식이 항상 들려와서 씁쓸했다. 그런데 지금와서 ‘그라나도에스파다’가 잘 나간다는 식의 자료를 보니 어이가 없다”고 말했다.
한빛소프트와 IMC게임즈는 김영만 전 한빛 대표 시절만하더라도 끈끈한 관계를 유지해왔다. 김영만 전 한빛 대표 및 박춘구 전 사장은 김정률 전 그라비티 회장과 얽힌 김학규 대표의 문제를 해결해주고, 많은 도움을 줬다. 김학규 대표는 이에 대한 고마움의 표시로 ‘그라나도에스파다’ 판권을 한빛에 영구히 넘겼다.
이 관계는 2008년 한빛이 티쓰리에 매각되면서 틀어지기 시작했다. 김기영 대표 입장에서는 티쓰리에서 만든 게임이 많은데 굳이 많은 돈을 주고 IMC의 차기작을 가져올 필요가 없었고, 김학규 대표는 전과 달리 IMC의 가치를 무시하는 김 대표와 함께 하기를 싫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IMC는 무협게임 ‘프로젝트R1’을 NHN과 퍼블리싱 계약을 맺었고, 이 과정에서 한빛은 IMC 지분매각을 추진해 왔다.
한 업계 전문가는 "파트너 관계, 모회사와 자회사라는 관계가 합병이후 무색해진 것이 사실"이라며 "물론 한빛 ‘그라나도에스파다’ 판권을 영구히 갖고 있어, 지분매각은 다른 일이라 주장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한빛소프트 지분은 티쓰리가 39.79%, 김기영 대표가 1.84%, 김유라 부사장이 0.68% 가지고 있다. 티쓰리 지분은 김기영 사장이 51.57%, 김유라 부사장이 2.71% 지니고 있어, 사실상 티쓰리와 한빛 모두 김기영 사장이 최대주주라고 할 수 있다.
[데일리게임 곽경배 기자 nonny@dailyga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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