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하이원엔터테인먼트측은 “이학재 사장이 지난주 사의를 표명했고 오는 7일 있을 이사회에서 거취문제가 결정될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사회를 거쳐야 하지만 사실상 사퇴가 확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관련 업계는 이학재 사장이 ‘자의반 타의반’으로 사퇴를 결정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일신상의 이유와 사업부진의 책임으로 자발적으로 퇴사를 결정한 모양새지만, 모회사인 강원랜드와 태백 지역사회가 ‘등을 떠밀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 임기 남겨두고 돌연 사퇴 ‘왜?’
이학재 사장의 사퇴는 하이원엔터테인먼트가 지닌 구조적인 문제에 기인한다. 모회사인 강원랜드가 ‘폐광지역 지원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생겨났으며, 정부가 지분 51%를 투자한 공기업이라는 점이 문제가 됐다.
또한 강원랜드가 카지노 사업을 대신할 차기 사업으로 ‘태백e시티 사업’을 추진하면서 하이원엔터테인먼트의 게임사업은 주목을 받았으나, 초기 기대와 달리 사업이 지지부진하게 진행되면서 이학재 사장 또한 의욕이 떨어진 점도 사퇴 이유로 손꼽힌다.
‘모회사가 공기업이니 자회사도 공기업 성격을 띄어야 한다’는 논리는 하이원엔터테인먼트의 게임사업의 발목을 잡혔다. 자본 집행에 있어 공모를 거쳐야 하고, 퍼블리싱 할 게임도 별도의 자문위원회를 통과해야만 서비스 계약을 체결할 수 있었다.
경쟁이 치열해 빠른 의사결정이 필수인 게임사업에 있어, 하이원엔터테인먼트의 구조는 태생부터 경쟁력을 갖지 못한 것이다.
여기에 태백 등 지역사회도 끊임없이 성과를 요구했다. 강원랜드처럼 태백지역에서 인재를 채용하고 모든 기반시설을 그곳에 두도록 압박했다. 이 때문에 하이원엔터테인먼트는 서비스 할 게임이 없음에도 지역 콜센터를 건립하고, 게임아케데미를 설립할 수 밖에 없었다.
지역 이익단체 등 KOG 등 이름있는 중견 게임업체도 지방에 본사가 있다는 이유로 인재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업계 상황을 도외시 한 채 무리한 요구들을 하이원측에 해왔다. 하이원엔터테인먼트가 이러한 요구를 무시하자, 태백시민연대 등 이익단체 4곳은 태백시청에 이학재 사장의 퇴임을 요청하기도 했다.
이들은 “하이원엔터의 게임산업이 사실상 실패했고, 노동부의 일자리 창출사업 지원으로 문화콘텐츠 기업의 이미지가 쇠퇴했으며, 지역과의 소통도 원활치 못하고 사업의 의지가 불분명한 현실에 국면해 있음에도 자리에 연연하는 이학재사장의 태도에 우리는 경종을 울리지 않을 수 없다”며, “무능함으로 점철된 하이원엔터 이학재사장의 용기 있는 사퇴를 요구한다”는 성명서를 발표하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이학재 사장은 초기 하이원엔터테인먼트 수장으로 의욕적으로 게임사업을 추진하려고 했으나, 강원랜드와 지역사회로 간섭으로 인해 사업진행을 제대로 수행할 수 밖에 없었고, 그로 인한 부진의 책임과 기대와 달랐던 역할에 대한 실망으로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 게임업계 관계자는 “하이원엔터테인먼트가 설립될 때만 하더라도 활발하게 퍼블리싱 사업을 벌일 것으로 주목을 받았으나, 사업진행이 늦춰지면서 그 기대감은 사라진지 오래됐고 이학재 사장의 퇴임도 예정돼 왔다”고 말했다.
2008년 설립된 하이원엔터테인먼트는 캐주얼게임 ‘슈퍼다다다’와 웹게임 ‘삼국지존’을 서비스 중이며, MMORPG ‘세븐코어’와 ‘헤이튼’ 퍼블리싱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데일리게임 곽경배 기자 nonny@dailyga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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