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 대표의 세심함은 종종 개발팀과의 마찰로 이어지기도 한다. 이 때는 송 대표와 개발팀의 파워게임이 벌어진다. 송 대표의 뜬금없는(?) 지시에 개발팀이 뒤집어지기도 한다. '아키에이지'의 부활신이 대표적이다.
송 대표는 선 채로 부활하는 '아키에이지' 캐릭터가 마음에 안들었단다. 그의 로망대로라면 캐릭터들은 누이 여신의 무릎을 베개 삼거나 누운 채로 부활해야 했다. 난리가 났다. 치열한 공방이 벌어졌고 타협안이 나왔다. 무릎 베개는 양보했지만 '제 2안'은 납득시켰다. 어쨌든 송 대표의 '로망'이 실현된 것이다.
"MMORPG는 세계관이 중요합니다. 디테일이 중요해요. 그래야 이용자에게 감동을 줍니다" MMORPG의 아버지답게 송 대표의 개발 철학은 확고했다.
'아키에이지'는 송재경 대표와 엑스엘게임즈가 심혈을 기울여 개발한 MMORPG. 내년 1월 2일 대망의 공개서비스에 돌입한다. 다음은 12일 서울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호텔에서 열린 '아키에이지' 기자간담회에서 진행된 송재경 대표와의 질의응답을 정리한 것이다.
Q 공개서비스를 앞둔 아키에이지의 완성도는.
A 폴리싱 작업을 많이 진행해 꽤 쓸만한 수준이다. 공개서비스 이후에도 미뤄뒀던 기능을 추가하는 등 완성도를 높이는 데 주력할 것이다.
Q 5차 테스트 반응이 좋지 않았는데 공개서비스를 강행하는 이유는.
A 나쁜 피드백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후반으로 갈수록 재밌고 괜찮았다는 반응도 많았다. 공개서비스를 진행해도 충분하다고 판단했다.
Q 캐릭터 디자인이 보다 대중적으로 바뀐것 같다.
A 한국 시장을 고려하다보니 대중에게 어필할 수 있는 디자인이 필요했다. 하지만 캐릭터커스터마이징을 통해 개성있는 캐릭터 연출이 가능하다.
Q 독자서비스를 선택한 이유는.
A 장단점이 있다. 잘 갖춰진 퍼블리셔와 진행할 경우 그 회사가 보유한 이용자풀을 이용할 수 있는 등 장점이 있다. 하지만 아무래도 다른 회사다보니 긴밀한 협조가 어렵고 오해도 생길 수 있다. 우리의 첫 게임이고 또 엑스엘게임즈는 단순한 개발사로만 남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직접 서비스를 선택했다.
Q 월드오브워크래프트로 대표되는 테마파크형 MMORPG를 탈피한다고 평소 강조했는데.
A 와우 출시 이후 퀘스트로 이용자를 유도하는 MMORPG로 정형화됐다. 하지만 이런 형태의 게임은 사람끼리 부대끼고 협력하는 재미는 떨어진다. 그렇다고 초창기 MMORPG처럼 아무런 가이드없는 불편한 게임은 현 시점에 맞지 않다고 본다. 아키에이지는 초반 와우를 비롯한 기존 MMORPG처럼 퀘스트를 통해 게임이 진행되고 후반부부터 이용자들이 자유롭게 즐길 수 있도록 개발했다.
Q 송 대표 사비까지 들여 만든 게임이다. 실패에 따른 우려는.
A 초반 내 돈을 좀 쓰기는 했다. 하지만 그 뒤 여러 군데에서 투자를 받았다. 실패하더라도 '신불자'(신용불량자)가 될 것 같지는 않다. 다시 도전할 것이다.
Q 외산 게임이 강세인데.
A 국내 온라인게임 시장이 침체기다. 게임 개발자들이 더 열심히 해야 한다고 본다. 현실에 안주하지 말고 다양한 장르와 시도, 실험적이면서도 새로운 것을 계속 추구해야한다고 생각한다.
Q 모바일게임이 급성장하고 있는 지금 MMORPG는 어떻게 가야할까.
A 모바일이 대세는 맞다. 그렇지만 PC 플랫폼이 사라지지는 않을 것 같다. 재미있게 만들고 지금까지 나온 것과 새로운 시도를 많이 하면 충분히 이용자들의 관심을 집중시킬 수 있을 것으로 본다.
Q 자신의 게임 개발 실력을 평가한다면.
A 프로그래밍 전성기는 2000년대 초반이었던 것 같다. 요즘은 코딩을 직접하진 않는다. 프로그래밍을 읽을 줄 알고 옆에서 잔소리할 수준 정도다. 프로그래밍에 국한하지 않고 전체 개발을 말한다면 잘 하고 있는 것 같다.
Q 천재 개발자, MMORPG의 아버지 등 별명이 많은데.
A 천재는 아니다. 천재면 진작에 요절했을텐데(웃음). 수재 정도는 되는 것 같다. MMORPG의 아버지는 맞는 것 같다.
Q 아키에이지를 통해 얻고 싶은 별명이 있다면.
A 어떤 수식어든 바라는 건 없다. 최선을 다해 개발했다. 시장의 평가를 기다리고 있다.
Q 아키에이지 개발할 때 개발자의 의견을 수용하나 아니면 송 대표의 의견을 관철하는지.
A 나는 합리적인 사람이다(웃음). 개발팀 의견이 합리적이면 내 의견과 많이 다르더라도 수용한다. 내가 아이디어를 내는 경우도 많고 개발팀 의견이 적용되는 경우도 있다. 둘이 적당히 타협하는 경우도 있다. 사실 이용자 반응을 보기 전까지는 누가 옳은지 알수 없는게 개발이다. 그런데 사실 이건 무조건 해야한다며 우기는 경우도 가끔 있다.
Q 예를 들어달라.
A 가령 사망한 캐릭터가 부활할 때 나오는 연출에 내 의견이 다수 반영됐다. 아키에이지에서는 부활시 여신에게 절을 하면 잃어버린 경험치를 복구해준다. 그런데 캐릭터가 일어선채로 부활하는게 마음에 안들었다. 그래서 신관의 무릎을 베고 부활하던지 혹은 누워서 부활할 것을 요구했다. 개발팀에서는 난리가 났다. 그래서 무릎 베개는 타협을 했고 서서 부활하도록 내 의견을 관철시켰다. 이처럼 게임의 본질적인 재미와는 큰 상관이 없지만 제 '로망'을 채우는 부분에 내 의견을 많이 냈다.
[데일리게임 문영수 기자 mj@dailyga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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